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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관련 어린이 괴질 국내 첫 발생? … '다기관염증증후군'은 아닌 걸로 잠정 판단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5-27 17:11:29
  • 수정 2020-06-02 17: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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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인불명 전신염증질환 … 전문가 "발생률‧사망률 높지 않아" 차분한 대응 주문… 내주 항체검사 결과 나와봐야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다기관염증증후군과 가와사키병은 염증을 개선하는 면역글로블린과 스테로이드 치료가 주로 진행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다기관염증증후군, Multisystem Inflammatory Syndrome in Children, MIS-C) 사례가 국내에서도 보고돼 보건당국을 긴장시켰다. 다행이 두 환자 모두 가와사키병 범주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당국은 코로나19 및 다기관염증증후군과의 관련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감시체계 발동 하루 만에 국내 의심환자 발생 … 다음주 초에 명확한 결과
 
지난 25일 유럽과 미국 등 13개 국가 소아청소년에서 발생한 다기관염증증후군에 대해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본격적인 감시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인 26일 국내 의심 사례가 2건이 발생했다.
 
환자는 11살 남자어린이와 4살 여자 어린이였으며 둘 사이의 접점은 없다. 두 환자는 발열·발진·충혈·복통 등 가와사키병의 임상 양상을 보였고,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다기관염증증후군일 가능성을 두고 검사를 진행했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양상으로는 증상이 유사한 가와사키병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곽진 중앙방역대책본부 환자관리팀장은 2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2명의 사례가 임상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고, 알려져 있는 가와사키병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가와사키병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 임상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두 어린이 모두 증상이 빠르게 호전돼 11세 남자 어린이는 이미 퇴원한 상태고, 4세 여자 어린이는 곧 퇴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코로나19와의 연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11세 남자아이가 얼마 전 필리핀을 방문한 이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코로나19 PCR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확인됐으나 보다 명확한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항체검사를 진행 중”이라며 “전문가들의 사례 검토를 통해 다기관염증증후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음주 초까지 판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대본이 지난 25일 다기관염증증후군 의심할 수 있는 사례로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만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중 38도 이상 발열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고 염증의 검사실 증거(ESR, CRP, fibrinogen, procalcitonin, d-dimer, ferritin, LDH, interleukin 6, neutrophil 등의 상승 또는 lymphocyte, albumin 등의 감소)가 있어야 한다. △2개 이상 다기관 장기를 침범해 입원을 요하는 중증 상태여야 한다. △염증을 일으키는 다른 병원체가 확인되지 않고, 현재 또는 최근 코로나19 감염 증거가 있거나, 발병 전 4주 이내에 코로나19에 노출된 적이 있어야 한다. 방대본은 꼭 이같은 사례 정의에 들어맞지 않는다 해도 해당 환자들을 모두 정밀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3개국 500여건, 7명 이상 사망 … 가와사키병과 비슷, 발생 연령과 중증도에서 차이
 
다기관염증증후군는 지난달 말 영국에서 8명의 환자가 처음 보고된 이후 미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13개국에서 환자들이 발생했다. 처음 발생이 보고된 영국에서는 100여명, 그 외 이탈리아·네덜란드·스위스 등에서 130여명의 어린이에서 유사 증상이 나타나 치료 중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최근 영국과 프랑스에서 이 질환으로 각각 1명이 사망했다.
 
이달부터는 미국에서도 발생돼 미국 27개 중에서 300여건의 의심 증상이 보고됐으며, 이 중 뉴욕주에서만 157건을 조사 중이다. CBS는 지난 21일 해당 증상과 관련해 미국에서 최소 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다기관염증증후군에 걸리면 고열·피부발진·동시 다발적인 다장기 염증 등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4세 이하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가와사키병과 유사한 증상으로 초반에는 ‘변종 가와사키병’으로 불렸으나 진단 기준과 일부 일치하지 않아 질병을 구분했다. 미국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4일 미국질병예방센터(CDC)가 이를 MIS-C로 명명했다.
 
