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미다졸람 등 중증 환자용 제품 주문 쇄도 … 유럽·아시아서 남미·아프리카 국가 공급 확대 전망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에선 오남용 의약품으로 낙인 찍인 프로포폴 성분 등 마취제가 해외에선 코로나19 치료에 활용되며 국내 제약사가 수출 준비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일본 등을 중심으로 수요량이 급증하고 있어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명예회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프로포폴은 수면마취제로 투여받으면 숙면을 취한 듯한 효과를 줘 연예인 등이 과다하게 투약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약물 기전 상 의존성은 없지만 이같은 효과에 '중독'은 가능할 수 있고,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돼 목적 외 투여하는 것은 불법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유발되는 통증을 감소시키고 중증환자의 인공호흡 치료에 보조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기도로 관이 들어가면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필수적이다. 해외에선 국내 대비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해 국내 제약사로 주문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해외 수출을 시작한 국내 제약사는 부광약품, 동국제약, 휴온스, 대원제약 등이 있으며, 일동제약과 JW중외제약은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 공급에 나섰다.
부광약품은 프랑스와 룩셈부르크에 코로나19 치료용 긴급의약품으로 벤조디아제핀계열의 최면진정제인 ‘부광미다졸람주사’(성분명 미다졸람, Midazolam)을 수출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약은 평소 수면 또는 가면상태 유도 및 불안 경감 등에 사용되며, 코로나19 환자에선 인공호흡 환자 진정 시 사용된다.
지난 4일 주한 룩셈부르크 대표부 요청으로 일정량을 수출한데 이어 지난 6일엔 프랑스 보건부와 협의해 20만 앰플을 공급했다. 회사 측은 영국, 칠레 정부와 미다졸람주사 공급을 논의 중이다.
동국제약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일본 등 유럽·아시아 주요 4개국에 ‘포폴주사’(성분명 프로포폴)를 지난달 18일 비상공급물량으로 수출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지난 5월 싱가포르에 제품을 공급했으며 오는 9월엔 일본에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휴온스는 마취·진정제 등 긴급의약품 공급 해소를 위해 ‘휴온스케타민염산염주사’, ‘휴온스도부타민염산염주사’, ‘휴온스미다졸람주’ 등 공급에 나섰다. 지난달 룩셈부르크에 이들 제품을 우선 공급했으며 벨기에, 칠레 등 유럽과 남미 국가와 미다졸람주사·케타민주사 등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은 정부 차원에서 고용량 비타민C 주사제 ‘메리트씨주사’ 수출을 요청해 1차 물량을 보낸 뒤 추가 수출을 논의 중이다.
케타민염산염주사는 수술, 검사 및 외과적 처치시의 전신·흡입 마취 유도 및 기타 마취제 사용 시 보조요법으로 사용되는 향정신성 마취제이고, 강심제인 도부타민염산염주사는 심장질환이나 심장수술로 수축력이 저하된 심부전증의 단기 치료시 심박출력을 증가시키는데 사용된다.
대원제약은 지난달 11일 주한 룩셈부르크 대표부로부터 긴급 수출 요청을 받아 정맥 마취제 ‘프리폴엠시티주’(성분명 프로포폴)을 공급했다. 프리폴MCT(Middle Chain Triglyceride)주는 기존 프로포폴 LCT(Long Chain Triglyceride) 제형과 비교해 통증, 염증, 이상지질혈증 등 부작용을 개선한 제품으로 앰플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유리 파편의 혼입을 방지할 수 있는 바이알 제품으로 출시돼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13일 룩셈부르크에 세균 감염증 치료제 ‘싸이신주사’(성분명 시프로플록사신염산염수화물, Ciprofloxacin Hydrochloride)를 긴급의약품으로 공급했다. 싸이신주사는 흡기·위장관·요로 및 신장 등에 사용하는 항생제로 코로나19가 유발한 염증 등 치료에 쓰인다. 싱가포르에 감염증 치료제 ‘아지탑스주사’(성분명 아지트로마이신, Azithromycin)도 공급할 계획이다. 이 주사제는 폐렴, 골반감염증 등에 사용하는 항생제다.
JW홀딩스는 호흡기와 부비강염 등에 효과가 있는 퀴놀론계 항생제 ‘제이더블유레보플록사신주’(성분명 레보플록사신, Levofloxacin)를 지난달 19일 룩셈부르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긴급 수출했다. 일반 주사제와 달리 레보플록사신이 생리식염수와 혼합돼 있어 별도 희석 과정 없이 사용되는 프리믹스쳐(Pre Mixture) 수액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카바페넴계 항생제 수요 급증에 따라 남아공 정부에서 진행한 대규모 긴급 입찰에서 공급권을 낙찰받았다. 이번 공급 제품은 이 회사가 2004년 최초로 개발한 항생제 이미페넴(Imipenem)의 퍼스트 제네릭인 ‘프리페넴주’로 폐렴, 복강 감염 등 중증 감염치료에 사용된다.
전세계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국내사의 마취제, 항생제 등 긴급의약품 수출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중증 환자의 치료를 위한 마취제, 항생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필수 의약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공급 확대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