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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손발 저리고 시리고 … ‘혈관vs신경’ 어디가 문제일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20-02-05 16:03:09
  • 수정 2020-09-12 20: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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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림증 원인 70% 말초신경병증, 혈류 정상이라 실제 손은 따뜻 … 찬물에 손 넣어 아프면 신경이상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낮은 주파수의 진동이 미세하게 느껴지면서 불쾌한 통증과 저림 증상이 동반된다.
매년 겨울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손발저림과 수족냉증이다. 늘상 겪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심할 경우 마비 증상까지 동반돼 물건을 집거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열에 아홉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순환 문제로 치부한다. 실제로 날씨가 추울 땐 혈관이 수축되면서 신체 말단 부위로의 혈액공급이 감소해 저림과 시림 증상이 봉반될 수 있다. 혈관질환도 원인이 된다. 만성 고혈압으로 동맥내 압력이 높아지면 동맥벽이 두껍고 단단해지는 동맥경화증으로 악화된다. 이러면 혈관이 좁아지고 탄성이 감소하면서 손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손발저림과 수족냉증 원인 중 혈관 문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신경 문제이며 그 중에서도 말초신경 이상이 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신경은 신경세포를 구성하는 수상돌기, 축삭, 시냅스, 신경말단을 통칭하는 것으로 머리 뇌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그물망처럼 뻗어 운동·감정·감각 정보를 뇌에 전달하고 생존에 필요한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크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구분된다.

중추신경(central nerve)은 뇌와 척수를 둘러싼 연질막 안쪽의 모든 신경 구조물을 통칭한다. 여러 감각기관에서 받아들인 신경정보를 모아 통합 및 조정하는 일종의 중앙처리장치 역할을 담당한다.

말초신경(peripheral nerve)은 신체의 표면, 골격근, 각종 내부 장기로부터 수집된 감각을 중추신경으로 전달하고, 중추신경에서 나온 운동자극을 다시 각 기관에 전달하는 통로다. 크게 척수신경, 뇌신경, 자율신경으로 나뉜다.

척수신경(spinal nerve)은 척수에서 뻗어나오는 총 31개 신경으로 얼굴 부위를 제외한 전신의 운동 및 감각에 관여한다.
뇌신경(cranial nerve)은 뇌에서 갈라져 나온 12개 신경으로 미각·후각·시각·청각, 얼굴 표정, 혀 움직임 등 목 위쪽의 운동·감각 기능을 담당한다. 겨울철에 유병률이 높은 안면마비(구안와사)는 얼굴근육 움직임에 관여하는 7번 뇌신경, 멀미나 어지럼증 등은 청각과 균형감각과 연관되는 8번 뇌신경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자율신경(autonomic nerve)은 생존에 필요한 신체 내부환경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크게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분된다. 주로 한쪽이 활성화되면 한쪽이 위축되는 ‘길항 작용’을 한다. 대체로 교감신경은 흥분제, 부교감신경은 진정제와 유사한 작용을 한다. 운동 같은 활발한 운동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하고 긴장한 상태에서 교감신경이 우위에 서고, 반대로 잠을 자거나 편하게 휴식을 취할 땐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말초신경은 또 기능적으로 손과 다리의 감각을 느끼는 감각신경과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신경으로 나눌 수 있다. 감각신경(somatosensory system)은 손과 발 등 신체기관·피부·장기·뼈 등에서 발생한 감각을 전달하고, 운동신경(motor nerve)는 중추신경에서 나온 신호를 받아들여 근육을 수축 및 이완해 신체를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말초신경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모든 증상을 말초신경병증으로 통칭한다.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낮은 주파수의 진동이 미세하게 느껴지면서 불쾌한 통증과 저림 증상이 동반된다. 이밖에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 손이 차고 시린 느낌, 작열통 등이 나타난다.

말초신경병증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게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불리는 수근관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손목과 연결된 9개 힘줄과 정중신경(말초신경의 하나)이 지나가는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져 손가락 저림, 손목통증, 마비 등이 동반된다. 정중신경은 손목에서 뻗어나와 엄지·검지·중지와 약지의 엄지손가락 쪽 절반에 분포한다.

손목 안쪽 중간 부위를 꾹 눌렀을 때 손가락에 전기가 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 신경이 자극받아서다. 주로 엄지·검지·중지에 저림 증상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통증이 심해지고 손가락 근력까지 약해져 물건을 제대로 집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밖에 당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사지근력이 저하되면서 감각이 없어지고 심하면 호흡근까지 마비되는 길렝바레증후군, 말초신경염 등이 말초신경병증에 해당된다.

말초신경병증은 혈액순환장애와 증상이 비슷해 그냥 방치하거나, 혈행개선제 등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다가 병을 키우기 쉽다. 특히 말초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고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다른 원인과 빨리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 저림보다 손발이 차가운 증상이 심하다면 혈액순환 문제, 반대로 저림과 마비 증상 위주라면 말초혈관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밤에 잠을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깨거나, 찬물에 넣었을 때 손이 아플 정도로 시리거나,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것도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리는 신호다. 백설희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무엇보다 말초신경병증이라면 환자는 손이 시리다고 느끼지만 타인이 만졌을 땐 별다른 이상 없이 따뜻한 경우가 많다”며 “혈류는 정상이라 실제 손은 따뜻한데 감각정보를 받아들이는 신경에 문제가 생겨 뇌가 차갑다고 인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상이 어디에 나타나는지도 중요하다. 백 교수는 “말초신경이 문제일 땐 손바닥, 허리디스크(요추간판탈출증) 등 척추질환이 원인일 땐 손등에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며 “손저림이 양 쪽이 아닌 한 쪽 손에만 느껴지고, 손바닥은 물론 손등까지 저리다면 뇌졸중 전조 증상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저림은 덜한 대신 시린 통증이 심하고 손끝이 하얗게 변한다면 혈관 문제로 인한 말초혈관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말초혈관질환의 하나인 버거씨병(폐색성 혈전혈관염)은 신체 말단 부위 혈관에 동맥경화가 발생해 극심한 통증과 함께 손가락이 괴사된다.

말초혈관병증 치료는 먼저 증상 부위에 부목을 대고 고정시켜 자연회복을 기다린 뒤 스테로이드제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그래도 효과가 없을 땐 좁아진 신경관을 넓혀주는 유리술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평소 술·담배를 멀리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해 말초혈관병증과 직결되는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원천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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