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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AI로 당뇨망막병증 진단기술 개발 나선 신세대 유튜버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6-09 15:51:54
  • 수정 2020-06-17 11: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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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 “4000장 망막사진 보며 ‘열일’ 중” … 미디어와도 적극 소통
김기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
경희대 지능형의료플랫폼(IMP)연구센터가 IBM사의 인공지능(AI) 의사 ‘왓슨’을 지향하며 의욕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AI 닥터’엔 경희의료원 소속 의료전문가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AI 닥터는 의사가 질병별 진단, 처방, 사후관리 등 전반적인 의료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특정 질환에 대해서는 98% 이상의 진단 및 처방 정확도를 보여준다. 현재 심부전 진단, 갑상선 치료, 뇌전증 치료, 당뇨투석환자 관리, 녹내장 진단 및 치료, 당뇨병 관리가 가능하다. 여기에 당뇨병성망막병증, 폐암, 뇌종양, 허리통증 분야를 추가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의료 AI는 X-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영상 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돼 있다. 이런 관점에서 영상자료로 진단하는 안과도 AI 기술을 접목하기에 적합한 진료과다. 김기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경희대 IMP연구센터와 함께 AI를 활용한 당뇨병성망막병증 진단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망막안저 사진으로 당뇨병 망막병증의 유무와 병증 정도로 진단할 수 있는 AI 이미징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안과질환에 비해 영상자료를 보고 진단을 내리기 용이한 당뇨병성망막병증이 녹내장에 이어 AI 닥터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로 낙점됐지만 막상 실행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동안 눈알이 빠질 정도로 4000장이 넘는 망막사진을 리뷰하며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지만 이제야 3부 능선을 넘어가는 느낌이다. 

“많은 환자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과질환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넓히고 새로운 치료법과 진단기술에 적응하고 특정 분야에서는 앞서나가는 대안을 내놓는 게 대학병원 의사로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의료 AI 기술은 국가마다 의료환경이 다르고 국내 실정에 맞게 특화할 필요가 있어 서둘러 AI 닥터 개발 대열에 뛰어들었습니다. 1년 정도 컴퓨터공학 전문가들과 의학지식과 전산언어를 호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꽤 고생했지만 지금은 개발 속도가 제법 높아져서 기대감이 부풀고 있어요 ”
 
“미국처럼 의료비가 높고 의사 접근성이 낮은 나라에선 의료 AI 활용이 자가진단용으로 흐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병원 문턱이 낮아 의사의 진료를 보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예컨대 미국선 일반인이 자신의 눈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병의원에 가봐야 하는지, 어떤 질환인지 짐작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지만 한국에서는 질병의 진단은 물론 증상의 강도, 병변의 병리적 소견, 예후 예측 등에 보조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게 적절합니다.” 김 교수는 “점차 AI 적용 질환을 넓혀 다양한 안질환의 정확한 진단 및 분석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서글서글한 말씨에 ‘유튜브’ 홍보까지 … 인기 좋은 신세대 의사

김기영 교수는 홍혜걸 의학전문기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비온뒤’에 출연, ‘포도막염’과 ‘당뇨병성망막병증’ 등에 관한 의학적 내용을  재치있고 쉽게 설명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안과질환에 대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론의 섭외에 응해주는 병원 내 단골의사도 그다. 덕분에 유튜브나 방송에서 그를 보고 병원을 찾아왔다는 ‘팬’들도 제법 많아졌다.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톡톡 튀는 언어로 대중에게 자신의 질환 분야를 열심히 알리는 ‘신세대’ 교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막상 그는 미디어가 그리 편치 않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불편하죠. 쑥스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인구 고령화로 안과질환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하고 깊이 알지 못해서 저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관둘 수는 없습니다. 조금만 일찍 관심을 가져도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이를 알려줄 책임을 방기하는 건 옳지 않죠. 그럼에도 무심하게 질환을 방치하다가 너무 늦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찾아오는 환자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한국 3대 실명질환, 황반변성·녹내장·당뇨망막증 … 세계적으론 백내장, 굴절이상, 녹내장, 황반변성
 

2017년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안과학회 공동으로 국민건강영양조사, 안질환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연령 관련(노인성)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병성망막병증 등 3대 실명 유발 안과질환의 환자 수는 2013년 97만명에서 2017년에는 135만233명으로 38% 증가했다. 이 중 황반변성 유병률은 2005~2015년 10년 간 전연령에서 104.8%, 70대 이상에서 167.7%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녹내장 유병률도 전연령에서 99.0%, 70대 이상에서는 147.1% 늘었다.
 
