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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에어컨도 켜지 말라고? …냉방과 코로나19 사실 점검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5-26 13:21:22
  • 수정 2020-05-29 16: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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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켜면 온열질환 유발 … 송풍구는 상향, 바람은 약하게, 온도는 낮게 설정, 자주 환기
방역당국은 에어컨이 코로나19의 공기 중 전파를 유발할 수 있다며, 에어컨이 작동하는 다중이용 시설 방문은 가급적 삼가고 방문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당부했다.
여름이 부쩍 곁으로 다가왔다. 날이 더워지면 바이러스의 활동이 주춤해 확산이 한 풀 꺾일 것이란 기대와 달리 더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신종코로나감염증(COVID-19) 환자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도리어 에어컨 때문에 공기 중 전파가 더 잘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서 생활 속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시대 여름철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의 냉방과 방역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종 주장들을 OX로 점검해 본다.
 
에어컨 가능한 안 켜는 게 답이다? (X)
 
지난 1월 중국 광저우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팀은 광저우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던 확진자 10명의 감염 경로를 분석한 결과 “에어컨에서 나온 강한 바람이 침방울을 옮겼을 수 있다”는 논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에어컨을 작동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공지 중에 퍼져 공기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의 방역을 위해서는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에서 에어컨을 가급적 가동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유독 더울 것으로 예보되고 있는 이번 여름을 에어컨을 켜지 않고 버티다간 도리어 각종 온열질환이 발생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더워진 온도에 실내 마스크 착용을 지키지 않아 감염 예방에 불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수 이용 공간에서는 최대한 안전한 방법으로 에어컨을 작동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여름철 선별진료소 운영지침에 따르면 에어컨을 가급적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수칙은 다음과 같다. △에어컨 방향은 문 쪽을 향하게 할 것 △바람은 가급적 직접 닿지 않도록 가능한 위를 향해 틀 것 △방향 조절이 어려운 천장형 에어컨은 바람 세기를 약하게 할 것 △풍량은 중간 이하 △목표 온도는 가급적 낮게 설정할 것 △송풍이나 자동 모드 대신 냉방 모드를 유지 △고효율 헤파(HEPA) 필터를 사용 △필터는 제품의 교환 주기를 따르되 6개월을 넘기지 말 것 △바이러스 소독 효과가 있는 소독제로 자주 청소 △음압시설이 없는 곳에서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할 것 등이 있다.
 
최선은 쇼핑몰, 극장, 대중교통 등 다중이 이용하고 에어컨이 작동하는 밀폐된 실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다. 부득이 에어컨을 맞아야 한다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에어컨 바람이 호흡기로 직접 도달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냉방하지 않고 제습 상태로 쓰면 안전하다? (X)
 
냉방이나 송풍 모드 대신 에어컨의 제습 기능만 사용해 습도를 조절하면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고온을 싫어하는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란 주장이 온라인으로 퍼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어컨 제습 기능을 사용하면 바이러스의 에어로졸을 유발해 오히려 공기감염을 조장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학 에너지·환경·화학공학과 연구팀은 지난달 사전 리뷰 사이트(medRxiv)에 공개한 논문을 통해 “환자가 내뱉는 침방울 중에서 지름이 10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인 것은 습도의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침방울보다 입자가 작은 에어로졸(aerosol)은 배출되는 순간부터 수분 증발이 일어나고, 침방울 크기도 줄어드는 데 특히 지름이 100㎛ 이하인 침방울은 바닥에 가라앉는 시간보다 증발이 더 빠르게 일어난다. 습도가 낮을수록 침방울 크기가 작아지고 무게도 가벼워져 공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더 멀리 날아가게 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으로 습도를 낮추면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더 잘 순환하게 된다는 의미다.

