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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피해간 ‘신라젠’ 수사 … 여권 인사 연루됐나 ‘촉각’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4-14 14:30:31
  • 수정 2020-04-21 23: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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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산운용업’ 신고도 않고 ‘폰지’ 사기처럼 투자수익 ‘돌려막기’로 일관
‘신라젠’ 주식 발굴 후 ‘뻥튀기’ 성공, 임상 실패로 금융 사기·주식내부 거래 들통 나 
금융사기 혐의로 복역 중인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와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주최한 특강 포스터
검찰이 지난 10일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으로 신라젠 전직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회사의 비정상적인 주가 폭등에 여권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이들의 변호인이 영장심사 일정을 오는 15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 다음날인 16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해 선거 결과를 의식한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서정식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이용한 신라젠 전 대표이사,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 등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미국 비영리 신약 허가 심의기관인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의 무용성 평가에 따른 권고로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PHOCUS)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대거 매도해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2008~2009년 대표이사를 지냈고 문은상 현 신라젠 대표이사와 친인척 관계인 곽씨는 2012~2016년 회사의 감사와 사내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들이 폭락 직전 매도하고 빠져나간 뒤 약 15만명의 주주들이 모든 손해를 떠안았다.

신라젠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순위 2위에 오를 정도로 주가가 급등했다. 2017년 2월 20일 8900원이던 주가는 정확히 9개월 만인 11월 21일 15만2300원으로 무려 17배 치솟았다.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유지하던 주가는 9개월 뒤인 8월 1일 4만4550원에서 임상 중단 사실을 공개한 다음날부터 폭락하기 시작해 두 달 뒤인 9월 30일엔 82.5% 떨어진 7820원을 찍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신라젠 사무실과 부산 북구 신라젠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조국 장관을 앞세워 검찰 개혁을 명목으로 검찰 특수부를 서울중앙지검, 대구지검, 광주지검 3개 지방검찰청에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지했다. 규모가 큰 부산이 아닌 대구에 특수부를 남기는 게 검찰의 부산·경남(PK) 지역의 비리 수사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이 사건을 조국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에 사건을 배당했지만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지난 1월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을 대거 교체한 뒤 직접 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고 조직 개편을 빌미로 합수단을 해체했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을 금융조사부로 재배당하고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 3명, 서울동부지검 소속 검사 1명 등 총 4명을 남부지검에 파견해 수사 인력을 보강해 맞서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증권·조세 범죄 등 전문성이 필요한 수사단을 바꾸면 기존에 진행한 수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사실상 수사를 지연시키고 힘을 빼는 작업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신라젠 투자자 피해를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다. 

지난해부터 신라젠 사건으로 주목받아 온 여권 인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은 신라젠 초기 대주주였던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전 대표와의 관계가 부각되면서 범여권 인사들이 신라젠 주가 사기극에 연루됐다는 각종 의혹을 받고 있다. 유 이사장이 국민참여당 소속으로 경기도 지사에 출마했을 때 보험설계사이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이철 전 대표는 당 창당 멤버로 의정부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이 전 대표는 2011년 12월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합당해 통합진보당이 출범하면서 국회의원 공천에서 밀려났다. 이 사건의 변호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심재환 변호사 부부가 맡은 점도 흥미롭다.

이철 전 대표가 2011년 설립한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수 만명의 개인 투자자로부터 4000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한 크라우드펀딩 투자사다. 이 회사는 3000여명 이상의 자금 모집책을 고용해 1인당 수 백만~수 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 자금을 기반으로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VIK1’, ‘VIK2’ 등으로 명명된 투자조합에 수 백억원을 배분해 각종 이권 사업에 분산 투자했지만 신규 회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을 돌려막는 일종의 ‘폰지(Ponzi)’ 사기를 저질르면서 버텼다. 

이철 전 대표는 신라젠에서도 50억원을 빌려 ‘VIK6’의 투자 수익금으로 돌려막기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조사에서 VIK 직원 이모 씨는 “신라젠으로부터 차용한 50억원, 블루사이드 2차·로커스 등에서 투자 명목으로 모은 돈이 VIK6의 수익금으로 지급됐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신라젠과 VIK6의 자금 거래 전반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개인 자금을 대규모로 유치하면서도 중소기업청의 벤처캐피털이나 은행·보험사가 영업하는 방식의 자산운용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밝혀져 불법 유사수신 행위로 적발됐다. 이에 따라 외부감사, 재무제표 공개 등을 하지 않아 투자금 사용처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 전 대표는 총 거래 금액 7000억원대 투자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8년 12월 징역 8년을 구형받고 법정구속된 뒤 지난해 9월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올해 2월엔 추가 기소된 금융사기 건으로 2년 6월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면 총 14년 6월을 복역해야 한다.

검찰은 이 회사의 자금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간 것을 감지하고, 김창호 전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홍보처장에게 2011년 9월부터 약 4년간 6억2900만원이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 그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구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 낙선했다. 시기로 볼 때 정치 자금으로 쓰였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이에 2015년 김 전 처장은 구속돼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살았다. 출소한 뒤에도 강연과 더불어민주당 당원교육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권 인사인 유시민 이사장은 2014년 8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반대로 유 이사장 지지자가 결성한 ‘시민광장’ 모임이 2015년 6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본사에서 특강을 열기도 했다. 2015년에는 부산대 의료진이 설립한 벤처기업 신라젠의 기술발표회에 이철 대표와 함께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자격으로 참석했다. 행사가 열린 곳은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공교롭게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편법 장학금을 수여받아 논란이 된 곳이다. 이낙연 전 총리 아들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고, 이 학교 강대환 소화기내과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되기도 했다. 

현 문은상 대표도 부산대 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로 비전임 치대 교수도 지낸 만큼 동문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 그는 2017년 12월 21일부터 지난해 1월 3일까지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신라젠 주식 중 30%에 달하는 약 156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문 대표가 챙긴 매각 대금은 1300억원에 이른다. 1000억원대 세금을 내기 위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이 시기 65억원을 호가하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고급 단독주택을 매입한 게 뒤늦게 알려져 투자자의 질타를 받았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신라젠 투자를 명목으로 2013년 3월부터 18개월간 약 550억원을 유치해 이 중 432억원을 투자했다. 이와 함께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신라젠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 투자금으로 펙사벡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벤처 ‘제네렉스’를 인수하며 기업가치 띄우기에 나섰다.

바이오주로 각광을 받은 신라젠 주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정점을 찍고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실패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곤두박질 쳐 막대한 투자자 피해를 입혔다. 이언주 미래통합당 의원과 이민석 변호사 등이 여권 인사가 연루된 신라젠의 ‘초대형 금융사기극’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라며 검찰 수사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로부터 사기를 당한 투자자들도 “유 이사장이 1조원대의 다단계 사기집단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로부터 강연료를 수차례나 챙긴 것으로 볼 때 유착 관계가 의심된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지난해 8월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과 부산 신라젠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위를 올렸다. 합수단이 조국 펀드를 수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유 이사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면서 서초동 촛불집회 지원에 나서는 등 검찰 수사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을 시작했다. 조국 관련 비리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합해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라며 “윤 총장은 사실상 ‘식물총장’으로 검찰총장으로서 위신은 바닥에 추락했다”고 비난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총선에서 압승이 예상되자 유시민 씨가 윤석열은 이미 ‘식물총장’이라고 기뻐한다”며 “유시민씨가 그동안 바짝 긴장해 있다가 이제 마음이 좀 놓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진중권 씨의 모든 주장은 백색소음으로 여긴다”며 무시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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