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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제약, 장남에 경영권 승계 언제쯤? … ‘남매 경영’ 전망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5-06 03:25:19
  • 수정 2020-05-13 16: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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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세 이미지 개선 위해 도입한 전문경영인 이윤하 대표 임기만료 … 쌍둥이 자매 지분경쟁 관측도
2018년 10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하나제약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에서 조동훈 하나제약 부사장(왼쪽 두번째)이 자축하고 있다.
하나제약이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창업주 조경일 전 회장(77)의 장남 조동훈 부사장(40)이 언제쯤 최고경영자(CEO)로 등판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8년 코스피에 상장한 이 회사는 조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6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2월 씨제이헬스케어와 한미약품을 거쳐 우리들제약, 서울제약에서 대표를 지낸 이윤하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이 회사는 1958년 설립된 우천제약을 1996년 조 전 회장이 인수하면서 상호를 하나제약으로 변경해 탄생했다. 우천제약은 설립된 지 20년 만인 1978년 법인으로 등록해 하나제약의 업력은 올해 42년차다. 주로 특허 만료 복제의약품(제네릭)을 판매하고 있으며 마약성 진통제(향정신성의약품)·마취제 분야에서 압도적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분야는 보험급여·인허가의 벽이 높아 경쟁사의 진입이 힘든 독과점 시장이다. 정부는 2014년부터 마약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마약성 진통제 1개 품목 당 국내와 해외 제조사 각각 5개씩 10개사만 허가를 내주고 있다. 대표적인 제조사는 환인제약, 명인제약, 하나제약, 비씨월드제약, 한림제약, 한국애브비, 경보제약, 프레지니우스카비, 동국제약 등이다. 더욱이 마취제는 한 번 선택하면 잘 교체하지 않는 보수적 문화가 있어 일단 자리를 잡으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된다.

이 회사는 이같은 제도적·환경적 이점을 활용해 매년 2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663억원으로 2018년 1528억원 대비 8.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한 335.6억원에 달했다. 순이익은 283억원으로 전년 261억원 대비 약 7% 늘었다. 이 회사 매출 중 순환기 의약품은 488억원으로 전체 29.35%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마약성진통제·마취제 367억원(22.08%), 소화기의약품 204억원(12.3%), 일반 진통제 132억원(7.94%) 순이다. 

이 회사에서 처음으로 단일제품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마약성 진통보조제, 마취유도제인 ‘하나구연산펜타닐주’는 이 시장의 56%, 흡입마취제 ‘세보플루란’은 50% 등 절반이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매출 순위 30위권이지만 안정적 매출이 발생하는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 

하나제약의 지분 구조를 보면 전형적인 가족기업으로 승계 작업은 이미 끝난 것으로 분석된다. 25.2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조 부사장에 이어 한 살 연상의 쌍둥이 누나인 조예림 이사(41) 11.40%, 조혜림 전 이사(41) 10.98%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경일 전 회장은 3남매에 지분을 증여하고 본인은 3.24%를 보유하고 있다. 조 전 회장의 배우자 임영자 씨가 4.28%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밖에 조 부사장의 매형·조카 등 친인척들이 가진 지분은 총 58.30%다. 조카들은 2009년, 2011년생 등 3명이 각 0.79%씩 총 2.37%(38만5656주)를 보유해 눈길을 끈다.

조 부사장은 2004년 하와이주립대(University of Hawaii)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하나제약 서울종합병원팀에 입사해 영업 분야 경력을 쌓았다. 2010년 경영본부장으로 승진한 뒤 2015년부터 서울사무소 부사장으로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쌍둥이 자매 중 언니인 조혜림 전 이사와 동생인 조예림 이사는 2002년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를 함께 졸업하고 입사해 각각 다른 사업부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조혜림 전 이사는 경리부·자금부, 조예림 이사는 마케팅부·개발부·글로벌사업팀을 거쳤다.

두 자매는 하나제약이 2011년 탈세혐의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사건을 계기로 명암이 엇갈렸다. 이 회사는 당시 국세청으로부터 245억원, 2015년에도 같은 명목으로 47억원을 추징받았다. 조경일 전 회장, 전영실, 허인구 씨 등 전 대표이사 3인과 하나제약 법인은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2018년 5월 2심 판결에서 각각 공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조 전 회장은 벌금 77억원을 선고받았다. 하나제약 법인은 50억원의 벌금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국세청은 당시 하나제약 직원이 제출한 간이영수증을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허위라고 결론지었다. 주로 직원 식대나 복리후생비 등으로 분류한 항목에 허위 영수증을 증빙해 세금을 빼돌렸으며 건축공사 공사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는데도 허위신고한 정황도 나왔다. 2018년 코스피 상장심사 당시 이같은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주식 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적격 처분을 내려 논란이 됐다. 또 당시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시장 조성가 수준의 높은 가격으로 사도록 강압해 원성을 샀고 일부 직원들은 불만을 품고 회사를 떠났다. 

하나제약 측은 “2차례의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 받은 세금은 전액 납부했고 재발방지를 위해 조 전 회장의 퇴사와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영입 등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했다”며 “거래소도 이와 같은 경영시스템을 검증하고 상장을 허가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재무파트에서 근무하던 장녀 조혜림 전 이사는 지난해 6월 회사를 떠났다. 이에 대해 조 전 회장의 사퇴에 이어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조혜림 전 이사는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급여로 2억4375만원,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으로 4억2000만원, 퇴직금 한도 초과액 등 기타소득으로 8451만원 등 약 7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조 전 이사가 회사를 떠나면서 동생인 조예림 당시 이사대우가 같은해 7월 등기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3남매 중 회사에 가장 먼저 입사한 것으로 알려진 조 이사는 글로벌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차세대 마취제로 꼽히는 레미마졸람(remimazolam)을 2013년 독일 파이온(PAION)으로부터 도입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3백만달러를 들여 사들인 이 품목에 대해 하나제약은 제품 출시 이후 10년간 국내 독점권을 보유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국내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을 대상으로 판권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판로도 개척하고 있다.
 
레미마졸람은 기존 진정·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의 장점만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포폴은 마취와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호흡곤란과 심정지 등의 부작용이 있는 반면 미다졸람은 회복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동생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듯 조 전 이사는 지난해 10월 두 차례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11.40%에서 11.43%로 확대하는 등 회사를 떠난 상태에서도 지분 관리를 계속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 전 이사의 빈자리는 2014년부터 경영본부 총괄팀장으로 있다가 2018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승진한 윤홍주 이사가 채우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3남매의 지분율이 적잖아 한진칼과 같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계열사가 아닌 각각 다른 사업부를 담당해 온 남매가 내부 경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탈세로 인한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뒤 2018년 3월 영입한 이윤하 대표이사의 임기가 지난 3월로 만료된 만큼 다시 가족경영 체제로 전환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29일 열린 주총에서 등기이사 변경안 자체가 상정되지 않아 이 대표의 당분간 연임이 계속될 전망이다.

하나제약의 2018년 상장 직전 조 부사장 등 특수관계인 주식 보유비율은 77.94%에 달했으며, 2018년 상장 전 제출한 투자설명서에서 정기세무조사에서 세무조사를 통한 과다한 규모의 세금부과 등이 발생하면 재무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지도 있었던 만큼 추가적인 위험도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조 부사장이 CEO로 데뷔하면 손위 쌍둥이 자매에 대한 인사도 새롭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하나제약의 최대 난제였던 자금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조예림 이사가 조 부사장과 함께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퇴사했던 조혜림 전 이사가 복귀할지 여부는 올해 조 부사장의 거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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