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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약물 흡수·배출에 관여하는 ‘P-gp’ 약효 떨어뜨리는 ‘장본인’
  • 김신혜 감수 김홍진 중앙대 약대 교수 기자
  • 등록 2020-05-01 18:36:02
  • 수정 2020-05-01 19: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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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클리탁셀 등 항암제 효과 감소 주원인 … BBB 통한 중추신경계 약물 침투 제한
P-gp의 영향을 받는 유한양행의 ‘리팜핀정’(성분명 리팜피신,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종근당 ‘사이폴연질캡슐’(사이클로스포린), 한미약품 ‘팍셀주’(파클리탁셀), 바이엘코리아 ‘자렐토정’(리바록사반)
칼슘이 비타민D, 철분, 마그네슘의 흡수율을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다. 자몽주스는 간에서 대사되는 상당수 약물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P당단백질(P-glycoprotein, P-gp)도 약효를 저격하는 장본인의 하나이지만 아직은 그 정체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P-gp는 사람 ABCB1(MDR1)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되는 세포막단백질(cell membrane protein)이자 수송단백질이다. 세포 밖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펌프처럼 작용해 약물의 흡수와 배출량을 결정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항암제·항균제 등에서 다약제내성(multiple drug resistance, MDR)을 일으켜 다약제내성단백질(multidrug resistance protein 1, MDR1)로 불린다. 

광범위한 세포 기질 특이성을 가진 ATP 의존적 유출 펌프여서 ATP결합상자(ATP-binding cassette sub-family B member 1 (ABCB1)로 부르기도 한다. 또는 세포분화클러스터 243(cluster of differentiation 243, CD 243)로 명명된다. 

약 128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P-gp는 소장, 간, 신장,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의 내피세포 등에서 발현되며 다양한 약물과 내인성 화합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장에서 P-gp가 증가하면 약물 흡수력이 떨어지고, 간이나 신장 등에서 증가하면 약물 배설을 촉진해 효과가 감소된다. 뇌혈관장벽, 혈관뇌수척액장벽, 혈관고환장벽, 혈관태반장벽 등 다양한 혈액조직장벽에서 발현돼 이들 조직으로 이물이 유입되는 것을 제한한다. 

기질약물 약동학적 특성에 영향 … 항암제·HIV 치료제 흡수 방해

이같은 기능을 하는 P-gp는 기질약물(substrates drug, 특정 효소나 물질의 지배를 받는 약물)의 약동학적(pharmacokinetics, PK) 특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즉 약물의 흡수·분포·대사·배설 등을 결정하는 데 한몫한다. 기질약물은 P-gp 억제제 혹은 유도제와의 약물상호작용에 의한 약동학 변화에 취약하다. 

P-gp가 항암제, 에이즈 치료제 약효 저하 

항암제인 액티노마이신(actinomycin-D), 다우노루비신(Daunorubicin), 독소루비신(doxorubicin), 파클리탁셀(Paclitaxel), 블라스틴(vinblastine), 빈크리스틴(vincristine) 등이 P-gp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 사례다. 

P-gp는 종양세포에서 약물 배출을 촉진해 항암제 흡수를 방해한다. 일반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는 암세포에 침투해 독성으로 암을 사멸시킨다. 암세포 세포막에 P-gp 단백질 발현이 증가하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배출하는 동시에 세포내로 유입된 항암제까지도 밖으로 내보내 문제가 된다. P-gp가 과다 발현되면 MDR이 발생하고, 항암제 농도를 역치(threshold) 이하로 떨어트려 암세포의 사멸을 방해한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시 쓰이는 에이즈 치료제도 P-gp에 의해 흡수가 방해될 수 있다. HIV 단백분해효소억제제(protease inhibitor, PI)는 대표적인 P-gp 기질약물로 BBB를 통한 전달이 제한돼 약물 효과는 줄고 바이러스가 계속 남게 된다. 암프레나비르(Amprenavir), 인디나비르(Indinavir), 넬피나비르(Nelfinavir), 리토나비르(Ritonavir), 사키나비르(Saquinavir) 등이 해당된다. 

이밖에도 P-gp는 진통제, HCV 단백분해효소 억제제,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제, 항생제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기질약물에 영향을 미친다. 

P-gp 기능 눌러 약효 올리는 억제제 對 P-gp 기 살려 약효 저하시키는 유도제

P-gp 기능을 누르는 P-gp 억제제는 관련 약물의 약효를 올리게 된다. 한미약품이 2011년 12월 미국 아테넥스(Athenex)에 기술이전한 ‘오락솔’은 P-gp로 인해 항암제의 효과가 줄어드는 단점을 극복한 신약후보물질이다. 이 신약은 주사용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전환하고 경구흡수증진제 엔세키다(Encequidar)를 결합해 흡수율을 높였다. 엔세키다는 P-gp 억제제로 장에서 파클리탁셀의 흡수를 증가시킨다.

