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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파자’ 가세 …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 4파전 예고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5-22 11:27:56
  • 수정 2022-10-07 03: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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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RR 유전자 변이 치료용 승인 … 적응증 확대한 ‘루브라카’도 진입 완료
전이성 거세저항성전립선암 치료제인 AZ·MSD ‘린파자캡슐’(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클로비스온콜로지 ‘루브라카’, 존슨앤드존슨(얀센) ‘자이티가정’, 화이자·아스텔라스 ‘엑스탄디연질캡슐’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etastatic castration-resistant prostate cancer, mCRPC) 치료제 시장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존슨앤드존슨(얀센)의 ‘자이티가정’(Zytiga 성분명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Abiraterone acetate)와 화이자·아스텔라스 ‘엑스탄디연질캡슐’(Xtandi 성분명 엔잘루타미드, Enzalutamide)이 이미 경쟁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지난 15일(현지시각) 클로비스온콜로지(Clovis Oncology)는 난소암치료제 ‘루브라카’(Rubraca 성분명 루카파립, Rucapari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이 적응증을 추가했다. 이어 닷새 만에 아스트라제네카(AZ)와 미국 머크(MSD)의 ‘린파자캡슐’(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도 같은 적응증을 획득하면서 본격 4파전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 남성암 4위인 전립선암은 조기 발견 및 치료로 생존율이 향상되고 있으나 일부 환자는 표준치료인 안드로겐 차단요법(androgen deprivation therapy, ADT)에 저항을 보이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된다. 

ADT는 수술 또는 화학적 거세(항남성호르몬 약물 투여)로 안드로겐을 차단해 혈중 테스토스테론을 50mg/dL(1.7nmol/L) 수준까지 낮추고, 일명 ‘거세’ 수준으로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이 계속 진행되는 게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이다.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서도 안드로겐 신호 전달 체계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정상 전립선 세포와 달리 전립선암세포는 'CYP17A1’을 포함한 안드로겐 합성에 필수적인 효소를 갖고 있어 안드로겐을 스스로 합성한다. 이에 따라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의 종양조직 내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비거세 종양조직에 비해 약 4배 상승한다. ADT 요법을 써도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의 암세포는 여전히 안드로겐 수용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예후가 좋지 않고 84% 이상에서 전이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골 전이에 따른 동통·빈혈 등 혈액학적 변화, 폐쇄성 요로증상, 경막외 척수압박증후군이 나타난다. 극미량의 안드로겐만 존재해도 폭발적으로 암이 성장해 증세가 악화되고 기존 치료제는 무용지물이 돼 치료가 어려운 게 특징이다.

하홍구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기대수명이 9~13개월로 치명적”이라며 “국내 치료제로는 화학항암제, 방사선 약물, 항남성호르몬제 등이 허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승인된 PARP 억제제 ‘린파자’

린파자는 다중ADP-리보스중합효소(poly ADP-ribose polymerase, PARP) 억제제 계열 약물이다. PARP 억제제는 손상된 DNA를 수리하려는 효소를 차단해 종양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작동한다. 린파자는 난소암, 유방암, 췌장암으로도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난관암, 복막암의 유지요법제로도 쓰인다. 국내서는 난소암·유방암의 일부만 적응증이 허가돼 있다. 

지난 20일 FDA는 린파자를 생식세포 또는 체세포 상동재조합복구(HRR) 유전자 변이를 나타내는 mCRP 치료 용도로 승인했다. 전체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가운데 HRR 유전자 변이는 약 20~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승인은 린파자 임상 3상 ‘PROfound 시험’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다. HRR 유전자 변이 환자에게는 린파자를, BRCA1/2 또는 ATM 유전자 변이를 보인 환자에게는 엑스탄디 또는 자이티가를 투여한 결과 린파자 투여군은 증상이 진행되거나 사망한 비율이 엑스탄디·자이티가 투여군과 비교해 66% 낮아졌다. 린파자가 고유의 약리기전에 더 잘 반응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린파자 치료군의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기간은 평균 7.4개월로, 엑스탄디 또는 자이티가 투여군의 3.6개월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1차 시험목표를 충족했다. 

