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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전이성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 급여 적용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6-02 18:20:02
  • 수정 2020-06-02 18: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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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로마타제 억제제나 풀베스트란트 병용투여 시 혜택 … 휴약기간 없이 매일 복용 가능한 유일한 CDK4·6 억제제
이근석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이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릴리 '버제니오'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릴리는 호르몬수용체양성(HR+) 및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음성(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정’(성분명 아베마시클립, Abemaciclib)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됐다고 2일 밝혔다.

버제니오는 세포분화와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사이클린의존성키나아제(CDK) 4·6을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차세대 표적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17년 9월 단독요법 및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받은 뒤 2018년 2월 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요법으로 허가 범위를 넓혔다.

국내 유방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 해 210만명이 유방암을 경험하고 2018년 기준 약 62만7000명이 유방암으로 인해 사망했다. 이 중 5~10%가 전이성 유방암으로 해외에선 70대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국내에선 예외적으로 40대 환자가 가장 많다.

이근석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혈액종양내과 교수)은 “4기 유방암은 폐·뼈·뇌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유방암으로 완치가 어렵고 예후가 나쁘다”며 “간으로 전이되면 생존기간이 4개월 남짓에 불과해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데 치료 목표를 둔다”고 말했다.

버제니오는 2019년 5월 1일 HR+/HER2- 진행성 혹은 전이성 유방암이 있는, 폐경 후 여성의 일차 내분비 기반 요법으로 에스트로겐을 공급하는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병용요법, 여성의 내분비요법 후 질병이 진행된 경우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위험분담제(RSA)를 통한 급여 신설 품목으로 인정받아 허가사항과 동일한 적응증으로 급여가 적용되며 약가는 50mg, 100mg, 150mg 모두 1정당 4만9587원이다. 국내에서 단독요법은 허가되지 않았다.

급여 적용의 근거가 된 임상시험 MONARCH2에 따르면 내분비요법으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에서 버제니오·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은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 대비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을 9.3개월에서 16.4개월로 유의하게 연장했다.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하위그룹 분석에선 PFS 중앙값이 11.6개월에서 21.2개월로 늘린 연구결과도 있다.

2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전체생존기간(OS)을 분석한 결과에선 버제니오·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 46.7개월로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 37.3개월 대비 9.4개월 늘렸다. 2차 치료제로 폐경 전후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에서 폐경 여부와 관계 없이 유의미한 OS 개선을 입증한 CDK 4·6 억제제는 버제니오가 유일하다.

MONARCH 2에서 나타난 전체생존기간 관련 임상 효과는 하위그룹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내분비요법으로 치료받으며 일차적 내분비 내성(암이 빠르게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때)이 나타난 여성에선 모든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ITT(intent-to-treat) 집단 및 간·폐 등으로 암이 전이돼 더 공격적이고 예후가 나쁜 특징을 보이는 경우에서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수명 연장 이외에 이번 연구에 대한 탐색적 분석내용을 보면 버제니오·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은 항암화학요법 실시까지 걸리는 시간의 중앙값을 위약군 22.1개월 대비 50.2개월로 두 배 이상 연장시켰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MONARCH 3에선 버제니오와 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 투여군의 PFS 중간값은 28.18개월로 아로마타제 억제제 단독 투여군의 14.76개월 대비 2배 정도 길게 나타났다. 종양 감소를 의미하는 객관적반응률(ORR)은 버제니오 병용 투여군에서 48.2%로 나타나 아로마타제 억제제 단독 투여군 34.5%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이 교수는 “CDK4·6 억제제 중 다른 약제에 비해 버제니오는 중증 호중구 감소증 발현 빈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CDK6보다 CDK4를 약 14배 강화하는 차별화된 기전으로 휴약기간 없이 매일 복용 가능한 유일한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국내 허가받은 다른 CDK4·6 억제제는 21일 투여 후 7일간 휴약하도록 명시돼 있다.

버제니오 복용으로 빈번히 관찰된 이상반응은 설사, 호중구 감소증, 피로, 감염, 오심, 복통, 빈혈, 구토, 탈모, 식욕 감소 등이 보고됐다. 이 약은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어 순응도가 높다. 다만, 약물 상호작용 우려가 있어 자몽주스 등과 복용은 피해야 한다.

이 교수는 “버제니오 급여 적용으로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제를 처방해 환자 치료접근성을 개선하고 진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알베르토 리바(Alberto Riva) 한국릴리 대표는 “전이성 유방암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HR+·HER2- 타입 환자를 위한 치료 대안으로 버제니오를 제공하게 됐다”며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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