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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시판허가 줄줄이 앞둔 제약·바이오업계 … 글로벌 진출 ‘재점화’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1-03 17:39:57
  • 수정 2021-06-02 16: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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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임상실패 등 악재 불구 종근당·한미 등 연구개발 지속 … 13일 JP모건컨퍼런스에 다수 기업 ‘러시’

종근당 연구원이 신약개발 관련 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0년 제약·바이오업계는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야심차게 새해를 맞이했다. 잇따른 바이오 업계의 임상시험 실패 등 악재에도 기술이전이나 적응증 변경 등으로 신약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종근당,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한미약품, GC녹십자, 한독 등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주요 임상 결과가 올해 발표될 예정이어서 의미있는 성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종근당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 순항 중이다. 가장 먼저 자가면역치료 신약후보물질 ‘CKD-506’의 유럽 임상 2a상 결과가 올 상반기 중 공개된다. CKD-506은 기존 관절염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신약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면역억제 T세포 기능을 강화해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지난해 3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류마티스관절염을 적응증으로 한 유럽 임상 2a상 연구지원을 받았다.
 

이 회사의 첫 바이오신약인 ‘CKD-702’은 올해 임상 1상에 진입한다. CKD-702는 고형암 성장에 필수적인 간세포성장인자(hepatocyte growth factor receptor, HGFR, c-Met) 수용체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을 동시에 저해하는 항암이중항체로 각 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 증식 신호를 차단하고 수용체 수를 감소시켜 암을 치료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c-Met·EGFR 이중항체 개발이 필요한 것은 환자에게 처방되는 표적항암제를 장기간 투여하거나 그 종류가 많아져 내성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EGFR T790M 돌연변이나 c-Met 증폭 및 과발현 등으로 인해 약물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게 된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받은 대표적인 EGFR 타깃 표적항암제인 ‘이레사정’(성분명 게피티닙, gefitinib)과 ‘타쎄바정’(성분명 엘로티닙, erlotinib)은 우수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1년 내 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항체 신약후보물질은 초기 단계에서도 기술이전이 활발하게 진행될 만큼 주목받는 파이프라인이다.
 

또 2세대 빈혈 치료제 ‘네스프주’(성분명 다베포에틴알파, darbepoetin alfa) 바이오시밀러인 ‘CKD-11101’(상품명 네스벨)은 지난해 9월 후생노동성에서 제조·판매 승인을 받아 올해 일본시장 공략에 나선다. 2018년 4월 미국 제네릭 전문 글로벌 제약사 마일란(Mylan, 화이자 계열 업존과 비아트리스·Viatris로 합병 진행 중)의 일본법인과 네스벨의 일본 내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진행 및 제품 허가, 독점 판매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 후생노동성에 네스벨 제조·판매 승인을 신청했다. 종근당은 완제품을 마일란 일본법인에 수출한다. 네스프의 전세계 매출액은 약 30억달러(한화 3조5800억원)로 일본 내 매출액은 500억엔(약 5500억원)에 이른다.
 

동아에스티는 일본에서 종근당과 같은 날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DA-3880’ 품목허가를 받고 시장경쟁에 나섰다. 그룹 내 바이오시밀러 전문사인 디엠바이오가 생산하는 완제품을 일본 파트너사인 삼화화학연구소(SKK)에 수출한다. JCR파마슈티컬즈·키세이파마슈티컬즈가 공동 개발한 ‘JR-131’이 가세해 치열한 경쟁이 전망된다.
 

동아에스티가 2018년 1920억원에 미국 뉴로보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에 기술수출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NB-01’는 올해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 치료제와 함께 라이선스 아웃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NB-02’도 연내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얀센바이오텍에 1조4000억원에 기술수출한 뒤 공동개발 중인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국내 임상 3상을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이 치료제는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 또는 EGFR T790M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를 적응증으로 하는 표적치료제다.
 

순차적으로 다국가 임상을 준비 중인 레이저티닙은 올 1분기 내에 국내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에는 임상결과 발표와 함께 조건부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중증질환·희귀난치성질환 등은 임상 2상만으로 조건부 허가를 통한 시판이 가능하며 3상 결과는 시판 이후 제출한다. 기존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정’ 대비 효과가 우수함을 증명하는 게 임상 성패의 관건이다.
 

