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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바이오·헬스벨트 구축 차병원, 일산 찍고 청라서 화룡정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20-01-20 09:16:23
  • 수정 2020-09-14 15: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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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역센터 이어 일산차병원 개원, 지역 1차의원 엑소더스 … 청라의료복합타운 ‘최순실’ 악재에 주춤, 3월 30일까지 공모

고양시 장항동에 위치한 일산차병원 전경

‘사실상 사망 선고나 다름 없죠.’ 난임·여성암 특화병원을 표방하는 400병상 규모의 일산차병원이 문을 열자 경쟁을 피하기 위한 지역 내 산부인과·여성 병·의원의 ‘엑소더스(Exodus, 대탈출)’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개원의들은 가뜩이나 타지역에 비해 산부인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의 출연은 감당하기 힘든 악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역 인근에 들어선 새 병원은 연면적 7만2103㎡에 지상 13층·지하 8층 규모로 총 400병상에 7개 센터, 13개 진료과목, 80여명의 의료진을 갖추고 있다. 특히 여성암, 난임, 고위험임신 분야 특화진료를 위해 부인종양센터·유방센터·갑상선센터·난임센터·신생아중환자실·산후조리원·태교학교 등을 마련하고 민응기·이기헌·한세열 산부인과 교수, 김동수·배정우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스타급 의료진을 배치했다.
 

지역내 산부인과 병·의원들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일산차병원 부지와 500m 떨어진 곳에 있던 일산제일병원은 이미 작년 12월말 문을 닫고 충남 세종시에서 트리니움여성병원으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1997년 제일병원(당시 삼성제일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종표 원장 등 4명의 의사가 공동 개원한 이 병원은 일산 지역 산모들로부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으며 22년간 명맥을 이어왔지만 ‘규모의 경쟁’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산의 한 여성병원 L 원장은 “다른 진료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산부인과는 젊은 산모들이 규모가 크고 시설이 깨끗한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보니 1차 의원들은 줄폐업하고 전문병원 등이 환자를 흡수해 몸집을 키우는 사례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특히 고양시 일산은 산부인과 전문병원만 두 곳이 몰려 있어 경쟁이 치열했는데, 여기에 차병원까지 들어오니 규모가 작은 병·의원은 전의를 상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대표적인 의료밀집 지역이다. 고양시 중 일산동구에만 국립암센터,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동국대 일산병원 등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이 3곳이다. 지하철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인제대 일산백병원(일산서구)과 명지병원(덕양구)이 자리잡고 있다. 산부인과 인프라도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편이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은 총 12곳인데 이 중 허유재병원과 그레이스병원 두 곳이 모두 일산동구에 몰려 있다.
 

김동석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일산차병원 개원 전후로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인 일산 지역 회원들이 적잖다”며 “비혼, 저출산, 저수가,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배상책임 강화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대형병원들의 경쟁은 지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병원 관계자는 “지역 의료기관과의 상생을 위해 원내 3층에 1차 의료기관을 입주시켜 새로운 진료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환자 회송시스템 강화, 개원의 대상 연수강좌 개최, 개원가 잡담회 등을 통해 함께 발전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에 입주시키는 1차의원은 차병원이 개설하지 않은 치과·피부과·안과·통증의학과·정형외과 등만 대상으로 예정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차병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제일병원과 함께 국내 분만 및 난임치료 분야를 선도해왔다. 2015년 제일병원의 난임 분야 핵심인력인 강인수·궁미경·김진영 산부인과 교수를 영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2016년 2월엔 동양 최대 규모의 난임 연구·치료 시설인 차병원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를 개소했다. 그러다 2017년 하반기 이후 제일병원이 무리한 투자로 인한 재정 악화로 주춤하다 결국 2019년 회생 절차를 들어가자 차병원은 유일무이한 여성 전문병원으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게 됐다.
 

현재 차병원은 경기도 성남 판교 차바이오콤플랙스에서 분당차병원, 서울 강남차병원, 차병원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일산차병원에 이르는 거대한 바이오메디컬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차병원이 추진했다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인천 청라 의료복합타운 사업에 의료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4년 차병원그룹 계열사인 차헬스케어는 인천시와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청라국제도시 부지 26만㎡(8만평)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2018년까지 병원·바이오·교육·연구 관련 시설을 집약한 청라 의료복합타운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병원 측은 종합병원과 여성병원 각 3개소, 연구소 7개소 등을 조성해 연간 9500억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하지만 당시 엄청난 사업규모에 비해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고, 핵심시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협약 체결은 너무 앞서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6년 하반기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주사제 대리 처방, ‘비선 실세’ 최순실을 통한 연구비 국고 지원 특혜, 분당차병원 연구중심병원 선정 특혜 등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사업이 불투명해졌다.
 

차병원은 2017년 5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사업이행협약(MOA)을 체결하고 협약이행금 10억원을 지불하는 등 사업 강행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2019년 4월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가 ‘특정 업체에게 토지를 수의계약으로 주는 것은 특혜 소지가 있으니 공모로 사업자를 선정하라’는 의견을 내면서 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인천경제청은 오는 3월 30일까지 사업자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9일 열린  청라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 설명회에는 차병원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동훈AMC 등 병원·시공사·금융사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했다. 차병원 관계자는 “원래 추진했던 사업안에서 큰 변화없이 의료복합타운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사안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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