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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사노피, 한미약품서 도입한 ‘에페글레나타이드’ 글로벌 판매사 물색
  • 김신혜·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2-10 10:59:44
  • 수정 2021-06-22 00: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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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내 NDA 목표 5개 파이프라인 중 유일한 당뇨신약 … 항암제로 투자중심 옮기며 당뇨약 개발 소외 우려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노피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주 1회 투여 제형의 2형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한 뒤 글로벌 판매 담당 파트너를 물색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사노피는 “자사 항암제 분야 신약 파이프라인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적인 상용화 및 판매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과는 무관하며 한미약품과 라이선스 계약 세부사항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유사체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한미약품이 개발해 2015년 사노피에 계약금 4억유로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milestone)으로 35억유로를 받고 기술수출했다. 총 39억유로(당시 한화 약 5조원) 규모로 한미약품의 라이선싱 아웃 성과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에페글레나타이드에는 한미의 신약개발 플랫폼인 ‘랩스커버리’(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의 약어. LAPscovery)가 적용됐다. 말 그대로 오래 효과가 지속되게 유지하는 단백질 또는 펩타이드 발굴 기술을 의미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 같은 신물질에 랩스커버리 기술로 발굴한 단백질(랩스캐리어)을 결합시켜 다양한 신물질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랩스커버리 기술을 사용하면 물질의 분자량이 늘어 흡수되는 속도가 둔화되고 약물 반감기가 크게 늘어나 약효 지속시간이 연장된다. 현재 단백 유래 생물학적제제의 약효시간(약물 반감기) 연장에 가장 많이 쓰는 페길화(PEGylation)에 따른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페길화는 유효 성분의 생리활성과 수용체 결합력 감소로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PEG(Polyethylene glycol, 폴리에틸렌글리콜) 자체가 미미하지만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또 에페글레나타이드에 적용하면 투여 주기를 주 1회에서 월 1회로 연장할 수 있다.
 
한미는 당시 △지속형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 △주 1회 제형의 지속형 인슐린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인슐린을 결합한 주 1회 제형의 인슐린 콤보 등 3가지 물질과 기술을 세트로 묶어 사노피에 기술이전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사노피가 2년 이내 신약허가신청(NDA)을 목표로 하는 파이프라인 5종 중 유일한 당뇨병 파이프라인이다. 그동안 사업분야 재편 과정에서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정리할 때 홀로 살아남았다. 그럼에도 제약업계는 GLP-1 유사체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시장 환경이 급변해 사노피의 개발 지속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약품의 우려는 크다. 이날 보도자료도 사노피가 낸 게 아니라 한미약품이 발송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폴 허드슨 사노피 회장은 제품 포트폴리오 구조조정 차원에서 당뇨병 등 기존 주력 분야를 줄이고 항암제, 면역질환치료제로 투자 중심을 옮길 것이라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사노피가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판권을 제3자에게 인계하려는 포석은 한미에게 반가운 일이 아니다. 사노피의 브랜드 파워에 마케팅 네트워크를 통해 순항할 것으로 기대됐는데 자칫 수렁에 빠질 수도 있어서다.
 
사노피는 2015년 3억달러의 선투자금을 주고 미국 렉시콘으로부터 도입한 SGLT-1·2 이중저해 당뇨병치료제 ‘진퀴스타(성분명 소타글리플로진, Sotagliflozin)’의 권리를 지난 7월 반납했다. 그 와중에 노보노디스크는 피하주사 제형의 GLP-1 유사체 ‘오젬픽주(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의 경구용 버전인 ‘라이벨서스’를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초 사노피 경영진이 상업화에 나선다고 공언한 GLP-1 기반 삼중작용제 ‘SAR441255’ 개발도 갑자기 중단됐다. 당뇨병 분야에 대한 투자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에페글레나타이드 3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사노피가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 관련 3상 임상은 모두 5건이다.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021년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신청을 낼 수 있다. 한미약품 보도자료에서 글로벌 사노피 관계자는 “한미약품과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용화를 위해 3상 임상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노피 수장의 의중이 향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흥망성쇠를 가를 공산이 여전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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