유한은 또 지난해 7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신약후보물질 YH25724의 기술을  8억7000만달러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YH25724는 내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 GLP-1과 공복 상태일 때 간세포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FGF21(Fibroblast growth factor 21)에 결합해 효과를 내는 이중작용제다.
 

한미약품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상용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미가 2012년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Spectrum)에 기술이전한 이 치료제에 대해 지난달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생물의약품 시판허가 신청(BLA) 검토를 수락했다고 밝히면서 허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제출한 BLA의 사전검토 기한이 오는 10월 24일까지로 올해 4분기 중 승인이 예상된다.
 

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암젠 ‘뉴라스타프리필드시린지주’(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 pegfilgrastim) 대비 중증 호중구감소증 지속기간(Duration of Severe Neutropenia, DSN) 감소 측면에서의 비열등성과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했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미국에서만 4조원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허가받으면 15년 만에 이 분야 신약이 탄생하게 된다.
 

한미가 2015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표적항암제 ‘포지오티닙’(Poziotinib, HM781-36B)은 지난해 12월 27일 임상 2상에서 첫번째 환자군(코호트1)을 대상으로 1차 유효성 평가변수인 객관적반응률(ORR)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밝혀 진행 중인 다른 코호트 연구를 통한 유효성 증명이 숙제로 남았다.
 

GC녹십자는 지난해 5월 중국 식약처(NMPA, 옛 CFDA)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주’와 지난해 9월 중국 NMPA로부터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된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의 중국 내 시판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헌터라제는 올 상반기, 그린진에프는 올 하반기에 중국 품목허가가 예상된다.
 

헌터라제는 IDS(Iduronate-2-sulfatase) 효소 결핍으로 골격 이상, 지능저하 등이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의 치료제로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고 정제된 IDS 효소를 정맥에 투여해 헌터증후군 증상을 개선한다. 2012년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뒤 10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그린진에프주는 2010년 GC녹십자가 세계 세번째로 개발한 3세대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A형 혈우병치료제다. 혈장유래 단백질을 사용하지 않아 안전성이 높다. 중국은 전체 혈우병 환자의 20%가량만 치료를 받고 있고 치료제 시장이 유전자재조합 제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GC녹십자에 유리한 상황이다.
 

올 4분기에는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10%’의 미국 FDA 품목허가에 재도전한다. 2015년부터 미국에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5%’로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계속해서 허가가 지연되자 고농도인 10% 제제로 먼저 공략한 뒤 5% 제제도 승인받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한독과 제넥신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의 미국 임상 3상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2016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지원과제로 선정된 뒤 같은 해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이 호르몬제는 유럽 임상에서 대조약 지노트로핀을 매일 투여한 환자군에서 연간 키 성장속도가 9.14cm인 것에 비해 GX-H9 투여군에선 주 1회 투여만으로 10.5~11.76cm 성장한 결과를 나타냈다. 임상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독은 제넥신과 GX-H9 관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월 대사성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기업 미국 레졸루트에 2500만달러를 공동투자해 지분 54%를 확보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올 1분기에 자가면역질환 신약 ‘HL161’의 증증근무력증 미국 임상 2상과 그레이브스안병증 글로벌 임상 2a상을 마칠 예정이다. HL161은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병원성 자가항체(pathogenic auto-antibody)의 세포 내 분해를 촉진해 증세를 완화하는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신약이다. 2017년 12월에 미국, 유럽, 중남미 등에 대한 사업권을 5억250만달러(약 6300억원)의 기술료와 별도의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스위스 로이반트(Roivant)에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로이반트는 기술이전 받은 HL161(로이반트 코드명 RVT-1401)의 사업화를 전담하는 자회사 이뮤노반트를 설립해 미국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오스코텍, 레고켐바이오, 올릭스, 앱클론 등 바이오기업이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연내 결과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던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VM202)’는 약물 혼용 의심에 대한 조사 결과를 1월 중 발표하고 오는 3월 임상 3상을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다.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다수의 국내기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기술수출 등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컨퍼런스에서 참여하는 기업은 셀트리온, 한미약품, 유한양행,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LG화학, JW중외제약, 제넥신,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엔지캠생명과학, 티움바이오, 압타바이오, 펩트론, 나이벡 등이다. 이들 기업이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총력전을 펼쳐 대규모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같은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바이오 기업의 임상 실패 등 부진한 성과로 시장 분위기가 침체됐지만 올해 개발 중인 신약 임상이 연이어 발표를 앞두고 있어 긍정적 결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시장 도전이 재점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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