P-gp 억제제로는 아미오다론(amiodarone),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 캅토프릴(captopril), 클래리스로마이신(clarithromycin),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피페린 (piperine), 퀘르세틴(quercetin), 퀴니딘(quinidine), 퀴닌(quinine), 레세르핀(reserpine), 리토나비르(Ritonavir), 베라파밀(verapamil) 등이 있다.  

그 반대 역할을 하는 P-gp 유도제로는 리팜피신(Rifampicin)과 세인트존스워트(St. John’s Wort) 추출물이 대표적이다. 리파마이신 계열의 결핵 치료제인 리팜피신은 가장 강력한 P-gp 유도제로 알려져 있다. 리팜피신은 간내 약물대사 효소계인 CYP(cytochrome) P450 3A, CYP 3A4 등을 유도해 다른 약물의 대사를 촉진시키므로 궁극적으로 약효 감소를 불러온다. 세인트존스워트는 천연 항우울제 성분으로 꽃과 잎에서 유효물질을 추출한다. 

이버멕틴·로페라미드 등 중추신경계 유입 방지

P-gp는 중추신경계로 약물이 유입되는 것을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송체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지사제 로페라미드(Loperamide)는 아편 유사 약물로 과량 투여 시 혼미·호흡저하·졸음 등 중추신경 억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용량에서는 P-gp가 BBB를 통과하지 못하게 막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에서 오피오이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심장사상충 개·고양이 구충제 성분인 이버멕틴(Ivermectin)은 신경독성에 대한 위험성이 자주 제기된다. 이버멕틴은 기생충의 운동신경 중 억제성 가바가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는 GABA시냅스(Gamma-aminobutyric acid ergic synapse, 시냅스)의 전(前)시냅스에서 GABA의 분비를 유도해 염소 이온 채널을 열고 후시냅스에서 GABA와의 결합을 유도한다. 하지만 사람에서는 BBB를 통과하려 해도 P-gp에 의해 제지를 당해 다시 외부로 배출되면서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 

강심제 ‘디곡신’ 농도에 영향 … 항생제 리팜피신 복용 시 효과 감소

디곡신(digoxin)은 심근 수축력을 증가시킴으로써 심박출량을 늘이고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수를 조절하는 강심제다. P-gp 기질약물이면서 P-gp억제제로 작용해 P-gp를 통해 배출되는 약물의 생체이용률을 올린다. 따라서 디곡신과 병용 투여되는 약물의 효과를 상승시키게 된다. 또 P-gp 억제제에 속하는 부정맥 치료제 아미오다론, 베라파밀 등은 디곡신 혈중 농도를 높여 식욕부진, 구역·구토, 부정맥, 시각장애, 어지러움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P-gp 유도제에 속하는 리팜피신과 세인트존스워트는 디곡신 흡수를 저해해 효과를 감소시키므로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肝 대사효소 CYP3A4와 상호협력적으로 작용

P-gp는 간내 효소계인 CYP3A4와 소장 내 세포 점막에 공존하면서 약물 흡수와 대사에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CYP3A4는 약물 대사에 50%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대사효소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특정 약물이 정상보다 체내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

다수의 P-gp 기질약물이 CYP3A4의 기질약물이고, P-gp억제제가 사실상 CYP3A4 억제제처럼 기능한다. 상당수 약물상호작용이 P-gp와 CYP3A4의 억제 및 유도와 관련이 있다. 이같은 상호작용의 대상이 되는 약물로는 비-비타민K 길항 경구용 항응고제(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 NOAC) 제제인 리바록사반(rivaroxaban),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과 타크로리무스(Tacrolimus) 등이 있다.

대한부정맥학회가 2018년에 발표한 ‘심방세동 환자에서 NOAC 사용 지지’에서는 강력한 P-gp 유도 혹은 CYP3A4 유도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 NOAC의 혈중 농도가 현저히 저하될 수 있어 이런 약제와의 병용은 금하거나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반대로 강력한 P-gp 혹은 CYP3A4 억제 약물과 NOAC의 병용은 권고되지 않는다. NOAC 중 하나인 리바록사반(Rivaroxaban)은 CYP3A4 및 P-gp 억제제와 병용하면 항응고 효과가 증가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리바록사반은 CYP3A4에 의해 대사되며 두 가지 배설 기전을 가진다. 약 66%는 신장에 의해 배설되고, 나머지는 장관(담즙-변)에 의해 배설된다. P-gp 억제제에 의해 리바록사반의 혈장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이 약물의 장관 배설은 부분적으로 P-gp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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