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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노쇠증후군’ 퇴치 나선 간질환 명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0-11 10:00:36
  • 수정 2020-09-16 15: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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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병철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무분별한 건강기능식품 섭취 삼가야” …건강고령사회연구원장 취임
유병철 건국대병원 건강고령사회연구원 원장(소화기내과 교수)은 “국내 85세 이상 노인의 25~50%가 노쇠증후군으로로 인한 사망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건강수명 연장을 통한 건강노화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노화는 피할 수 없어도 노쇠는 막을 수 있습니다. 평소처럼 하루 세 끼 챙겨먹고, 틈틈이 유산소·근력운동만 해줘도 충분하죠. 광고에 혹해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노년기 건강, 특히 간에 치명적이니 삼가야 합니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 속도는 전세계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국내 노인인구 비율은 14.9%로 2년 전 이미 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14% 이상)에 들어섰고, 2026년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67년엔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할 것이라는 씁쓸한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한 수명 연장과 극심한 저출산 문제가 맞물린 결과다.
 
노인인구가 늘면서 노인성질환과 노쇠증후군에에 의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엔 신체적인 노쇠에 대한 연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점차 외부와 단절되는 ‘사회적 노쇠’가 향후 신체장애 발생, 근력저하, 인지기능 저하, 정신질환, 사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웃과 왕래를 끊고 홀로 생활하는 사회적 노쇠 노인은 우울증 위험이 4배, 신체장애 발생위험이 2.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나왔다.
 
지난 8월 건국대병원 건강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을 맡아 국내 노인의학 발전 및 시니어친화병원 구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병철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노쇠 예방을 위한 조언사항, 노년기 간 건강 관리법, 연구원의 역할과 향후 운영계획 등을 들어봤다.
 
국내 85세 이상 노인 50%, 노쇠로 인한 사망위험 노출
 
유병철 교수는 “노쇠는 일반적인 노화보다 급격히 신체기능이 허약해져 장애나 입원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라며 “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 등이 감소해 생리 체계가 무너지고, 각종 합병증의 유병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85세 이상 노인의 25~50%가 노쇠로 인한 사망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최근 6개월간 체중이 5kg 이상 줄었거나, 팔·다리를 만졌을 때 물렁할 정도로 근육량이 감소했거나, 열다섯 걸음을 7초 안에 걷지 못하거나, 1주일에 3회 이상 심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 등 5가지 증상에 3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노쇠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영양불량은 노쇠를 유발하는 주요인이다. 노인 영양불량의 가장 큰 원인은 식욕부진이다. 기저질환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시장기와 식사량이 감소한다. 평균적으로 80대는 20대보다 식사 섭취량이 30% 정도 줄어든다. 나이가 들수록 열량 요구량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음식 섭취량이 더 급격히 감소하므로 체중이 줄게 된다.
 
무분별한 건강기능식품 섭취, 노년기 간 건강에 치명적
 
유 교수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 꾸준한 운동, 양질의 단백질을 포함한 균형잡힌 식단, 적절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금연과 절주 등 누구나 다 아는 건강습관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 남한테 좋다고 해서 나한테도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운동이나 음식도 나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방송이나 광고에서 좋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할 필요는 없다”며 “특히 노년기엔 질병치료를 위한 약제 외에 영양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마다 흡수 및 대사 정도라 달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꼭 필요할 때에만 전문의와 상담한 뒤 먹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또 “자연에서 나는 풀이나 열매는 무조건 먹을 수 있다는 생각, 어떤 약재든 많이 넣으면 좋다는 생각이 오히려 간 건강에 치명적인 해가 될수 있다”며 “시중에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약이나 건강가능식품을 섭취했다가 간독성이 심해지고 전신 건강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고령 환자가 적잖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기능식품을 꼭 먹어야겠다면 최소한 식약청의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학병원 최초 건강고령사회연구원 개소

 
‘백세시대’를 맞아 노년기 삶의 질 향상이 화두가 된 가운데 건국대병원은 개원 10주년인 2015년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시니어친화병원’을 선언하고, 고령 환자에게 최적화된 병원 환경 및 진료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등 트렌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올해 8월엔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의료·보건시스템 구축을 위해 산·학·연 네트워크를 집약한 건강고령사회연구원을 개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연구원은 의료·교육·보건·산업 등 전 분야에 걸친 종합 노인건강관리시스템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초대 원장으로 임명된 유 교수는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인한 노인성 질병,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우울증, 생활고 같은 문제에 대비하려면 의료·복지·경제·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니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지만 아직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노인 분야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건국대병원은 시니어친화병원 운영 경험을 살려 선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국대병원은 일찍부터 노인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내 최초 한국형 노인건강관리서비스 정립, 시니어친화병원 인증 기준 마련, 퇴원 후 연계 임상진료지침 개발 등에 노력해왔다”며 “이들 사업의 연장선으로 설립된 건강고령사회연구원은 더 현실적인 노인 정책과 노인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교육·보건·산업 4개 분야 노인 임상연구 집중
 
연구원은 유병철 원장을 중심으로 한설희 신경과 교수, 이종민 재활의학과 교수, 신진영 가정의학과 교수가 모여 의료·교육·보건·산업 등 4개 분야 노인 관련 연구에 나선다.
 
