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환자가 빈번히 발생하는 환절기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확산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기, 손씻기 등 생활수칙을 실천하면서 면역력 증강에 신경써야 한다. 면역력 강화와 호흡기질환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한약들에 대해 이진호 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중국 보건당국 지정, 신종코로나 치료에 사용된 ‘청폐배독탕’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주목받은 한약이라면 단연 ‘청폐배독탕(淸肺排毒湯)’을 꼽을 수 있다.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증상 호전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아 중국 보건당국에서 처방약으로 지정했다.
급성 호흡기질환을 누그러뜨리고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는 마행석감탕, 사간마황탕, 소시호탕 등을 조합해 조제한다. 각 약재들은 열을 내려주고 폐 기능을 원활하게 하여 기침이나 숨찬 증상 등을 완화시켜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이 원장은 “국내 한의계에서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들에게 청폐배독탕을 처방하고 있다”며 “의심 증상을 보이는 이들의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미한 발열, 오한, 마른기침, 근육통에 쉽게 복용하는 ‘구미강활탕’
강활, 방풍, 감초, 천궁 등 아홉 가지 약재를 달여 만들어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상기도와 하기도의 열을 내리는데 뛰어나 발열, 기침, 가래 등 호흡기 관련 증상 완화에 좋다. 진통소염 효과도 있어 근골격계 질환 및 몸살 증상 환자에게도 처방된다.
일반적인 감기 치료에 널리 사용돼왔으며 동의보감에서도 사계절을 불문하고 발병하는 열, 두통에 효과가 있으며 역병이 유행하는 초기 유효한 처방이라고 소개됐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한약이라는 장점도 있다. 가격 부담이 적고 캡슐이나 정제 등 다양한 제형으로 판매되고 있어 시중에서 쉽게 구해 복용할 수 있다.
심한 발열, 호흡기 염증 완화에 효과적인 ‘은교산’
‘은교산(銀翹散)’은 한방에서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열이 나고 목이 아픈 염증성 질환에 주로 쓰이는 처방이다. 주 재료로 쓰이는 연교, 금은화, 우방자 등 약재 등은 약리실험에서 소염,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은교산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널리 쓰이는 한약으로 신종 코로나 이전에도 바이러스질환 치료에 활용된 적이 있다. 2008년 일본의학회 산하 동양의학회가 고열을 동반한 인플루엔자 환자 18명에게 은교산을 투여한 결과 모두 체온이 37.4도 이하로 내려가고 1주일 간 재발이 없었다는 임상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허약하고 원기가 부족하면 ‘공진단·육공단’ 처방
체질이 허약하고 원기가 부족한 노인과 아이들의 면역력을 높이는 한약으로 ‘공진단(拱辰丹)’을 들 수 있다. 녹용, 당귀, 사향 등을 환으로 빚은 약으로서 원기를 증진하고 간장, 심장, 신장을 강화해 면역력을 올리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공진단에 신장을 강화하는 육미지황탕 처방을 더한 ‘육공단(六拱丹)’은 미국 어바인대 의대 실험연구 결과 혈액순환 개선 및 뇌세포 재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Egr1을 활성화하는 효능이 입증됐다. 육공단의 뇌신경 보호 효과는 기억·집중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만성피로 제거, 신경쇠약 개선, 스트레스 해소 등에 좋아 신체의 전반적인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음기와 양기를 조화하는 ‘쌍화탕’은 증상 이후 회복에 도움
‘쌍화탕(雙和湯)’은 피로하고 몸이 허약해진 것을 보하는 처방으로 감기몸살 등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 보통 한방 감기약으로 알려져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치료약보다는 회복약의 성격이 강하다. 쌍화탕의 이름은 음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등 구성 약재는 허약해진 신체의 기운을 북돋는 효과가 있어 피로 회복에 좋다. 질병을 앓고 있거나 치료 후에 회복하는 과정에서 몸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돼 환자 체질에 따라 다른 한약과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
이진호 병원장은 “신종 코로나 감염 예방수칙을 지키는 한편 한약으로 면역력 증강과 증상 완화를 꾀한다면 효과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며 “세부적인 증상과 환자 체질에 따라 다른 처방이 필요하므로 한의사와의 상담해 한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