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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조기검진 발달로 성장하는 SMA치료제 ‘스핀라자’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0-10 17:37:52
  • 수정 2021-06-02 18: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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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회 투여에 1억3000만원, 유일한 치료제로 빨리 투여할수록 경과 좋아 … 만 3세 미만 사전승인절차 거쳐 보험 처리
2016년 12월 ‘크리스마스의 기적(Christmas Miracle)’이라 불리며 등장한 바이오젠의 ‘스핀라자주(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 Nusinersen)’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으며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환자에게 약물치료라는 희망을 선사했다. 이전에는 급식 튜브 장착, 호흡기 보조 등 불편함을 줄여주는 중재적 치료가 거의 전부였다. 
 
SMA는 척수와 뇌간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위축되는 신경근육계 유전질환이다. 신생아 1만명당 1~2명꼴로 발생한다. 인지기능은 정상이지만 근육 긴장성이 떨어지고, 혀 근육이 수축되는 등 정상생활이 어렵다. 발병 연령, 신체발달 지표 등에 따라 4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6개월 미만 신생아에서 발생하는 SMA 1형은 대표 유형으로 증상이 심각해 대부분 만2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 생후 3개월 전에 진단이 내려지고, 늦어도 6개월 전에 발병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보통 임신 중 출산 마지막 달에 태동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태어나서는 머리를 움직이거나 침을 삼키거나 젖을 빠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다. 호흡기 근육에 힘이 없어 횡경막을 이용해 숨을 쉬므로 오목가슴이 되기 쉽고 결국 호흡 자체가 어려워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근육 형태 변형과 기능장애를 완화하는 물리치료 외에 마땅한 약물요법이 없었다.

SMA 2형은 만성형으로 보통 생후 15개월 전에 진단되며 늦어도 2살 정도에는 발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보조기나 기기의 도움을 받으면 앉거나 설 수 있다. SMA 3형은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 보통 생후 18개월에서 청년기 후반에 나타나며, 혼자 설 수 있고 보행도 가능하다. SMA 4형은 35세 이후인 성인기에 발병하는 유형으로 식사, 삼킴, 호흡에 사용하는 근육에 거의 문제가 없다. 남성에게만 나타나며 여성은 50% 보인자가 된다.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유전자가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이기 때문에 안드로겐의 영향을 받지 못하므로 남성이 여성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스핀라자는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기반 RNA 치료제로 미국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즈(Ionis Pharmaceuticals)가 개발했다. 미국 바이오젠이 글로벌 임상 3상이 종료된 직후인 2016년 8월에 전세계 개발 및 판매 권한을 사들였다.

2016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처음 시판승인을 받았으며 지난해 5월 유럽의약품청(EMA), 6월 캐나다 연방보건국(Health Canada), 7월 일본 후생노동성(MHLW), 8월 브라질 보건부 위생감시국(ANVISA), 11월 호주 식품의약품안전청(TGA), 12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국 규제기관으로부터 잇따라 SMA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전세계 40여개국 8400명 이상의 SMA 환자가 스핀라자를 투여받았으며 국내에선 올해 4월부터 보험이 적용돼 지난 5월 15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첫 투여가 이뤄졌다. 국내에서 허가된 적응증은 △5번 염색체(5q) 생존운동신경원-1(SMN-1, survival motor neuro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 △만 3세(생후 36개월) 이하에 SMA 관련 임상 증상과 징후가 발현 △영구적 인공호흡기(1일 16시간 이상, 연속 21일 이상)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등 3가지로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핀라자는 생후 6개월 이하의 SMA 1형, 생후 6개월 이후에 증상이 발현된 2~12세의 SMA 2형 또는 3형 등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4형은 거의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 치료제는 임상시험에서 모든 유형의 SMA 환자에게 효과성을 입증했지만 국내에선 급여기준이 만 3세 이하 아동에게 한정돼 급여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선 이 치료제를 사용하기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보험 적용 후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사전승인은 비교적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사전승인 신청은 도입용량(유도용량)·유지용량 투여를 포함해 4월 38건 중 29건, 6월 31건 중 15건, 7월 27건 중 17건, 8월 15건 중 11건, 9월 7건 중 7건이 승인됐다.

