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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리베이트, 검찰 “566억 과징금 내고, 전문지·출판사·의사에 배상청구 안 한 건 범죄사실 인정한 것”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0-18 19:39:25
  • 수정 2020-09-16 13: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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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차 공판서 신경계시업부 B씨· 특수질환사업부 K씨 “리베이트 상상도 못할 일, 억울하다”
18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407호 법정에서 한국노바티스가 의약전문지를 통해 의사들에게 25억9000여만원의 리베이트를 우회적으로 제공한 혐의를 두고 제28차 공판이 열렸다.
E출판사 대표 “부서장이 전결권 가져 개별사안 보고 못 받았지만 대표로서 책임질 것”
 
한국노바티스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C모, M모 의약전문지 등 5개 매체를 통해 의사들에게 약 25억9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우회적으로 제공한 혐의를 놓고 진행 중인 28차 공판에서 검찰은 노바티스 내부문건을 들이대며 리베이트 살포라고 압박했다. 이에 기소된 2명의 노바티스임직원은 리베이트는 사실무근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검찰은 한국노바티스가 이미 리베이트 살포와 관련,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대체과징금 566억원을 납부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으며,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은 상황에서 끝까지 발뺌한다며 노바티스 측을 압박했다.
 
18일 서울서부지방법원 407호 법정(형사5단독)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한국노바티스 전 상무 B씨(신경계 의약품 담당), K씨(특수질환 의약품 담당), 의학 학술지를 출간한 E출판사 대표 L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노바티스가 개최한 학술지 편집 좌담회 관련 법 위반 사항을 추궁했다.
 
검찰은 노바티스 내부문건 자료를 공개하며 압박에 나섰다. 여기엔 노바티스 측이 2012년 ‘M라운드테이블’이라는 이름의 좌담회를 주최했고 관련 계획안에 회당 2000~3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으며 상세내역에 골프, 식사 등 항목이 포함됐다.
 
담당 검사는 “처방량과 인지도에 따라 노바티스가 의사를 티어1, 티어2, 티어3 등으로 분류해 리스트를 작성, 관리해왔으며 E학술지 편집을 위한 회의 때 티어2급 의사를 대상으로 좌담회를 개최한다고 표기한 자료도 확보했다”며 “2012년 5월 작성된 자료에는 노바티스가 전문지 및 E출판사를 통한 행사를 기획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증거를 들이댔다.
 
이와 함께 2013년 발행된 전문가 모임, 브랜드 전략 관련 내용 자료와 항암제사업부가 작성한 월간보고서(Monthly Briief) 내 관련 모임 자료 등 추가 입수한 내부문건을 제시했다.
 
검찰은 “당시 한국노바티스 대표였던 M씨를 거쳐 글로벌 본사 재무 담당에게도 라운드테이블미팅 등 행사에 집행된 예산내역을 보고하고 향후 지출 계획을 함께 조정했다는 사실이 과거 피고인 A씨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며 “노바티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E출판사가 주도해 라운드테이블미팅을 개최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가 직접 편집위원으로 활동할 의사를 선정했다는 것은 노바티스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노바티스 측은 라운드테이블미팅 등은 광범위한 모임을 지칭하는 단어로 E출판사가 이를 주도해 선정했을 뿐 직접 관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입수된 자료 중 일부만 공개한 것으로 상세내역을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피고인 L씨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이 제시한 자료의 번역이 충실히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에 제시한 내부자료가 학술지별 활동내용만 기록한 것으로 그 자체가 리베이트 관련 증명자료라고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학술지를 보는 관련 분야 의사에게 노바티스 약을 알리는 홍보효과가 나타나 처방량이 늘어났다고 하면 말이 되지만 특정 인물에게 리베이트를 주기 위해 이 학술지를 활용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L씨 측 변호인은 “과거 검찰이 E출판사가 출간한 학술지를 허접한 잡지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증거물로 해당 학술지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증인 심문은 최종 확인사항을 점검하는 것으로 검찰 측 반론 등은 허가되지 않았다.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E출판사 L대표는 “메디컬 커뮤니케이션 사업부에서 진행하는 학술지 출판사업은 제약사에서 광고비를 받아 진행한 뒤 후원한 기업에 전량 납품하는 것을 기본 사업모델로 한다”며 “어느 제약사와 학술지를 발간하기로 했는지 보고는 받지만 결재는 각 (출판사 내) 부서장에게 전결권이 있어 금액이 큰 사업이 아니면 별도 보고를 받지 않고 사업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학술지 편집위원장 및 위원 선임에 관한 질문에는 “위원장 등 추천경로나 선정 절차에 대해서도 직접 관여한 사안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면서도 “모든 저작권은 출판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모든 일장 및 행사 진행은 저희의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회사 대표로서 직원들을 대신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진행했던 프로그램은 당연히 학술 목적이라고 생각해 2015년 노바티스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내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를 고려하지조차 않았다”고 항변했다.
 
