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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는 것도 병(病), ‘식욕촉진제’로 해결해볼까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2-04 19:18:33
  • 수정 2020-02-06 14: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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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게스트롤·시프로헵타딘 … 노인 식욕 부진 개선과 어린이 성장 도움
한미약품 ‘메게롤현탁액’(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보령제약 ‘메게이스내복현탁액’, 삼진제약 ‘트레스탄츄정’, 신일제약의 ‘트렉스오릭스훠트정’
국내 다이어트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할 만큼 영양과잉 시대라지만 식욕이 없어 고민인 사람도 있다. 식욕부진은 (anorexia) 음식물을 먹고자 하는 욕구가 떨어지거나 없어진 상태를 말하며 실제로 평소에 먹던 양보다 음식물 섭취량이 줄거나 전혀 먹지 못하기도 한다.

일시적인 식욕부진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속되거나 기침이나 우울감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신경성 식욕부진이라면 정신과 상담치료가 필요하다. 악성종양에 의한 식욕부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식욕은 주로 시상하부에서 조절되며 식욕부진의 원인은 다양하다. 소화관이 구역감·궤양·과식 등으로 물리적 자극을 받거나 혈당·호르몬·노화 등 복합적 영향으로 인해 식욕부진이 발생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영양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종률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영양실조는 사망·면역체계 파괴·우울증 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며 “식욕부진은 그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성장기 어린이가 밥을 잘 먹지 못하는 경우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령화로 인해 식욕저하에 시달리는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도 삶의 질 악화를 초래한다.

식욕부진 치료는 식생활과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심리적 원인을 해결하는 데서 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들 방법으로 개선되지 않고 증상이 심해 영양이 부족해질 경우 식욕촉진제 등 약물치료를 병용하는 게 좋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식욕촉진제 성분으로는 전문의약품인 메게스트롤(megestrol), 일반의약품인 시프로헵타딘오르트산(Cyproheptadine orotate)이 대표적이다.

메게스트롤아세테이트(megestrol acetate)는 유방암·자궁내막암에 치료에 사용되는 호르몬 치료제로 체내에서 에스트로겐의 효과를 차단해 암 성장을 억제한다. 본래 항암제였지만 사용 중 부작용으로 식욕증진과 체중증가 등의 반응이 나타났고, 이에 제형을 현탁액으로 변경해 식욕증진제로 개발하게 됐다. 1993년 9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식욕부진과 악액질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는 2001년부터 공급이 시작됐다. 악액질은 악성종양이나 난치성질환에 종종 수반되는 체중·체력감소, 빈혈, 소화불량 등의 임상 증상군을 말한다.

보령제약 ‘메게이스내복현탁액’, 한미약품 ‘메게롤현탁액’ 등이 대표적이며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메게스테롤은 현재 암 또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환자의 식욕부진, 악액질 또는 원인 불명의 현저한 체중감소의 치료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메게스테롤은 프로게스틴(progestin)의 한 유형이다. 메게스트롤아세테이트는 식욕억제와 체중감소를 유도하는 사이토카인(cytokine) 분비를 억제한다. 동시에 포만중추 칼슘채널을 조절해 포만감을 덜 느끼게 하고, 시상하부의 뉴로펩타이드Y(NPY)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회복한다. 이 성분은 지방과 결합해 흡수되므로 식전보다는 식후에 복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메게스테롤은 남성이 장기간 복용할 경우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임산부나 모유수유 중인 여성 또는 태아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또 합성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이므로 뇌하수체와 부신피질을 억제해 장기투여 시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이 올 수 있다.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뇨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시프로헵타딘(Cyproheptadine)은 주로 식욕부진 보조제로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로 포만감을 조절한다. 항히스타민제는 두드러기·피부발진·가려움증 등의 알레르기성 반응에 관여하는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한다. 시프로헵타딘은 H1-히스타민 수용체에 결합해 항히스타민 효과를 나타내고, 세로토닌 수용체에 결합해 세로토닌의 작용도 억제한다.

세로토닌이 포만중추에 있는 5-HT2C라는 세로토닌 수용체에 결합하면 포만감을 느낀다. 음식을 섭취하고 혈중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져 글루카곤,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 등이 분비되면서 세로토닌이 방출되고 세로토닌 수용체에 결합함으로써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시프로헵타딘은 세로토닌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포만감을 덜 느끼게 해 음식물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입맛을 돋구는 것보다는 포만감을 조절해 식사량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단독으로 사용되지 않고 비타민, 아미노산 등과 복합된 식욕부진 보조제로 사용되고 있다.

참고로 비만치료제는 세로토닌의 일종인 5-HT2B나 5-HT2C를 자극하는 반면 식욕부진 치료제는 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삼진제약 ‘트레스탄캡슐’(성분명 시프로헵타딘오로트산염수화물·DL-카르니틴염산염·L-리신염산염·시아노코발라민), ‘트레스탄츄정’(시프로헵타딘오로트산염수화물, DL-카르니틴염산염, L-리신염산염, 시아노코발라민), 신일제약의 ‘트렉스오릭스훠트정’(시프로헵타딘오로트산염수화물, L-리신염산염, DL-카르니틴염산염, 시아노코발라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은 식욕을 촉진해 세포 성장을 원활하게 하며 식욕부진과 성장부진 개선을 돕는다. 질병에 걸려 입맛이 없거나, 체중이 급격히 감소했거나, 면역력이 약해 잔병이 잘 나는 아이 등에게 효과적인 약이다. 

시프로헵타딘은 포만감을 조절하고 건강한 식사를 유도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식욕감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 한계를 안고 있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시프로헵타딘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이기 때문에 진정작용이나 졸음이 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항콜린 부작용이 있어서 구갈·시야 흐림·변비·소변저류·안압상승이 올 수 있으므로 점차적으로 복용량을 늘리는 게 좋다. 항콜린제인 아트로핀(atropine)이나 스코폴라민(scopolamine) 등과 병용하면 항콜린 작용이 증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녹내장·신생아·미숙아·소변저류 환자·고령의 쇠약 환자에게는 금기이며 수유부·신부전·과염소성 혈증성 산증(hyperchloremic acidosis) 환자에겐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14일 이내에 모노아민산화효소억제제(monoamine oxidase inhibitor, MAOI) 계열 항우울제 등을 복용한 경우에도 피해야 한다. 디아제팜(diazepam) 등의 신경안정제와 병용하면 수면진정 작용이 과도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밖에 이들 약에 부성분으로 들어 있는 DL-카르니틴은 위액 분비와 혈액순환 촉진을 돕는다. 아미노산의 하나인 L-리신(염산 리신)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시아노코발라민은 혈액생성에 도움을 줘 식욕 증진에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다. 이들 부성분은 일반약으로 약국에서 구입하는 자양강장제·피로회복제·식욕촉진제 등에도 종종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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