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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정부 원격의료 도입 움직임에 의협 “전화상담·처방 전면 중단” 대응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5-18 17:03:33
  • 수정 2020-05-21 19: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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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드라이브에 여당 '원격진료 아닌 비대면' 신중론 … 대학병원 등 물밑에서 이미 준비 중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그간 도서지역 등 의료취약지 위주로 진행되던 원격진료를 본격 추진하려고 하자 의협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진 인천옹진구 제공.
대한의사협회가 의사 회원들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사태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과 처방을 중단하라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원격진료 추진 움직임을 보인 데 따른 반발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원격진료 대신 ‘비대면’(Untact) 진료라는 말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당분간 양자간 갈등은 팽팽할 전망이다. 

의협은 18일 “정부가 코로나19 국가재난사태를 빌미로 소위 원격진료, 비대면진료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 목숨을 걸고 헌신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충분한 지원은 하지 못할망정 비대면·원격진료 등을 새로운 산업과 고용 창출이라는 의료의 본질과 동떨어진 명분을 내세워 정작 진료 시행의 주체인 의료계와 상의 없이 전격 도입하려 한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2020년 5월 18일부터 전화상담 처방의 전면 중단을 회원 여러분께 권고드린다”며 “더 이상 국민들을 위한 선의로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화상담이 비대면-원격진료의 빌미로 정부에 의해 악용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한 협회의 투쟁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주문했다.

의협은 “오늘 권고 이후부터 향후 1주일간 권고 사항의 이행 정도를 평가한 뒤 전화상담과 처방의 완전한 중단, 나아가 비대면·원격진료 저지를 위한 조치들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등 감염병 등으로부터 의료진의 안전을 보호하고,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화상담·처방을 독려했다. 최근에는 고령층이나 기저질환 환자 등 쉽게 병원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며 내심 이를 계기로 원격·비대면진료를 안착시키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일시적으로 시행된 코로나19 전화상담·처방이 26만여건 이뤄진 것은 환자의 요구가 반영된 긍정적 결과라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제가 뭐라고 답하기는 어렵다”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검토해 의견을 내고 의협하고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중소벤처기업부는 강원도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 일차의료기관 7곳을 추가 사업자로 지정했다. 같은 날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혁신포럼 강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어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논란이 거세지자 여당인 민주당은 17일 신중론을 펴며 원격진료 논란과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우리 사회가 언택트(비대면)로 갈 것이란 흐름에서 원격의료보다는 비대면의료로 봐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점검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너무 치고나가서는 안 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의협과 정부 측이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대형병원들은 내심 원격진료를 반기며 물밑에서 조용히 시스템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환자용 앱 시장 선두기업인 레몬헬스케어는 지난달 27일 기준 ‘레몬케어’ 기반 병원용 앱의 누적 다운로드는 100만건을 돌파했으며, 최근 2주간 환자용 앱 다운로드 수는 매주 약 8000~1만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수도권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전국 상급종합병원의 약 48%(50여 곳)이 레몬케어 앱을 이용 중이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안암병원·구로병원·고대안산병원과 일산 명지병원도 원격진료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병원은 병원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개인·가정·커뮤니티 중심의 분권화된 건강관리 체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달 14일 영상 감시장비 개발 등 보안 솔루션 전문기업인 ITX엠투엠과 ‘텔레메디신 플랫폼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재택의료와 헬스봇 등을 이용한 비대면 의료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인하대병원은 비대면 의료 도입을 위해 지난 13일 허셀, 한진정보통신 등과 비대면 의료서비스 및 데이터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개인주도형 의료자료 관리시스템 구축 및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발전된 ICT기술이 원격의료에 막혀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폴더폰 쓰라고 강요하는 격”이라며 “‘원격’ 프레임에 갇혀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어떻게 선제적으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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