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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잠 못드는 밤을 위한 수면유도제 A to Z
  • 김신혜 감수 김홍진 중앙대 약대 교수 기자
  • 등록 2019-12-09 19:10:00
  • 수정 2022-05-16 20: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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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히스타민제 디펜히드라민·독실아민 … 구입 쉬운 일반약이지만 오남용 주의

수면유도제인 한미약품 ‘슬리펠정’(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알리코제약 ‘아론정’, GC녹십자 ‘쿨드림’, 광동제약 ‘레돌민정’
직장인 이모 씨(35)는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하루 종일 피곤해 집에 가기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침대에 누우면 잠이 오질 않기 때문이다. 새벽에 뒤늦게 지쳐 잠이 들어도 깊이 잠들지 못해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다. 매일 아침 늘 피곤한 상태로 출근해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밤에는 스트레스로 잠들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불면증은 경쟁과 스트레스에 짓눌린 현대인에게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성인 33%가 불면증을 경험한다. 10명 중 1명은 만성적이다. 불면증은 잠자리에 누우면 잠들기가 어려운 입면장애, 자다가 밤에 자주 깨는 수면유지장애, 전체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인데 잠을 깨면 다시 잠자기 어려운 조기각성장애로 나뉜다.
 
잠은 생체리듬과 신체 회복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신경과 교수)은 “잘 때 분비돼 수면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은 항산화, 노화방지, 항암 작용, 혈압 및 스트레스 감소, 면역력 증대 등 건강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며 “수면부족이 오래 지속되면 멜라토닌 분비에 이상이 생겨 생체리듬이 깨지고 면역력이 저하돼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집중력 저하, 만성피로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면증이 생겼다면 우선 복용 중인 약물을 확인해야 한다. 일부 식욕억제제·비충혈제거제·항우울제·항경련제·고혈압치료제는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임신 초기에는 태반, 호르몬과 같은 내분비계 변화로 불면증이 나타난다.
 
불면증을 치료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병원을 방문해 수면제를 처방 받거나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구매해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며 의존성이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제는 크게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과 비 벤조디아제핀(non benzodiazepine) 계열로 나뉜다.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돼 법적으로 한 달 용량만 처방이 가능하다.
 
두 계열 모두 GABA 작용 수용체에 달라 붙어 중추신경계 흥분을 억제하는 것은 같다. 벤조디아제핀 계열로 국내에서는 트리아졸람(triazolam)과 알프라졸람(Alprazolam) 성분이 많이 쓰인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입면하며 작용시간은 평균 6시간 안팎(2~8시간)이다. 부작용으로 의존성 중독성이 올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우울증, 불안증이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으며 치매나 면역력저하에 따른 폐렴이 뒤따를 수 있다.
 
비 벤조디아제핀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졸피뎀은 약의 반감기가 3~4시간으로 짧아 아침에 개운하다. 1형 수용체에만 작용하는데 혈중 최대농도도달시간이 짧아 금방 잠들 수 있도록 돕는다. 반감기가 짧은 만큼 수면유지시간도 줄어드는 데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장점은 의존성, 중독성의 부작용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다만 괴기한 행동이나 몽유병·자살충동·환각·초조 등 이상행동이 초래될 수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상당수 불면증 환자는 치료를 위해 병원까지 다닌다는 게 알려지기 싫어서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수면유도제는 디펜히드라민, 독실아민 등 항히스타민 계열 약으로 알레르기 약이나 감기약의 진정 작용을 이용해 만든 약이다.
 
수면유도제는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파는 일반의약품으로 졸피뎀과 같은 전문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나 오남용시 부작용 위험이 따른다. 수면유도제는 일시적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 단기적 사용하도록 개발된 약이므로 만성 불면증 환자가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고 2주 이상 지나도 불면증이 계속 된다면 복용을 멈추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경우 과도한 진정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요로폐색, 변비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수면유도제에는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 독실아민(Doxylamine) 등 항히스타민 계열 약과 생약성분복합제 등이 있다. 아이큐비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유도제 판매량은 18억2000만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이나 비염, 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증상을 치료하는데 쓰지만, 초기 개발된 항히스타민제는 ‘졸음 유발’ 부작용이 있어 이를 이용해 수면제가 개발됐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증상 완화제로 히스타민 작용을 억제한다. 콧물, 알레르기 약을 먹고 졸렸던 기억이 있다면 대부분 항히스타민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히스타민은 중추신경계에 각성작용을 일으켜 깨어 있게 하고, (REM, 주로 꿈을 꾸는 단계의 얕은 수면) 수면 기간에는 활성이 떨어진다.