감기나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가 겨울철에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은 건조한 공기 탓이다. 아키코 이와사키 미국 예일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 등은 지난해 5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건조한 공기에 노출될 경우 인플루엔자 감염에 대한 숙주의 방어가 손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생쥐에게 건조한 공기를 마시도록 하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주입한 결과 호흡기 점막 섬모의 바이러스 제거 능력(mucociliary clearance), 선천적 면역에 의한 항바이러스 방어 능력, 세포 조직의 회복력 등이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사키 교수는 “건조한 공기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능력을 손상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헤파(HEPA) 필터 에어컨 쓰면 안전하다?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9일 코로나바이러스 선별진료소를 대상으로 ‘에어컨을 작동할 경우 반드시 헤파(HEPA) 필터를 장착하라’는 여름철 운영 지침을 내렸다. 여름철 선별진료소에서 에어컨을 통해 코로나 환자의 비말이 실내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방역 당국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비말을 걸러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헤파 필터가 0.3㎛의 입자를 95% 이상 막아주는 N95 마스크(의료진용 마스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헤파 필터가 공기 중에 떠 있는 일반적인 5㎛ 크기의 비말을 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헤파(High Effi ciency Particulate Air, HEPA)는 공기 중에 떠 있는 0.3 ㎛(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입자를 99.97% 이상 거르는 필터를 말한다. 무균실이나 의학실험실, 음압병실에 활용되며 고급형 공기청정기에도 내장돼 있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공기청정기에는 대부분 방역용 마스크에 들어가는 MB(멜트블로운) 재질을 사용한 헤파 필터가 들어 있다. 에어컨은 2015년부터 헤파 필터에 준하는 공기 청정 기능이 탑재돼 전기집진 방식으로 헤파 필터와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헤파 필터가 바이러스 자체를 걸러낸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실내에서 에어컨을 켜면 비말 중 일부는 에어컨에서 나온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질 가능성이 있다”며 “필터 자체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거르는지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헤파 필터가 있는 공기청정기, 공기 청정 기능이 있는 에어컨을 맹신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구형 에어컨에 헤파 필터를 장착하는 건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함 교수는 “기존 에어컨에 추가로 헤파 필터를 장착할 경우 흡입구와 필터가 제대로 밀착되어야 하고, 내부의 팬(fan)이 더 강한 출력을 내야 필터가 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흡입구와 필터를 제대로 밀착하기도 어렵고, 팬의 효율이 떨어져 필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컨에 헤파 필터를 장착하면 냉방 효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헤파 필터를 사용한 에어컨이 감염 예방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만 확실한 방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풍기와 서큘레이터는 괜찮다?(X)
 

지난 7일 선풍기 제조업체 신일전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황금연휴 기간(1~5일) 서큘레이터와 선풍기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60%이나 급증했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에어컨이 코로나19를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선풍기와 서큘레이터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하지만 선풍기와 서큘레이터 역시 비말을 공기 중으로 퍼트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에어컨처럼 공기 중 수분을 증발해 비말을 가볍게 하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선풍기와 서큘레이터의 바람을 통해 비말이 훨씬 먼 곳까지 날아가 2m 이상 떨어진 거리의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바람이 강한 서큘레이터는 그 위험이 더욱 크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선풍기 사용은 가급적 삼가되, 아주 더우면 바람을 창문 쪽으로 틀어 공기를 식히면서 자연 환기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덴탈마스크도 감염 예방 효과 있다? (ㅇ)
 
날씨가 더워지면서 답답한 보건마스크보다 숨쉬기 편한 덴탈마스크(수술용 마스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덴탈마스크의 비말 확산 방지력이 보건마스크에 비해 떨어져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최근 덴탈마스크가 공중 보건을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김미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일반인과 호흡기 유증상자는 외과용·덴탈 마스크가 적합하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대한의학회지(JKMS)’ 오피니언면에 최근 게재했다.
 
김미나 교수는 권고안에서 “KF94 또는 N95 마스크 등 보건마스크는 비말을 포획하는 기능이 우수하지만, 얼굴과 마스크 모서리가 밀착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으며 오랜 시간 착용하기에 편안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시간 착용 시 숨쉬기가 어렵고 필터가 습기에 취약해 오염에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보건마스크가 불편해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늘면 그만큼 감염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반인은 KF94 또는 N95 마스크보다는 덴탈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더 적절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호흡기 증상자 역시 호흡이 편하고 수분 배출이 용이한 덴탈 마스크가 유리하다. 이들이 KF94마스크 등을 쓰면 기침할 때 나오는 침방울에 의해 마스크가 젖어 단시간에 필터 기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필터가 망가지면 공기흡입량이 줄어 이들에겐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덴탈마스크는 오래 전부터 착용자의 비말 전파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검증됐다”며 “코로나19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공중 마스크로 가장 권장되는 유형”이라고 말했다. 한편 면 마스크는 착용자의 비말이 타인에게 전파되는 걸 막아주지만, 그 효과가 덴탈마스크의 3분의 1에 그쳐 덴탈마스크가 없을 때에 한해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탁이 가능한 면 마스크는 여러 개 휴대하고 다니며 한 번 착용 후 교체해서 쓰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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