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인의 피로회복과 건강을 책임진다는 고함량 비타민B 제품이 인기를 끌며 많은 제약사에서 경쟁하듯 다양한 컨셉의 고함량 비타민B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성분표를 확인해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니아신(niacin), 혹은 니아신아미드(niacinamide)라는 비타민B3 성분이다.
비타민B군은 B1(티아민), B2(리보플라빈), B3(니아신), B5(판토텐산), B6(피리독신), B7(비오틴), B9(엽산), B12(시아노코발라민) 등 8가지다. 이들 중 비타민B3는 인체에서 500가지 이상의 생화학 반응에 관여하며 체내 세포유지와 신진대사를 돕는다. 많은 작용을 하기 때문에 종종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설명되기도 한다.
비타민B3는 체내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으로부터 합성된다. 주로 니아신(혹은 나이아신)이라고 불리며 니코틴산(nicotinic acid), 니아신아미드, 니코틴아미드(nicotinamide)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니아신은 니코틴산을 가리킨다. 니아신아미드는 니아신에 아미드가 추가된 것으로 니코틴아미드와 같다. 니아신은 니아신아미드의 아미드기(-NH2) 대신 수산화기(-OH)가 자리함으로써 산성물질의 특성을 갖는다.
니아신의 원래 이름은 니코틴산(nicotinic acid)이었으나 담배 유래 독성물질인 니코틴(nicotine)과 구별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 니아신이 B3인 것은 발견 당시 세 번째로 발견한 수용성비타민이었기 때문이다.
니아신은 흰색의 바늘 모양 결정이며 물에 잘 녹고 산·알칼리·빛·열·산소 등에 비교적 안정적이다. 동물조직에 주로 니아신아미드 상태로 존재하며 니아신으로 분해 및 흡수된다. 니아신의 체내 흡수율은 높은 편이다. 섭취된 니아신은 각 신체조직으로 전달되고 이후 조효소 형태인 니코틴아미드아데닌디뉴클레오티드(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NAD)와 인산니코틴아미드아데닌디뉴클레오티드(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phosphate, NADP)로 존재하게 된다. NAD와 NADP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대사과정, 스테로이드 합성 등 50여 가지 생체 화학반응에 관여한다.
니아신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며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한다. 특히 몸에 나쁜 저밀도지단백(Low density lipoprotein, LDL) 결합 콜레스테를 수치는 낮추고,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igh density lipoprotein, HDL) 결합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치료제로 사용된다. 니아신은 지방조직이 분해돼 콜레스테롤의 원료가 되는 것을 방해하고, LDL-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아포단백질B의 합성과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이같은 효과를 낸다.
니아신은 이밖에 신경계과 소화기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다양한 성호르몬 생성을 돕는다. 니아신아미드는 콜레스테롤 조절 능력이 없으므로 치료제로 쓰지 않는다.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신경계 관련 질병에도 니아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 결핍에서 비롯되고, 이 때 증상 완화를 위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 계열 항우울제가 가장 많이 처방된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에서 합성된 물질이다. 트립토판으로부터 세로토닌을 형성하는 대사 과정에서 니아신이 생성된다. 트립토판은 곧 니아신의 원료물질이다. 니아신 결핍은 세로토닌 생산에 지장을 주면서 우울한 기분 조성에 관여하게 된다.
니아신아미드는 피부관리에 효과적이다. 세라마이드(ceramide), 지방산 생성을 늘려 피부 수분손실을 막는다. 또 피부표피 방어막을 구성하는 케라틴, 세포간지질의 생성을 촉진해 피부를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이밖에 과도한 피지분비를 억제해 염증성 여드름을 완화하며, 자외선으로 인한 노화를 억제하는 등 안티에이징에도 효과적이다.
니아신은 식품에서 비타민 그 자체 또는 트립토판으로 존재한다. 트립토판을 이용해 합성이 가능하며 섭취한 트립토판의 3%가 니아신으로 전환된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이뤄지면 필요한 양의 니아신을 체내에서 합성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니아신 일일 권장 섭취량은 남자 16mg, 여자 14mg이다. 임신 및 수유기에는 에너지 이용 증가분을 고려해 평균 필요량을 하루 3mg, 권장섭취량을 하루 4mg 만큼 증량한다.
조리 과정에서 쉽게 파괴되지 않는 니아신은 육류, 생선, 견과류, 콩류, 버섯, 브로콜리 등에 풍부하다. 우유와 달걀에는 니아신으로 전환되는 트립토판이 풍부하다.
니아신 결핍 정도가 심해지면 영양장애로 신체 여러 기관에 병변을 나타내는 ‘펠라그라(pellagra)’를 유발할 수 있다. 펠라그라는 이탈리아어로 ‘거친 피부’를 의미하며 니코틴산결핍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손발·목·얼굴 등과 같이 햇볕을 쬐는 피부에 생기는 홍반 및 신경장애와 위장장애가 주로 나타난다. 망상과 정신적 혼란이 나타날 수 있으며 급성증일 때는 발열·설사·의식장애를 일으켜 사망하기도 한다.
펠라그라는 기본적인 식생활이 영위되는 사회에서 흔하게 발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알코올중독·결핵·위장병·트립토판 대사장애 등이 있으면 걸리기 쉽다. 열대나 아열대지방에서 많이 발생하며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지방에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수수의 니아신 함량은 쌀의 니아신 함량과 비슷하고, 대부분 채소에 비해 오히려 높다. 그럼에도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지역에 니아신 결핍증이 많은 것은 옥수수에 있는 니아신은 단백질과 단단히 결합돼있어 흡수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치료를 위해 니아신과 니아신아미드를 주요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보충해야 한다. 성인은 니아신아미드를 경구로 하루 300~500mg을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수일 복용한다. 급성기 환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알코올과 햇빛 노출을 피해야 한다. 단백질과 니아신이 풍부한 식품 섭취가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도 복용할 수 있다.
비타민B군 중에서도 비타민B3는 고용량 복용 시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 중 하나다. 속이 메스껍고 얼굴이 붉어지는 부작용이 대표적이며 이런 증상은 복용량을 줄이면 완화될 수 있다. 다만 알코올을 섭취하면 홍조가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부작용이 심할 경우 당 수치 변화, 근육 통증, 두통, 경련, 부정맥, 간 손상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간이나 신장에 질환이 있거나 위궤양 병력이 있는 사람은 니아신 보충제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니아신은 요산분해효소를 억제하고 요산 분비를 감소시켜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통풍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밖에 당뇨병 치료제와 함께 섭취하면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니코틴 패치를 니아신과 함께 사용할 경우 니아신 홍조 부작용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