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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2·3세 경영승계 탄력받은 제약업계 … ‘혁신’ 바람 일으킬까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2-19 03:18:26
  • 수정 2020-09-15 11: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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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파에 개방적·직원배려 리더십 선보이려 노력 … 불법 리베이트 등 불공정 관행 타파 관건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왼쪽부터),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
국내 제약사의 2세 또는 3세 경영 승계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보령제약, 삼진제약, 국제약품, 유유제약 등이 세대교체에 나서면서 지배구조 변화와 경영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해외 경험을 갖추고 개방적·합리적인 세대로 교체됨에 따라 기존 1세대, 2세대가 가진 특유의 보수적·폐쇄적 경영 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경영 승계자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서는 등 도전 의지를 비치고 있다. 다만 수십년 누적된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일소하고, 국내적 시야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각으로 넓혀가야 하는 등 묵은 과제가 산적하다.
 
이들 기업 중 대표 자리를 가장 먼저 승계한 곳은 보령홀딩스다. 이 회사는 지난 11일 신임 대표이사에 김정균 운영총괄 사내이사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보령제약그룹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4녀 중 장녀인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올해 34세다. 보령약국으로 사업을 시작한 김승호 창업주는 장녀인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에게는 보령제약을, 막내인 김은정 부회장에게는 보령메디앙스를 각각 물려줬다.
 
지난해 12월 김 회장은 보령제약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하고 안재현 보령제약 대표이사가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겸직해왔다. 이후 정확히 1년만에 안 대표가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사임하면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 미시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석사학위(사회행정약학)를 받았다. 공군 학사장교로 중위로 전역했다. 2011년 삼정KPMG에 입사해 컨설팅 업무를 익힌 뒤 2014년 1월 보령제약에 이사대우로 합류해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2018년 1월부터 보령홀딩스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 임원으로 승진해 입지를 다졌다. 경영총괄 임원으로 근무할 당시 보령컨슈머를 설립하고 각 사업회사를 이사회 중심 체제로 전환해 신속·투명한 의사결정 체계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 지분은 김은선 회장 45%, 김 대표가 25%를 보유하고 있다. 보령홀딩스는 2017년 1월 보령제약그룹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한 법인으로 이 회사를 중심으로 보령제약 및 계열사를 지배한다. 김 대표는 보령제약 1.4%, 보령파트너스 88.0%를, 보령컨슈머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령컨슈머의 전신은 보령수앤수로 2015년 투자부문이 인적분할해 보령파트너스로 독립했다. 보령파트너스는 백신전문 비상장사인 보령바이오파마 지분을 87.4% 가지고 있다.
 
김승호 회장이 막내 김은정 보령홀딩스 부회장에게 물려준 보령메디앙스는 지난달 6만7508주의 보령제약 지분을 처분해 보령제약 지분율을 5.27%에서 5.22%로 줄였다. 이를 통해 확보한 약 11억원의 현금은 보령홀딩스가 보유한 보령메디앙스 지분을 사들이는 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968년 최승주·조의환 회장이 공동 설립한 삼진제약은 지난 13일 오너 2세들을 승진시키며 경영권 승계를 진행하고 있다. 최 회장의 장녀 최지현 상무와 조 회장의 장남 조규석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고 조 회장의 차남인 조규형 이사도 상무로 승진했다. 최 전무와 조 전무는 각각 2009년과 2011년 삼진제약에 입사해 2015년말 이사, 2017년말 상무로 함께 승진한 것으로 볼 때 공동경영 체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최 전무는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과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삼진제약 입사 이후 마케팅과 홍보 업무를 맡고있다. 조 전무는 미국 텍사스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를 받고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경력을 살려 입사 이후에도 경리 및 회계 업무를 하고 있다. 각자 맡은 분야에 특화돼 영업 부문에 대해선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분 확보에 먼저 나선 건 최 전무다. 지난 10월25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 3만8692주를 취득해 지분율 0.28%를 확보했다. 조 전무, 조 상무는 아직 지분이 없다.
 