“3대 실명질환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유병률을 크게 올라가는 양상을 보입니다. 70대로 한정하면 최근 10년간 황반변성과 녹내장의 증가세는 매우 가파릅니다. 그런데도 눈은 다른 기관과 달리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검진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커요. 대다수 노인이 시력이 저하되거나 눈의 감각이 이상하게 느껴져도 그냥 노안 탓이겠거니 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과 가족들의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2019년 기준 국내 시각장애인수는 약 25만3000명에 달하지만 전체 인구의 26.5%는 생애에 한번도 종합적인 안과검진을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인 실명 주요 원인은 백내장, 굴절이상, 녹내장, 황반변성 순이다. 한국에서 백내장은 치료법의 발달로 주요 실명 유발 질환에서 빠졌다. 굴절이상도 생활·의료 수준 향상으로 한국과는 무관하다. 대신 식단 등 생활방식의 서구화로 당뇨병성망막병증이 백내장과 굴절이상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 

40대도 황반변성·녹내장 … 종합 안과검진율을 고작 26.5%

2017년 질본·안과학회 공동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의 연령에서 주요 실명 관련 안질환 유병률은 나이관련황반변성 13.4%, 녹내장 3.4%, 당뇨병성망막병증 2.5%(당뇨병 유병자 중 19.6%) 순으로 나타나 65세이상 노년층이 아니라도 젊어서 이들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이 중 유병률이 가장 높은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 부위인 황반부의 시세포와 시신경들이 죽으며 축적된 노폐물이 물체를 또렷하게 보게 하는 황반에 손상을 주는 질환이다. 노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고지방식·흡연·스트레스·가족력 등도 무시하지 못할 위험요소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여기에 혈액 공급 장애가 생겨 유발된다. 정상 안압(10~20mmHg)보다 높아지면 망막의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이 손상된다. 국내에서는 안압은 정상인데 녹내장이 생기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 전체의 70%를 차지해 주의가 필요하다. 초기 증상이 전혀 없다가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지는데 말기에 이르러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적잖다.
 
당뇨병성망막병증은 당뇨병 합병증 중 가장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혈당이 높아진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안구의 미세혈관이나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천천히 시력이 저하해 끝내는 실명에 이를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심각한 안질환에 대해 가장 중요한 해법은 조기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3대 실명 질환 모두 발생 직후에는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해요. 일찍 발견하면 비교적 쉽게 진행을 막고 시력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특히 황반변성은 발병 후 매우 빠르게 시력이 손상되므로 가능한 빨리 병원을 찾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젊은층은 고도근시 증가 … 망막박리·근시성 황반병성 등으로 이어져
 
김 교수는 노년층의 실명 관련 안질환의 증가만큼이나 젊은층에서의 고도근시 증가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근시는 성장기에 안구 길이가 늘어나는 게 시신경의 성숙과 부합하지 않아 나타나는 시력이상으로 젊은층에서 많기 마련이다. 문제는 과거보다 병적근시라 부를 수 있는 고도근시와 초고도근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특히 10대와 그 이하 소아청소년에서 이런 문제가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일반적인 근시는 도수가 -6D(디옵터) 이내일 때, 고도근시와 초고도근시는 도수가 각각 -6D(디옵터), -9D(디옵터) 이상일 때를 말합니다. 성장기에 발생하는 근시를 방치하면 고도 혹은 초고도근시로 발전하게 되죠. 높은 교육열로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본 세대가 성장하면서 고도근시 환자가 늘었습니다. 게다가 고도·초고도근시는 가까이 있는 것을 잘 못 보는 것을 넘어 망막열공, 망막박리, 녹내장, 근시성 황반변성 등 심각한 안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근시는 안구의 길이가 정상(21mm)보다 길어져 나타나는데 고도근시·초고도근시는 평균 30mm 이상이다. 이로 인해 안구 내면 망막이 얇아지고 시신경이 당겨져 망막병증이 나타나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젊은층의 망막박리나 근시성 황반변성 등을 조기에 치료하려면 어린 나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안과를 찾아 검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간단히 스스로 안질환 여부를 체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아침이나 저녁에 세안할 때 거울 앞에서 한쪽 눈씩 가리고 시력을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이 과정에서 시력 저하는 물론 안구충혈, 고도근시로 유발되는 합병증 등을 가늠해볼 수 있다. 김 교수는 “황반변성 등 안질환은 한쪽 눈에 먼저 오는데 눈은 두 개니까 한쪽 눈의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으면 늦어버리기 십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청소년 근시 유발의 원인으로 컴퓨터·TV·스마트폰 등에서 나오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이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노출 시간과 거리, 조도를 적당히 조절한다면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청색광은 산화물질을 생성해서 신호전달을 방해한다는 게 2018년 세포실험 등에서 확인됐지만 실제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청색광은 실험에서 사용된 것처럼 강하지 않아 어느 정도 노출된다고 해서 근시 유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너무 어려서부터 장시간 노출되면 문제가 발생하므로 거리와 시간을 조절하고 사이사이 눈이 쉴 수 있도록 야외활동을 유도하는 게 청색광의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근시의 70~80%는 유전적인 원인이 작용하므로 가족 중 근시가 있다면 어린 시절부터 책이나 전자기기를 장시간 접하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기영(金基泳)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 프로필
 
학력
2010년 경희대 의대 의학과 의학학사
2019년 경희대 의대 대학원 의학과 의학박사
 
경력
2011년 경희대병원 안과 전공의
2020년 경희대병원 안과 임상연구 조교수
 
대한안과학회 정회원
한국망막학회 정회원
한국포도막학회 정회원
미국시과학학회 (ARVO) 정회원
미국안과학회 (AAO)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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