김기환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감염학회 총무이사)는 “처음 발생 양상이 가와사키병과 유사했으나 전형적인 가와사키병과 진단 기준에서 여러 부분이 달라 다른 질환으로 구별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와사키병은 전신적으로 오는 급성 열성 혈관염이다. 주로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5세 이하 남자 아이에서 발병한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약 20%에서, 치료에 나서도 5%가량에서 심장관상동맥 합병증이 나타나 후천성 소아심장병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심근경색증·돌연사 등 치명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가와사키병의 주요 증상은 △4~5일간 지속되는 38.5도 이상의 고열 △양측 안구 결막의 충혈 △입술이나 혀가 빨개지면서 부푸는 증상 △몸이나 BCG(결핵예방백신) 접종을 한 자리에 생긴 울긋불긋한 발진 △목 부위 림프절이 붓는 증상 △손발의 홍반과 부종 등이다. 이 중 4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가와사키병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2~3가지만 발현돼도 ‘불완전 가와사키병’을 의심할 수 있다.
 
다기관염증증후군은 가와사키병보다 발생 연령층이 넓고, 빈도가 잦으며, 증증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이탈리아 베르가모 소재 지오바니23세교황병원(Papa Giovanni XXIII Hospital) 의료팀이 지난 13일 국제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약 5년 동안 19명의 가와사키병 환자가 석 달에 1명꼴로 발생했다. 반면 코로나19가 출현한 올해 2~4월에는 두 달 사이 다기관염증증후군 환자가 총 10명, 즉 6일에 1명꼴로 나타났다. 즉 발병률에서 다기관염증증후군은 가와사키병보다 30배 높았다.
 
다기관염증증후군 어린이 환자 10명 중 5명이 쇼크에 빠질 정도로 중증도가 높았다. 이들은 수액요법(fluid resuscitation)이 필요할 정도로 저혈압 증상을 보였고, 이 중 2명은 노르에피네프린 등으로 심근수축력을 높이는 치료(inotropic support)가 필요했다.
 
또 미국 뉴욕주립대병원(NYU Langone Medical Center), 샌디에이고 래디아동병원(Rady Children’s Hospital) 등에서 20~25세 환자의 다기관염증증후군 입원이 보고돼 4세 이하 영유아에서 주로 발생하는 가와사키병과 달리 발생 연령이 소아에서 20대까지로 넓어진 게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과잉면역반응 추측 … 전문가 “미지의 질환, 지나친 공포 자제”
 

다기관염증증후군의 치료는 염증을 개선하는 면역글로불린과 스테로이드제제 투여가 주로 진행된다. 일부에서 염증 과정을 차단하는 로슈의 IL-6(인터루킨-6) 억제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악템라주’(Actemra) 성분명 토실리주맙, tocilizumab) 등을 투약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이토카인폭풍신드롬’(cytokine storm syndrome)으로 보고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적용해보려는 임상이 기획 또는 실행 중이다. 김기환 교수는 “과도한 면역반응과 염증반응이 주된 양상이므로 이를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라며 “사례들이 쌓이면 보다 효과적인 약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와사키병과 마찬가지로 다기관염증증후군의 발생 원인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염증이 발생하는 원인(병원체)이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환자 상당수가 코로나19 진단검사나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일어나는 면역과잉반응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에서 발생한 다기관염증증후군 환자의 60%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게 이런 증거의 하나다. 나머지 40%도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리즈 휘태커(Liz Whittaker)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면역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찍고 나서 3~4주 뒤 다기관염증증후군의 정점을 보였다는 점에서 ‘감염 후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초기 보고들은 다기관염증증후군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기관염증증후군이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있다고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와 연관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발생 사례에서 PCR검사(항원)는 음성이었으며, 뉴욕에서도 60%의 환자에서만 항체가 발견됐다”며 “아직은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연구돼야 할 것이 많은 질환”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만약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바이러스 공격에 의한 병증이라기보단 자기면역계통의 이상 증상으로, 아주 낯설고 새로운 증상은 아니다”며 “주의깊게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야 하는 질환인 것은 분명하지만 발생률과 사망률이 치명적인 수준이 아니므로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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