이들은 감소한 매출실적을 개선하고 세 차례 세무조사를 통해 부과받은 수백억원의 추징세액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회사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827억7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떨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삼진제약에 추징한 세액(의사에게 리베이트 제공 후 영수증 증빙 누락분 추산 금액)은 각각 197억2886만원과 220억6300만원으로 총 418억원에 달한다. 올해 부과된 세금은 지난해 순이익인 255억원과 맞먹는다. 지난 1월 10일 220여억원의 추징세액을 회사 선급금으로 납부한 후 후 늑장 공시해 지난 7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 9월엔 2014년 상반기 고혈압·고지혈증치료제 ‘듀스틴정’ 등 7개 품목에 대해 리베이트 살포가 적발돼 판매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같은 위기를 탈피하고자 삼진제약은 지난 7월 컨슈머헬스사업본부를 신설해 게보린 등 일반약 판매를 확대하고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팀과 협력해 만든 화장품 브랜드 에이비에이치플러스(abh+)를 출시하는 등 매출 확대에 나섰다. 본부장에 한독, 대웅제약, 로슈 등에서 컨슈머헬스 분야를 지휘했던 성재랑 전 보령컨슈머 상무를 영입해 반년 만에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국제약품은 2017년 1월 선임한 남태훈 대표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지분율 확보에 나섰다. 남 대표는 올해 40세로 남영우 국제약품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그동안 변동이 없던 개인 지분을 올해 수차례 장내 매입하면서 지난해 1.75%에서 2.1%로 늘렸다. 또 겸직하고 있는 효림산업의 대표이사 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 경영 행보에 변화를 보였다.
 
남 대표는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효림산업 관리본부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기획관리팀 대리로 근무했다. 2009년 4월 국제약품 마케팅부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영업관리부장, 판매총괄 부사장을 거쳤다. 2016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목표치 이상의 이익을 직원에게 나눠주는 ‘초과이익분배금(Profit Sharing, PS)’ 제도를 도입해 주목받았다.
 
효림산업은 해수담수화 등 수처리 설비 제조기업으로 국제약품의 설립자인 고 남상옥 씨가 제약사 설립 2년 전 만든 효림인트라가 모태다. 효림인트라는 국제약품의 23.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우경의 전신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수익을 올려 제약사업에 뛰어드는 원동력이 됐다. 이에 국제약품 경영 승계는 우경의 지배력 확보가 관건이다. 남 명예회장은 우경의 지분 52.09%와 국제약품 8.52%를 보유하고 있다.
 
국제약품은 남 대표 선임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까지 2000억원 매출 달성이 목표다. 하지만 지난해엔 불법 리베이트 살포로 곤욕을 치렀다.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42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 또는 조성한 혐의로 남 대표가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해 9월 ‘반부패 경영’을 선포한 지 한달만에 일어난 일로 체면을 구겼다.
 
경찰에 따르면 본사에서 전국 영업지점을 수직적으로 관리하면서 영업 직원들에게 특별상여금, 본부지원금, 출장비, 법인카드 예산 등을 지급한 뒤 영업기획부서에서 각 지점장을 통해 지급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은 1명당 최소 300만원부터 최고 2억원에 달했고 리베이트를 제공한 병·의원만 전국 384개에 이른다. 매출과 별개로 이같은 신뢰 리스크를 극복하는 게 경영환경 개선의 관건으로 보인다.
 
유유제약은 이미 지분 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회사는 1941년 유한양행의 계열사로 설립된 유한무역이 전신으로 유한양행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회장의 셋째 동생인 고 유특한 회장이 창업주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오너 3세인 유원상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유 대표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유유제약의 지분을 11.32%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이자 창업주의 장남인 유승필 회장 12.56%과 지분율 차이가 1.24%p밖에 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유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승계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했다. 지분 승계 방식이 비상장사나 공익법인을 통한 우회방식이 아니라 꾸준한 장내 매입을 통해 늘려왔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유 대표는 미국 트리니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서앤더슨과 메릴린치증권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노바티스에서 글로벌 제약사를 경험했다. 2009년 유유제약 상무이사로 입사한 뒤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거쳐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2015년부터 유유제약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유유헬스케어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유 대표가 합류하면서 안정추구형이던 기업문화가 도전적·수평적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월 사내 제안 우수자에 포상하고 회사 주식을 무상 증여하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해 의욕적 업무 분위기를 조성했다. 여성근로자 복지시스템,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도 신설했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시도해 2013년에는 매출 부진에 빠져 있던 멍 완화 연고 ‘베노플러스겔’ 판매를 2배로 늘렸다. 오픈이노베이션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유유제약도 리베이트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4월 유 대표 선임은 전임 최인석 대표와 임원 3명 등 총 4명이 5억원대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기소돼 이뤄진 면도 없지 않다. 유 대표 체제가 오명을 떨쳐내고 유유제약의 도약을 이끌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너 2·3세 경영 승계가 빨라지는 것처럼 그들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속도도 빠른 게 사실”이라며 “폐쇄적인 기업문화가 차츰 변화하는 것을 직접 느끼는 직원들이 많고 기존 제네릭(복제약) 생산 중심에서 신약개발이나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신사업을 창출하는 노력이 늘고 있는 만큼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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