또 HRR 유전자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린파자를 투여하고 방사선 진단으로 판독한 결과 증상이 진행되거나 사망한 비율이 대조군(엑스탄디 또는 자이티가 투여) 대비 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린파자 투여군의 방사선학적 무진행생존기간(rPFS)은 5.8개월로, 엑스탄디 또는 자이티가 투여군의 3.5개월에 비해 유의미하게 연장돼 2차 시험목표를 달성했다. 

린파자 치료군은 대조군에 비해 10% 이상 발생빈도가 높게 나타난 부작용은 빈혈, 구역, 피로, 식욕감퇴, 설사, 구토, 혈소판 감소증, 기침 및 호흡곤란 등이다. 이 약은 하루 2회 경구 복용한다. 현재 유럽 의약품청(EMA)을 포함한 각국의 보건당국도 상동 재조합 복구 유전자 변이 mCRPC 적응증 추가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다. 

투자기관인 리링크파트너스(Leerink Partners)의 앤드류 베렌(Andrew Berens)은 “린파자의 뛰어난 전체생존기간은 확실하게 FDA 승인을 담보했다”며 “지난주 승인된 라이벌 항암제인 클로비스의 루브라카에 우위를 보이는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그는 “린파자가 쉽게 적응증을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체생존기간이 압도적으로 좋을 줄은 기대하지 않았다”며 “마케팅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베렌은 “린파자의 임상시험 디자인은 다양한 유전자 변이에 환자군을 무작위로 배정해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도출함으로써 표준치료인 엑스탄디 또는 자이티가, 단일치료군 임상시험으로 진행된 루브라카에 비해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우위가 있다”고 말했다. 

‘루브라카’  BRCA 변이 관련 적응증 획득

난소암치료제로 쓰이던 루브라카도 최근 전립선암 관련 적응증을 추가했다. 이번 승인으로 루브라카는 안드로겐수용체 표적 항남성호르몬제 및 파클리탁셀 등 탁산(taxane) 계열 기반 항암화학요법제로 치료받은 적이 있고 유해한(Deleterious) 유방암(Breast cancer, BRCA) 유전자 변이 관련 전이성 거세저항성 성인 전립선암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해졌다.

FDA가 2016년 12월 두 번 이상의 항암화학치료를 했음에도 난소암이 진행된 특이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 치료제로 루브라카를 가속승인했다. 이후 재발성 상피세포 난소암, 난관암, 원발성 복막암 등의 치료를 위한 유지요법제로 확대 승인했다. 

루브라카는 린파자와 함께 PARP 억제제이다. 지난 1월 15일 FDA로부터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적응증으로 우선심사 대상에 선정돼 적응증 추가에 성공했다.

이번 승인의 근거가 된 TRITON2 임상은 루브라카 600mg을 1일 2회 단독요법으로 경구투여한 뒤 유해하거나 유해할 것으로 의심되는 BRCA 유전자 변이 또는 유전체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상동재조합결핍(HRD) 양성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600명을 분석했다. 이 중 유해한 BRCA 유전자 변이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는 115명이었다.

임상 결과 객관적반응률(ORR)은 약 44%로 나타났고 이는 생식세포 BRCA 유전자 변이 또는 체세포 BR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환자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평균반응기간(DOR)은 데이터 마감 시점에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115명 환자를 분석한 결과, 환자의 약 55%가 전립선특이항원(PSA) 반응률(기저치 대비 PSA가 50% 이상 감소한 비율)을 보였다. 대조군은 없었고, 임상시험 기간이 짧아 전체생존기간이 도출되지 않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무력증·피로, 구역, 빈혈, 간효소 염증 지수인 알라닌아미노트랜스페라제(ALT)·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트랜스페라제(AST) 수치 증가, 식욕감퇴, 변비, 발진, 혈소판감소증, 구토·설사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미 효과·안전성 입증받은 ‘자이티가’, ‘엑스탄디’

현재 미국종함암네트워크(The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 미국 비뇨기과학회(American Urological Association, AUA), 유럽 비뇨기과학회(European Association of Urology, EAU) 등 모든 가이드라인에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에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자이티가), 엔잘루타마이드(엑스탄디), 도세탁셀 등 3가지 약제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자이티가와 엑스탄디는 지난해 5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분야 1차 치료제로 선별급여가 적용됐다. 엑스탄디의 2018년 원외처방액은 175억5300만원, 2019년에는 219억6400만원으로 처방액이 22.3% 증가했다. 자이티가 역시 2018년 26억9500만원에서 2019년 50억6800만원으로 88% 늘어났다.

