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연간 25억원 추가 로열티 부담, 산모 1인당 10만원가량 검사비 인상 … 美·英·獨서 잇따라 ‘특허 인정’ 승소 결과
비침습적 산전 검사(Non-invasive prenatal testing, NIPT) 관련 유전자분석 장비 및 소프트웨어 선도업체인 미국 일루미나(Illumina)가 지난해부터 미국, 영국, 벨기에, 독일, 스웨덴, 스위스 등에서 자사의 NIPT 특허를 침해한 해당국 업체에게 잇따라 승소함에 따라 국내 바이오업계에도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본지 취재 결과, 일루미나는 NIPT 분석기기 사용 대가로 분석 1건 당 75달러의 추가 로열티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서 연간 3만건의 NIPT 분석이 이뤄져 225만달러(한화 25억원)의 로열티를 일루미나에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분석 건당 75달러의 로열티가 추가되면 소비자인 산모들이 지급해야 할 비용도 10만원 정도 오르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해외에서 의뢰받은 NIPT 검사 원가도 상승해 국제경쟁력을 저해될 것으로 보인다.
35세 이상 산모의 고령출산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출산 전에 산모의 혈액을 뽑아 태아의 다운증후군·에드워드증후군·파타우증후군 등 발생 여부를 판별하는 NIPT 검사가 증가 추세에 있다. 기존 양수검사는 양수 채취 과정에서 산모의 통증과 출혈, 자궁의 오염 가능성 때문에 기피돼 고위험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실시돼왔다. NIPT는 국내에 2013년말 들어와 2014년부터 활성화됐으며 당시에는 검사 비용이 250만~300만원 안팎(주로 해외 의뢰)으로 고가였으나 지금은 국내 유전체 분석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국내서 분석이 이뤄져 60만~80만원 선으로 크게 떨어졌다.
본지가 미국 일루미나 본사에 보낸 서면질의에 대해 에릭 엔디코트(Eric Endicott) 대회협력부장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진행할 NIPT 특허침해 관련 소송 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답해줄 수 없다”며 “특허 범위 상 개별실험실에서 시험방법의 설계와 관련 시료·기구의 생산이 이뤄지는 검사실자체개발검사(Laboratory developed test, LDT)는 건당 분석 수수료를 요구할 예정이며, 대다수 한국 업체처럼 주문자 의뢰로 NIPT 분석 시스템의 생산 및 시험이 이뤄지는 맞춤형서비스(in vitro diagnostic assay, IVD) 조건 아래서는 추가로 부과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일루미나가 주요 한국 NIPT 분석업체에 로열티 지급방법에 대한 사항을 내용증명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NIPT 관련 시약·기기·분석프로그램 등을 일괄 일루미나로부터 공급받거나, 로열티를 지불하는 쪽으로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일루미나와 협력체계를 긴밀한 구축해온 몇몇 업체는 로열티 할인을 협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일루미나가 국내에 등록한 NIPT 특허는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서 1차 특허신청시 한번 기각됐음에도 재신청에서 신중한 검토없이 등록이 허용돼 특허당국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며 “이 때문에 NIPT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특허당국이 국민건강에 직결된 특허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수렴 프로세스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루미나는 지난해 1월말 로슈의 자회사인 아리오사다이아그노틱스(Ariosa Diagnotics)와의 NIPT 특허소송에서 승소했다. 미국 샌프란스시스코 연방법원은 아리오사의 하모니(Harmony) NIPT검사가 두 종류의 일루미나 NIPT 특허를 침해해 267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올해 6월엔 영국 고등법원(2심)은 아리오사의 특허침해를 인정했다. 2017년 영국 1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이밖에 여러 나라에서 일루미나가 NIPT분석검사의 특허권을 인정받은 판결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