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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생동성시험’ 철폐에도 … 제네릭 생산 ‘빈익빈 부익부’ 전망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4-30 05:18:06
  • 수정 2020-05-04 03: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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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개혁위 “품질 개선·리베이트 근절 등과 개연성 적어” … 3배치 의무생산·GMP자료 제출에 중소 제약사 타격 전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했던 ‘공동위탁 생물학적동등성 품목 1+3’ 개정안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의가 철회를 권고해 일시적으로 중소제약사의 부담이 덜어졌다.
2018년 7월 고혈압 치료제 성분인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NDMA)이 다량 함유된 것을 계기로 복제의약품(제네릭) 난립을 제한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했던 ‘공동위탁 생물학적동등성(공동생동) 품목 1+3’ 개정안이 지난 29일 철회됐다. 

이 개정안은 공동·위탁생동 품목 허가 수를 원 제조사 1개에 위탁제조사는 3개까지, 최대 4개 제조사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복제약을 개발하기 위해 한번에 2억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생동성 시험을 독자적으로 실시해야 해 규모에서 밀리는 소형제약사에는 큰 걱정거리였다.

지난 24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공동생동 1+3 제한과 의약품 품질 개선이 무관하다며 식약처에 관련 규제 철회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가 동의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위원회는 공동생동이 제한되더라도 불법 리베이트 근절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제네릭을 만들지 못하는 제약사의 신규 진입이 제한돼 시장경제를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제네릭이 품목 허가를 받기 위해선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검증하기 위한 생동성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공동 생동시험은 2개 이상 제약사가 비용을 나눠 내고 시험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2011년 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제약사 수 제한이 없어졌다. 이에 수십개 제약사가 생동성 시험을 한 번만 해도 함께 제네릭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제네릭 의약품이 기존 53.55%의 약가를 받기 위해선 자체생동 자료 제출과 등록된 원료의약품(DMF) 사용이라는 2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약가 상한가가 15%씩 깎인다. 기등재 제네릭의약품은 3년 내 2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53.55%를 유지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생물학적동등성이 인정된 1만3113품목 중 8616품목(65.7%)이 위탁생산됐다. 현재 전문의약품 60%가량이 생동시험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경구용 제제, 2021년에는 주사제 등 무균제제, 2022년에는 기타 성분·제형 제제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 전 품목에 대해 생동성 자료를 제출토록 할 방침이었다. 

이에 각 제약사들이 제도 변경 전에 많은 허가 품목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 생동에 적극 나서 지난해 의약품 허가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식약처 의약품 허가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허가 건수는 전문의약품 3857품목, 일반의약품 3981품목 등 총 7838품목으로 확인됐다. 2018년 전문의약품 1416품목, 일반의약품 514품목 등 총 1930품목과 비교해 4배 이상 급증했다. 한풍제약 186품목, 라이트팜텍 153품목, 한국신텍스제약 130품목 등 100품목 이상 허가받은 제약사도 나왔다.

같은 약을 상표만 다르게 판매하는 꼴이다 보니 시장 확대를 위해 각 제약사는 불법 리베이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약 품질보다는 마케팅 비용이 매출을 좌우하는 시장 속에서 일부 업체는 생산 공장도 없이 포장지만 바꿔 판매하는 방법으로 약을 유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원회에 참석한 13명의 민간위원 중 8명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A 위원은 “현재 상정된 규제안이 불법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제약업체의 시장진입을 제한하는 게 의약품 품질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개선 효과가 낮고 연구개발 증진 효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긍정적인 의견을 보인 5명 중 B 위원은 “현재 만들어진 제도로는 제약산업의 혁신성, 다양성을 도모하기 어렵고 의약품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이 정상 도입되면 생동시험을 거치며 제약산업에 혁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이날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NDMA 불순물 사태 당시 늑장 대응으로 일관한 식약처는 무책임한 행태와 위원회의 철회 권고를 즉각 수용하는 태도에 변함이 없다”며 “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 정책을 펼쳐야 할 정부가 눈치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제네릭의약품 허가제도 개편과 의약품 브랜드명을 제거한 성분명 허가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제네릭 의약품 생산 관행 아래 제약사는 판매 대행사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며 “과당 경쟁에 따른 불법 리베이트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되고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최소한의 정책 개선마저 포기하는 것은 식약처·위원회가 묵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규제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영세제약사는 딱히 나아질 게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8일 식약처가 입법예고한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안’에는 의약품 기준 및 시험방법 자료 제출 면제대상 축소, 의약품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등 자료 제출대상 확대, 전공정 위탁제조 의약품 허가 신청 시 GMP 평가자료 제출 의무 등 내용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은 공포 1년째인 올해 11월부터는 그대로 시행된다. 

자체 생동시험을 받아야 약가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위탁 생산을 목적으로 허가를 받아도 영세 제약사로서는 득 될 게 없다. 당연히 관련 GMP자료도 마련돼야 한다. 최근 다수의 제약사가 승인받은 기허가 제네릭의약품의 생동시험을 다시 시행한 것도 제조원을 자사 생산시설로 바꾸기 위한 요식 행위의 하나로 풀이된다. 직접 생산한 제네릭으로 생동시험을 진행하고 동등하다는 결과를 얻어야 약가인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탁 제네릭 생산 비중이 높은 영세 제약사는 자체 생산에 부담을 느끼고 생동시험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1월부터 각 제약사가 모든 제네릭 허가를 받을 때 3배치(Batch) 이상의 의약품 물량을 의무 생산해야 한다는 규정도 영세업체에게 큰 부담이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공동생동 규제 철폐로 제네릭 의약품 생산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었다”면서도 “3년 뒤 생동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품목에 대해선 약가가 깎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업계 입장에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9일 공개된 식약처와 위원회간 회의록에서 식약처 관계자는 “복지부의 약가 차등보상제도는 건강보험 재정 보전을 위한 정책이고, 식약처에서 내놓은 이번 개정안은 생동시험을 통해 의약품 품질과 안전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며 “두 정책이 병행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두 정책 중 하나만 시행돼도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이번 1+3 생동시험 철폐화 관련, 민관협의체를 열어 오는 6월까지 제네릭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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