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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모스타트 ‘렘데시비르의 600배’ 효과에 코로나19 치료제 급부상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5-14 23:46:30
  • 수정 2020-05-15 1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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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서 개발, SK케미칼 2005년 국내 도입 … 항바이러스제·폐렴성 혈전 제거 항응고제로 이중 작용 가능
SK케미칼의 혈액 항응고제 ‘주사용 후탄’
코로나19가 이태원 클럽발 급속 확산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는 렘데시비르(Remdesivir)보다 600배 강력한 약물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인간의 폐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 24개 중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가장 뛰어난 물질을 발굴하고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화제의 유망 후보물질은 일본 제약사 토리이약품(Torii Pharmaceutical)이 개발한 췌장염 치료제인 나파모스타트 메실레이트(Nafamostat mesylate)다. 이 약은 급성췌장염, 만성췌장염의 급성 악화기, 수술 후 급성췌장염, 췌관조영술 후 급성췌장염, 외상성 췌장염 등 주로 급성 췌장염 증상을 개선해준다. 이밖에 파종혈관내응고증((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DIC), 출혈성 병변 또는 출혈경향을 갖는 환자의 체외막산소공급장치(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 에크모) 사용 시 관류혈액 응고방지(혈액투석 및 혈장분리반출술 포함)에 사용한다.

국내에선 SK케미칼이 이 성분의 혈액 항응고제 ‘주사용후탄’을 2005년 토리이약품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 약의 최대 장점은 짧은 반감기다. 주사제의 반감기는 5~8분으로 꼭 필요한 필터와 혈액투석기 내에서만 항응고 작용을 하고 전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투여를 종료한 뒤 15분이 지나면 체내에서 검출되지 않는다.

이밖에 국내 허가받은 나파모스타트 성분 주사형 제품은 제일약품 ‘나파몬주’, 종근당 ‘나파벨탄주’, 동국제약 ‘주사용나파타트10(수출용)’, GC녹십자 ‘판딕트주’, JW중외제약 ‘나파린주’ 등이 있다.

나파모스타트 메실산염은 지난 3월 18일 도쿄대 의과학연구소가 코로나19 환자에게 시험 투약하면서 임상이 시작됐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 17일 SK케미칼 주사용 후탄으로 코로나19 폐렴 환자 84명의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경상대병원(총괄책임자 배인규 감염내과 교수)이 제출한 연구자 임상시험계획을 승인했다. 이 임상에는 경상대병원 외 경북대병원, 단국대 천안병원, 부산대병원, 서울의료원, 양산부산대병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1주일 뒤인 4월 24일엔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현황을 점검했다. 나파모스타트는 에볼라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보다 50배 이상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등 코로나19 고위험군 3명 완치 사례를 달성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지난 13일 이미 허가됐거나 개발 단계의 약물 중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적용 가능한 약물을 찾는 ‘신약 재창출’ 연구결과를 국제 생물학 분야 논문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올려 전세계에 공개했다. 연구소는 논문에서, 나파모스타트가 “Calu-3 세포에서 렘데시비르 농도의 600분의 1로 동일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은 나파모스타트가 세포배양 실험을 진행해 분석한 약 3000여종 후보 약물 중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가장 뛰어난 항바이러스 효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FDA가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여러 건의 렘데시비르 관련 임상을 토대로 지난 1일 긴급사용허가(EUA)를 내줬지만 이번 연구로 나파모스타트가 유력 치료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파스퇴르연구소가 공개한 연구결과는 인간 폐 상피세포인 Calu-3를 이용했다. 나파모스타트는 코로나19에 감염된 Calu-3 세포에서 코로나19에 감염 베로세포(원숭이 신장세포)보다 6000배 이상의 바이러스 감소 효과를 보여 인간 폐 상피 세포에서 TMPRSS2 의존적 바이러스의 세포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압도적임을 보여준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용체인 ACE2와 단백질 분해효소 TMPRSS2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에 들러붙은 후 세포막과 융합되기 위해서는 TMPRSS2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나파모스타트는 이 효소를 억제해 바이러스 세포 진입을 막는 기전을 가졌다고 추론했다. 

혈액응고 경향은 코로나19 환자에서 복잡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로 연구진은 나파모스타트가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는 항바이러스제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을 보이는 환자의 혈전 제거용 항응고제로 이중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나파모스타트는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도 관련 임상이 진행 중이다. 결과가 나오는대로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은 “렘데시비르보다 세포 수준에서 수백 배 높은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인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며 “원래 항응고제로 개발된 약물이라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의 주요 병리현상인 혈전 등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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