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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어려움 호소하는 약국가 … 매출·고용 감소세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4-27 23:46:38
  • 수정 2020-04-29 19: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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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아청소년과·이비인후과 문전 약국 피해 극심 … 신입 약사 2000명 “취업 어쩌나”
서울 용산구 한 약국에 공적마스크 수급 여부를 알리는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한 때 하루 처방 환자가 10명에도 못 미치던 중소 약국이 다시 활력을 찾을지 주목된다. 약국 경기는 제약사의 전문약 매출 감소와 약사 인력 순환 경직과 직결된 요소 중 하나다.

지난 3월 한 달 서울 용산구 소재 A약국은 평균 매출액이 40% 가까이 감소했다. 이 약국은 개인 의원이 밀집한 3층에 위치한 대형 ‘층약국’으로 처방 조제가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이 약국 K 약사는 “2월 초부터 150건 이상 나오던 처방전이 줄기 시작해 지난 3월 말엔 하루 10건대로 떨어진 적도 있다”며 “4월 중순부터 조금씩 나아진 것 같지만 언제 정상화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층약국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공적마스크도 4월 이후부터는 상대적으로 남아도는 모습을 보였다. 고객이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마스크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만 마스크와 종합감기약, 소염진통제, 소화제 등 일반약을 팔아서는 임대료 보전도 힘든 게 사실이다.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 환자를 주 고객으로 하는 약국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처방 감소 피해가 특히 심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는 것을 부모들이 꺼리는 탓에 상당수 소아과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70~90% 감소했다. 일부 소아과는 요일별 단축근무 등으로 인건비를 절약하며 버티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고 약국만 썰렁하게 남아 다시 개원하기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각 가정에서 마스크 착용과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감기·독감·알레르기 등 봄철 유행 질환 환자가 감소한 것도 소아과 이비인후과의 불황을 굳히는 데 일조했다. 

그나마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치매 등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노인성·만성 질환 환자를 주 고객으로 하는 내과 등을 끼고 있는 약국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코로나19의 영향과 관계없이 처방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진료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제약사 1분기 처방 실적은 감소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소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원외처방액은 약 3조70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6043억원 대비 2.7% 증가했다.
 
이를 반영하듯 처방액 상위 품목엔 치매치료제인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연질캡슐’과 종근당 ‘글리아티린정’(이상 성분명 콜린알포세레이트), 한국에자이 ‘아리셉트정’(도네페질) 등이 이름을 올렸다. 뇌졸중 치료제인 한독 ‘플라빅스정’(클로피도그렐황산수소염),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인 한미약품 ‘로수젯정’(로수바스타틴칼슘, 에제티미브), 고혈압약인 한미약품 ‘아모잘탄정’(로사르탄칼륨, 암로디핀캄실산염) 등도 처방 상위권을 지켰다. 코로나19에 따른 진료과별 온도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불확실성 때문에 병·의원 휴·폐업에 따른 약국 매출 감소 타격이 커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임대료·약사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지 약업계는 불안해하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가 풀려 예전만큼 약국이 활성화되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약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B약사는 “5월 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경계심이 풀어져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여기에 만약 외국에서마저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더 연장될 것이고 아주 날이 더워지는 6월말이나 가야 겨우 얼음이 녹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약국 경기 하강으로 일찍이 없었던 신규 약사 채용도 미뤄지고 고용 사정이 악화됐다. 27일 서울 마포구의 C약국은 주 2회 나오는 약사에게 사정이 어렵다며 고용계약을 종료한 뒤 대표약사인 L씨 혼자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다. L 약사는 “인근 소아과가 주 2회 오전 진료를 하지 않아 그 시간엔 가뜩이나 없는 환자가 오지 않고 있다”며 “약국 파트타임 직원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화, 목요일에 출근하던 약사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약사고시를 통과해 올해 고용시장에 나온 신규 약사는 1936명에 이르지만 각 약국이 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취업이 원활해지긴 어렵다는 게 약업계 시각이다. 취업 대기 약사가 많아지면 기존 형성된 급여 수준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K 약사는 “신규 채용은 증원이 아니라 퇴사자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라며 “요즘 같은 때는 퇴사한 뒤에 약사를 한동안 뽑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쉬는 유휴 인력도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어려움이 계속되자 대한약사회는 최근 전국 16개 시·도 지부에 ‘코로나19 관련 감염병 전담치료병원 운영 등에 따른 인근 약국 매출 현황 조사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직·간접 피해를 입은 약국 현황을 조사한 뒤 정부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조치다.
 
약사회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와 감염병 전담치료병원 지정·운영 등 정부 조치로 관련 동네 약국 환자가 크게 줄어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들 약국의 손실 보상을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직간접적 피해를 본 약국은 약 700곳으로 정부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임대료, 인건비, 휴업일 수 대비 일 매출 감소액 등을 감안해 보상금을 지원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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