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이 무섭게 확산하면서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들 감염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안타까운 소아 감염도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 19일, 11살 어린이 확진자를 시작으로 25일 17시 현재 미성년 확진자는 12명으로 늘었다. 이 중 10대 환자는 10명, 나머지 두 명은 4살과 16개월의 영유아다.
국내 미성년 감염자 비중 1.3%, 대부분 주변 성인에서 옮아와
이날 국내 미성년 환자는 전체 환자(893명, 25일 오후 3시 기준)의 1.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인 중국 역시 미성년 환자 비중은 2% 남짓으로 성인에 비해 적다. 이 때문에 ‘소아는 신종 코로나에 잘 감염되지 않는다’는 가설이 믿어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소아들이 신종 코로나 감염이 적은 이유는 성인에 비해 외부 활동이 적어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획가 없어서일 뿐 성인보다 감염되기 어렵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린이들이 신종 코로나에 잘 감염되지 않는다는 루머는 근거가 없다”며 “소아는 부모나 교사 등 접촉이 많은 성인을 통해 감염되므로 주변 어른들의 감염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 환자 증상이 경미한 까닭 … 성인보다 면역력이 낮아서?
지난 24일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다행히 국내 10살 미만의 소아환자 2명의 상태는 경미하다. 중국에서도 소아 중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증상도 비교적 경미했다.
신종 코로나뿐만 아니라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도 소아 환자의 증상은 경미하거나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8000여명의 확진자 중 소아는 135명에 불과했으며, 소아 사망자는 없었다. 이 중 12살 미만 어린이는 병원에 입원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됐지만 12살 이상 어린이는 성인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소아 환자의 증상이 경미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소아의 면역력이 성인보다 낮아 고열·기침 등 면역 활동이 약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최은화 서울대 소아과학교실 교수는 지난 22일 범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바이러스질환의 증상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환자의 면역력과 염증반응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데, 소아는 성인보다 그런 능력이 약해 증상이 경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유치원 일괄 개학 연기 … 어린이집은 아직
증상이 경미하다고 해서 소아 감염이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성인에 비해 체력과 면역력이 약한 만큼 치료 과정에서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다른 질환에 감염될 수 있다. 격리와 투약 정도 등 치료과정도 성인 환자에 비해 섬세하게 관리돼야 한다.
당국은 성인 치료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10살 미만 소아환자를 위해 소아감염학회와 함께 진료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필요한 치료제 시럽 등을 확보, 치료한다는 방침이다.
소아의 감염을 막으려면 바이러스 노출 기회를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학교나 어린이집 등 집단으로 모여있는 환경은 소아 감염 예방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면역력이 약한 소아끼리 모여 있는데다가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감염된 소아의 침과 콧물이 바닥이나 기구에 묻어 다수의 소아 감염을 불러올 수 있다”며 “잠시 개학을 늦추고 어린이집 등은 휴원하며 사태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치원과 학교의 개학은 다음 달 9일로 일괄 연기됐다. 어린이집은 지자체별로 조치가 다르다. 전국 1만8000곳 중 절반만 휴원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