또 “검찰 수사과정에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잘못된 일이라 생각하며 선처를 호소한다’는 글을 쓰도록 유도해서 진술서 말미에 자필로 작성했다”며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증인으로 나선 피고인 B씨와 K씨는 이날 분리결심으로 다른 피고인들보다 먼저 구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법리적 문제점이 지적돼 의견만 청취하고 나머지 일정은 다른 피고인과 같은 날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검찰은 두 피의자를 대상으로 최후 의견을 냈다. 담당 검사는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형사법 및 행정처분이 동반되고 2014년 7월(리베이트 관련 법령 개정) 이전엔 보험약가 인하, 이후엔 보험적용 취소 처분과 해당 품목에 대한 판매정지 및 허가취소 처분이 내려질 수 있고 공정위 불공정거래 조사, 국세청 세무조사도 받도록 돼 있었다”며 “제약사의 주 고객인 의사에게도 의료법 위반 처벌 및 면허정지 또는 취소에 이르는 제재가 가해질 수 있는 만큼(그럼에도 이를 강행할 만큼) 제약사의 영향력은 막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바티스는 대체 과징금 566억원을 정부에 납부했고, 판매업무정지 3개월에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았음에도 피고인 B씨와 K씨는 ‘몰랐다’, ’직원의 일탈’이라는 주장만 반복한다”며 “마케팅, 영업팀이 전부 관련이 있고 대표이사가 스위스 본사에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피고인들도 이를 승인한 사실이 있는데 몰랐다고 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검사는 “한국노바티스는 막대한 피해(거액의 과징금 납부)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대상자(전문지, 출판사, 의사 등)에 대해 배상책임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이는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의약품 판매에 최적화된 한국노바티스 주식회사의 목표 판매량 달성이라는 목적을 위한 직무 범죄로 통상적 업무프로세스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결정권자가 설정한 규칙에 의해 부하직원이 실행했다 하더라도 위법 행위가 예상됐다면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각 피의자와 변호인이 최후 변론을 펼쳤다. 먼저 B씨 측 변호인은 “B씨는 2012년 신경계사업부 부서장으로 부임한 뒤 사직해 중간관리자에 불과하고 공소내용이 적용된 시점이 2011~2012년으로 2014년 7월 개정된 약사법 47조 2항 개정 이전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업 관련 경력이 전무해 리베이트를 기획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회사 담당 PM(제품매니저)이었던 K씨의 수사기관 진술이 유일한 기소 이유로 내부고발자 L씨도 피고인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 PM K씨는 2013년 7월 전문지 C매체로부터 임상시험 수행(해당 의약품의 효과 입증 관련) 제안을 받아 피의자 B씨가 실행했다고 증언했으나 이는 B씨가 마케팅 본부장에 임명된 2013년 6월 이전에 일어났다. 반면 C매체는 K씨가 먼저 제안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제약사는 전문지에 광고비를 지출해 광고할 수 있도록 약사법상 보장돼 있으며 피고인은 부서장의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소된 측면이 크다”며 “B씨는 재산상 손해,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고 항변했다.
 
B씨는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도 모른 채 혼자 검찰조사를 1회 받고 기소처분이 내려졌다”며 “전문지와 관련된 좌담회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고 영업 분야 지식도 없어 직원들에게 기댄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경력도 단절돼 3년간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어 정신적 고통이 크다”며 공소기각 또는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피고인 K씨의 변호인도 최후 변론을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한국노바티스 특수질환사업부 부서장으로 근무하며 전문지 등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나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구체적 개별 범죄에 어떤 의약품이 (리베이트 살포로) 이득(매출 증가)을 취했는지 공소장에 명시되지 않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어렵게 한 측면이 있고 법리적으로도 범죄 형성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씨의 변호인도 앞서 발언한 B씨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개정 이전 약사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좌담회에서 의사들이 회의비, 강의비 등 명목으로 수령한 약 20만~50만원은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지급하기에 사회통념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K씨는 “1996년 약대를 졸업한 뒤 24년간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노바티스본사 내 최초 한국인 부서장, 다른 다국적제약사 최초 아시아 지역대표를 30대에 이뤄냈다”며 “후임자들을 위한 선례를 남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롤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에선 윤리의식이 사람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리베이트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경쟁 약물이 없어 판매 촉진이 필요치 않았고 오직 희귀질환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일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약사법 위반 기소는 너무 무겁다”며 “이 사건으로 직업을 잃은 만큼 판결 후 다시 직업적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피고인 18명 중 2명의 최종 의견을 청취한 재판부는 오는 11월 1일 오전 10시 나머지 피고인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3년을 끌어 온 노바티스 리베이트 공판은 다음 결심공판을 끝으로 내년 1월말 또는 2월초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노바티스는 2010년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를 피하기 위해 의학전문지를 창구로 의사를 불법 접대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2016년 8월 노바티스 전현직 임원 6명, 의약전문지 5곳, 보건의료계 출판업체 1곳 등 관련자 34명을 불구속 기소해 법정에 세웠다. 이 중 대형병원 의사 15명은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아 법정에 나오지는 않았다. M매체 대표 S씨가 사망하면서 그를 제외한 18명의 피고인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노바티스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근거로 △2010년 이후 노바티스가 (단독) 주최한 RTM(Round Table Meeting)이 급격히 줄고 의약전문지 광고비 집행이 최대 25배까지 늘어난 점 △자사 제품 처방량 등에 따라 의사 등급을 S1~S4로 나눈 뒤 자문료 등을 차등 지급한 점 △학술행사 참석자 섭외부터 접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노바티스가 깊이 관여한 점 등을 꼽았다. 매출액 규모가 비슷한 다른 제약사와 비교하더라도 노바티스가 이들 매체에 지급한 광고비가 유독 많았다고 밝혔다. 의약전문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된 문서에 따르면 매체가 노바티스에 보낸 견적서에 행사 당일 식대·골프접대·교통비·회식비·자문료 등이 포함됐다.
 
노바티스는 최근 그리스에서도 리베이트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수백만 유로를 공무원에게 지불했다는 내부고발자 주장이 이어지면서 2017년 1월 시작했다가 중단된 수사를 지난 8월 그리스 검찰이 다시 허용했다. 보건부 장관, 개발부 장관, 유럽연합(EU) 집행관 등 전직 정부 고위 인사들이 용의선상에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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