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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페질 치매 패치제 개발 경쟁 가속화 … 글로벌 시장 정조준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2-18 01:11:08
  • 수정 2020-09-15 11: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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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큐어·美코리움, ‘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 … SK케미칼, 리바스티그민 성분 패치 지난달 美 FDA 승인
SK케미칼이 개발한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성분 패치형 치매 치료제 ‘SID710’
치매 환자의 증가로 제약·바이오 업계가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기존 경구약 성분을 붙이는 패치제로 개발하는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는 전세계 치매·알츠하이머병 환자 수는 2013년 4400만명에서 2050년 1억3500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고 글로벌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1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1800억원으로 최근 4년간 1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2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의 70%가량이 도네페질 성분이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도네페질 성분이 혈관성 치매에 효과가 없어 적응증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패치제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관련 이 약을 복용하던 기존 환자 중 혈관성 치매는 10% 정도에 불과해 알츠하이머병을 적응증으로 개발하는 움직임은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패치형 치료제는 경구용 정제, 구강붕해정, 구강필름 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이점이 많다. 복약 시간과 횟수를 기억하기 힘들거나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를 겪는 환자에게 피부에 부착하는 것만으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효과는 정제와 대등하면서 오심, 구토, 염증 등 부작용이 적고 간독성 등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구강붕해정이나 구강붕해필름은 타인에게 치매약을 먹는다는 사실을 노출시키지 않고, 물 없이 복용해서 간편하지만 기본적으로 구강 점막으로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연하장애 등을 겪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일정 부분 흡수에 제약이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세계 최초 도네페질(Donepezil) 성분 패치제’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셀트리온·아이큐어, 동아에스티, 대웅제약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미국 코리움(Corium)이 이 제형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올 4분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2020년 3월 말 출시를 계획했지만 진행 상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오리지널 약 ‘아리셉트정’을 개발한 에자이도 패치제 개발에 수차례 도전했으나 실패한 난제였다.
 
셀트리온과 아이큐어는 지난달 도네페질 패치제 공동 개발해왔다는 소식을 공표했다. 아이큐어는 2017년 6월 자체 기술인 경피전달시스템(Transdermal Drug Delivery System, TDDS)을 기반으로 패치제 제형을 개발했다. 이후 동물실험(비임상), 임상 1상을 마쳤고, 셀트리온과 패치제 개량신약에 대한 공동 판권 계약을 체결한 이후 한국·대만·호주·말레이시아 등에서 공동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말 국내 허가가 목표다. 양사는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10여개국에 특허를 출원해 2035년까지 독점권을 확보했다. 이들 회사가 개발 중인 도네페질 패치제는 1주일에 2회 부착하는 형태로 1일 1회 투약해야 했던 기존 경구용 치료제보다 편의성이 높다.
 
아이큐어는 400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전북 완주공장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cGMP급 생산기지를 갖추고 지난달 FDA에 도네페질 패치제 임상 1상 신청을 위해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파렉셀(PAREXEL)과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3월 식약처로부터 치매 패치제인 ‘DA-5207’의 임상 1상 승인을 얻었다. 알츠하이머 치매 적응증을 대상으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2013년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하고 강신호 사장이 직접 센터장을 맡아 연구개발에 집중할 정도로 이 분야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개발 중인 패치제는 주 1회 제형으로 경쟁 제품 대비 편의성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제약은 TDDS 기술을 보유한 라파스와 ‘도네페질 마이크로 니들 경피 패치’를 개발 중이다. 패치에 약물을 주입하기 위한 특수 미세바늘이 박혀 있는 제품으로 주 2회 또는 3회 부착하는 패치제다. 내년 임상 1상을 시작해 2023년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도네페질 패치 개발에 나섰으나 경쟁자가 늘고 독자 기술 확립에 애를 먹으면서 추가 진행과 관련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의 경쟁구도 중 아이큐어가 가장 먼저 시판 허가에 골인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지난해 식약처가 규정을 바꾸면서 후발 주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됐다. 식약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를 위한 패치제(경피흡수제)를 개발할 때 도네페질의 혈중 약동학적 평가변수와 임상적 평가변수의 상관관계와 패치제와 경구제의 생물학적동등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 1상 자료를 제출하면 조건부로 시판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한마디로 개량신약 개발과 마찬가지로 2상, 3상을 생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이큐어는 이전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상 3상을 마쳐야 출시가 가능하지만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등은 1상에서 관련 입증 자료를 도출할 수 있게 임상시험을 디자인하면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맞았다.
 
이에 아이큐어는 국내 시장에 초점을 맞춘 동아에스티, 대웅제약과 달리 글로벌 임상 및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최근 직판 체계 구축 등으로 유통망 강화에 나선 셀트리온과 손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큐어는 임상 대상자 376명(3상)으로 이제 막 1상에 들어간 동아에스티 36명, 대웅제약 12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식약처의 규정 변경에도 불구하고 최근 3상 임상 참여자 모집이 순조롭게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 최초 타이틀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는 평가다. 마지막 환자를 모집한 뒤 6개월의 투약 기간을 거쳐야 약효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임상을 시작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
 
제약사 관계자는 “치매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많은 제약사가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며 “참여하겠다는 임상 대상자 모집에 속도가 나지 않는 게 어려운 측면”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지난달 27일 자체 개발한 치매 치료 패치제 ‘SID710’(성분명 리바스티그민, Rivastigmine)가 미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국산 기술로 개발된 치매 치료 패치 중 FDA 승인을 받은 첫 제품이다.
 
이 성분의 패치제는 2007년 노바티스가 처음 개발한 ‘엑셀론패취’다. 이 패치제 개발에 수많은 제약사가 도전했지만 약물전달체계 등 핵심기술 확보가 어려워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이번 FDA 승인으로 SID710는 엑셀론 제네릭 중 6번째로 미국에 진출하게 됐다.
 
SK케미칼은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2010년 SID710 개발에 성공했다. 2012년에는 유럽연합(EU) 생동성시험을 통과해 유럽 내 첫 번째 엑셀론 제네릭으로 허가 받았다. 국내에서는 ‘원드론패치’라는 제품명으로 2014년부터 판매 중이다.
 
이 회사는 1995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관절염 치료용 패치제 ‘트라스트패취’(성분명 피록시캄, Piroxicam)를 개발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번 결실을 맺었다. 현재 19개국에 진출해 24개 주요 제약사와 판권·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현지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다만 리바스티그민은 상대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는 효과가 다소 덜하고 파킨슨병에는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네페질과 마찬가지로 증상의 개선보다는 증상 진행을 늦추는 데 사용한다. 도네페질보다 오심·구토 등 위장장애가 흔하다. 국내 리바스티그민 성분 패치제는 명인제약, 부광약품, 신신제약, 현대약품, 휴온스 등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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