항히스타민제는 개발된 시기에 따라 1세대, 2세대로 구분하는데 이를 나누는 가장 큰 차이는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BBB) 통과 여부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신속히 흡수돼 H1 수용체에 빠르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뇌혈관장벽 투과성이 높아서 2세대 항히스타민제보다 졸음, 집중력 저하, 입마름, 변비 등의 부작용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2세대 약물은 H1 수용체에 대해 특이적으로 결합하고 그 외의 수용체에 대한 친화력은 매우 낮다. 대다수 2세대 약물은 표준용량에서 뇌혈관장벽을 거의 통과하지 않는다.

 
수면유도제로 쓰이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로 독실아민과 디펜히드라민이 있다. 독실아민 성분으로 알리코제약 ‘아론정’, 태극제약 ‘자미슬정’ 등이 있다. 디펜히드라민 성분으로는 한미약품 ‘슬리펠정’, GC녹십자 ‘쿨드림연질캡슐’, 코오롱제약 ‘코니자오디정’ 등이 있다.
 
이들 두 성분 제제는 용법·용량, 반감기, 작용시간, 최고 혈중 농도가 다르다. 독실아민은 1일 1정을 취침 30분 전 25mg을 복용하는데 반감기는 10~12시간이다. 작용시간은 15~30분으로 최고 혈중농도는 2~3시간 때에 오른다.
 
디펜히드라민은 25mg의 경우 1일 1~2정을 취침 전, 50mg이면 1일 1정 취침 전에 복용한다. 반감기는 9시간으로 작용시간은 15~60분, 최고 혈중농도는 1~4시간 때에 도달한다. 독실아민은 임신부도 복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지만 체내에 디펜히드라민보다 오래 남아 있어 아침에 일어나면 숙취와 비슷한 느낌이 들 수 있다. 독실아민과 디펜히드라민 모두 구강건조, 두근거림, 시야이상, 녹내장 악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생약제제는 쥐오줌풀의 뿌리인 길초근이 사용된다. 길초근은 뇌 활성을 감소시키는 GABA 대사체의 분해를 억제해 신경과민·초조·불안·스트레스 등 흥분을 가라앉힌다. 맥주 원료로 쓰이는 홉의 암꽃인 호프(Hop)도 최면 진정작용을 하는 메틸부탄올을 생성시켜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
 
광동제약 ‘레돌민정’은 길초근과 홉(hop)이 함유된 생약복합제제로 하루 1정 수면 1시간 전에 복용하면 된다. 효과를 보려면 몇 주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의존성, 내약성 등 부작용이 적으며 장기복용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이밖에도 불면증치료제로 알려진 멜라토닌(melatonin)제제는 다양한 이유로 생체리듬이 깨진 경우 불면증 완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멜라토닌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줄면 수면의 양과 질이 감소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된다.
 
미국에서 멜라토닌은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처방약으로만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건일제약이 출시한 불면증치료제(전문의약품) ‘서카딘서방정’은 전문약으로 비급여 품목이다. 건강보험 혜택도 적용되지 않아 멜라토닌을 한 달 복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처방전 발급을 포함하면 약 5만원의 비용이 든다.
 
멜라토닌 약 2~6mg을 자기 전 복용하면 입면 및 수면 유지에 효과적이고, 과한 양이 아니면 큰 부작용은 없다. 의존성이나 내성이 거의 없어 장기간 사용도 가능하지만 잠이 오지 않을 때만 먹는 게 좋다. 수면 문제가 나타나기 쉬운 갱년기에도 멜라토닌을 섭취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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