의료 분야에선 고령사회에 대비한 건강관리 체계와 병원 내·외부 네트워크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퇴원 이후에도 요양병원이나 보건소와 연계해 지속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유 교수는 “고령사회에서 발생 빈도가 높거나, 후유증이 심해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노년기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한 정밀의료 기반 연구와 지역사회 규모 역학적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분야에선 고령사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여러 전문 영역을 아우르는 융합인재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 ‘공학기술’과 ‘헬스케어’를 접목한 전문인력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짤 예정이다. 이를 위해 건국대 스마트ICT융합공학과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시행 중인 국·공립병원 대상 보건인력 교육프로그램도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다. 건국대병원은 자체 개발한 교육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방문간호사 및 커뮤니티 케어선도사업을 수행 중인 국·공립병원 운영진에게 역량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광진구 보건소 방문간호사 교육도 시행 중이다. 향후 심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전문인력 양성에 활용할 예정이다.
 
고령환자 위한 ‘보편적 돌봄’, ‘시니어산업’ 육성
 
보건 분야에서는 커뮤니티케어와 연관된 ‘커넥팅 메디컬 서비스(Connecting medical service)’를 개발할 계획이다. 커뮤니티케어는 돌봄이 필요한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 환자가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맞춤 의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서비스체계다.
 
유병철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퇴원 후에도 거주지나 이동 장소에 따라 현지 의료진으로부터 지속적인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진료의 연속성이 유지되고 치료 예후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국내에선 급성기·중증질환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보내고, 치료가 끝난 환자나 경증·만성질환 환자는 다시 지역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는 진료의뢰·회송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상이 의료기관에 한정돼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의료기관, 장기요양시설, 자택을 연계하는 커넥팅 메디컬 서비스를 구축해 고령 환자를 위한 ‘보편적 돌봄’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분야에서는 병원 내 미래의료연구센터와 협력해 4차 산업혁명기술을 접목한 시니어 친화 산업기술 개발과 시니어산업 분야 육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니어동행서비스, 80세 이상 패스트트랙 도입
 
노인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원봉사자가 진료·검사·수납을 돕는 ‘시니어 동행서비스’, 80세 이상 고령 환자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fast tract) 시스템을 도입했다. 체혈검사 및 결과 분석에서도 우선 순위를 적용받아 다음 진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했다. 낙상사고 방지를 위해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줄이고, 병원 곳곳에 안전바도 설치했다.
 
질병치료 통한 수명연장 넘어 건강노화에 주력
 
유 원장은 임기 중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건강노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건강수명(장애기간 조정 기대수명, disability adjusted life expectancy)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은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한 기간이다. 자신의 수명에서 질병으로 병원 신세 진 기간을 뺀 나이로 이해하면 된다.
 
유 원장은 “지금까지 의학계에선 질병 치료를 통한 수명 연장에만 집중해 온 경향이 있었지만 수명이 늘어나면서 나이 든 뒤에도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건강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연구원은 체계적인 문헌 고찰과 대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인이 생각하는 건강노화의 개념을 정립하고, 대국민 건강강좌로 건강노화를 위한 운동·영양섭취·사회적지지모임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하는 한편 전문가 초청 심포지엄을 개최해 다양한 협력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유병철 교수는 197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평생 B형간염바이러스와 간암 연구에 매진해 온 간 명의다. 중앙대병원 내과 과장,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센터장, 대한간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5년 5월에 건국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을 맡았다. 현재 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병철(兪炳徹) 건국대병원 건강고령사회연구원장 프로필
 
1977년 서울대 의대 졸업(의학사)
1980년 서울대 의과대학원 졸업(의학석사)
1986년 서울대 의과대학원 졸업(의학박사)
 
1989~2002년 미국 필라델피다 폭스체이스암센터(Fox Chase Cancer Center) 펠로우
1997~2002년 중앙대학교 의대부속병원 내과 과장
2003~2004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장
2004~2007년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장
2007~2012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센터장
2009~2011년 대한간학회 이사장
2011~2012년 제2차 아시아태평양 간학회 간암회의 회장
2015~2016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장
2015~현재 건국대병원 소화기센터장
2019~현재 건국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건강고령사회연구원장
 
수상경력
1995년 대한소화기학회 학술상
2000년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2002년 대한간학회 간산학술상
2003년 대한간학회 우수논문상
2004년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우수논문상
2017년 건국대병원 연구업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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