자이티가는 최초의 경구용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안드로겐 합성 저해제(Androgen Biosynthesis Inhibitor, ABI) 기전을 갖는다. 수술적·화학적 거세는 고환의 안드로겐 생성은 억제하지만, 부신과 전립선암세포에서 일어나는 안드로겐 생성은 막지 못한다. 자이티가는 디히드로에피안드로스(dehydroepiandrosterone, DEHA)가 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되는 데 필요한 ‘CYP17’ 효소를 억제해 전립선암세포·고환·부신 등에서 안드로겐 생성 경로를 차단한다. 1일 1회 250㎎ 4정(총 1000㎎)을 경구 복용한다.

2012년 도세탁셀을 포함한 이전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mCRPC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제3상,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다기관 연구(COUAA301) 결과 자이티가는 프레드니솔론과 병용했을 때의 전체생존기간(OS)이 15.8개월로, 대조군(Placebo+프레드니솔론, 11.2개월)에 비해 생존기간을 4.6개월 더 연장했다. 

뇌하수체로부터 분비된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은 무기질코르티코이드, 안드로겐, 코티솔 등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생성을 촉진한다. 자이티가는 CYP17을 차단해 코티솔과 안드로젠 합성을 억제하는데 이에 따라 피드백 작용에 의해 ACTH 분비가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연쇄적으로 무기질코르티코이드 수치가 증가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프레드니솔론 병용 투여는 무기질코르티코이드 과다로 인한 이상반응인 저칼륨혈증, 고혈압, 체액저류 등의 발현 빈도 및 중증도를 줄여준다. 

프레드니솔론 치료 중단이 필요한 경우 부신피질 기능부전을 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중단 후 이 약을 지속하는 경우, 무기질코르티코이드 과다 증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프레드니솔론 복용 환자에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그 전후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자이티가는 2012년 7월 도세탁셀 등 화학요법에 실패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2015년 6월 호르몬 실패 후 항암화학요법 경험이 없는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의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해 치료 옵션을 넓혔다. 2018년 6월에는 호르몬 반응성 고위험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에 대한 추가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엑스탄디는 최초의 안드로겐수용체 신호전달체계 억제제(androgen receptor signaling inhibitor, ARSI)로 여러 단계에 걸쳐 직접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안드로겐과 그 수용체의 결합을 경쟁적으로 억제, 안드로겐 수용체가 핵으로 이동하는 것을 억제, 안드로겐 수용체와 DNA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등 3단계를 거쳐 세포사 및 암세포 크기 감소를 유도한다. 1일 1회 160㎎ (40㎎ 4캡슐)을 복용하며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다. 자이티가와 달리 스테로이드 병용이 필요없는 게 장점이다.

엑스탄디는 ‘AFFIRM Study’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 등을 입증했다. 엑스탄디의 평균생존기간(OS)은 18.4개월로 위약군 13.6개월 보다 4.8개월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망 위험을 37% 낮췄다. 무진행생존기간은 8.3개월로 위약(2.9개월) 대비 5.4개월이 연장돼 사망위험이 65% 감소했다.

PSA진행(PSA Progression)도 8.3개월로 위약 대비 5.3개월을 연장했다. PSA진행은 전립선암연구그룹(PCWG2)이 정의한 것으로 PSA 수치가 최저점(nadir)으로부터 25% 이상 상승했거나, 절대치로 2ng/m L이상 올라간 상태를 말한다. 전립선암 환자에서 PSA 수치는 3주 이상 하락세를 보여야 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엑스탄디의 기저치 대비 50% 이상 PSA 수치가 감소하는 PSA 반응률은 54%였다. 기저치 대비 90% 이상 PSA 수치가 줄어드는 PSA 반응률은 25%였다. 이는 위약의 2%, 1%에 비해 우수한 효과다.

국내에선 2013년 6월 도세탁셀 치료 경험이 있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의 2차치료제로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2015년 5월에는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의 mCRPC 환자의 1차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엑스탄디는 현재 미국에서는 아스텔라스와 화이자제약이 공동 프로모션하고 있다. 국내 판권은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이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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