이 약은 진단 후 가능한 빨리 0, 14, 28, 63일째에 요추 천자로 경막 내 투여한 뒤 4개월마다 같은 방식으로 주입한다. 심평원이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이유는 이 약이 초고가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 1회 주입비가 12만5000달러(약 1억3000만원)에 달한다. 총 6회 투여하는 치료 첫 해에 75만달러(약 8억1000만원)가 소요되고 이후 매년 3회씩 투여하며 첫 해의 절반인 37만5000달러(약 4억500만원)가 든다. 국내에서도 소요 비용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미국의사협회 소아학회지’(JAMA Pediatrics) 온라인판에는 연구개발비와 치료제의 혁신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 치료제 가격이 너무 비싸 환자의 접근성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실렸다. 이에 대해 바이오젠은 “스핀라자 상용화에 9억달러(약 9800억원)를 투자했다”며 “출시 이후에도 진행되는 임상연구비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약은 RNA치료제의 상용화 걸림돌이었던 안전성·세포내 전달력·결합특이성 등이 떨어지고 면역 부작용이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RNA치료제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른 단백질 발현 문제를 정상화해 유전질환의 근본 원인인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으로 교정하는 유전자가위와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 희귀난치 유전질환치료제뿐 아니라 항암제·예방백신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RNA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핵산(nucleic acid)으로 DNA 중 일부가 전사(transcription)돼 만들어진다. 구조와 기능에 따라 △DNA 유전정보를 옮겨 적어 단백질 합성 시 청사진 역할을 하는 전령RNA(mRNA, messenger RNA) △세포기관 리보솜을 구성하는 리보솜RNA(rRNA, ribosomal RNA) △mRNA로부터 정보를 받아 리보솜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운반RNA(tRNA, transfer RNA) △효소처럼 작용하는 RNA인 리보자임(ribozyme) 등으로 분류된다. mRNA는 세포 핵 안 DNA 중 필요한 유전정보만 선별·암호화해 세포질로 빠져 나온 것이다. 세포기관인 리보솜과 tRNA는 mRNA의 암호를 풀어 단백질을 합성한다.

RNA 치료제로는 mRNA, 작은간섭RNA(siRNA, small interfering RNA), RNA앱타머(RNA aptamer) 등이 활용되고 있다. mRNA 기반 치료제 성분은 단백질 발현을 정상화하는 mRNA 결합물질, 선천면역반응을 유도해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mRNA 등을 이용한다. siRNA는 RNAi(RNA간섭) 작용제로 타깃 mRNA를 분해,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관련 단백질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한다. RNA앱타머는 항체의약품처럼 어떠한 분자와도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RNA로 표적치료제로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스핀라자는 5번 염색체(5q) 내 SMN1 유전자 결실로 생존운동신경원(SMN, survival motor neuron) 단백질이 감소해 발생하는 SMA를 치료한다. 미성숙mRNA(pre-mRNA) 내 SMN2 유전자 부위에 결합해 SMN 단백질 총 발현양을 늘린다. SMN2 유전자는 SMN1과 염기서열이 거의 같다. SMA 환자는 SMN1 유전자가 없어 SMN 단백질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한다. 백업 유전자인 SMN2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SMN 단백질 생산량이 10% 수준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스핀라자가 SMN2 유전자에 결합해 체내의 SMN 단백질 생산을 촉진하는 원리다.

스핀라자는 현재까지 유일한 SMA 치료제로 생후 6개월 이하에 증상이 나타난 영아(SMA 1형) 12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3상 임상 ‘ENDEAR’ 등에서 위약 대비 운동기능 개선, 생존률 상승 효과가 입증됐다. 이 연구에선 스핀라자로 치료한 환자군의 운동기능 개선효과가 51%로 나타났다. 그 중 22%는 스스로 머리를 가눌 수 있었고, 10%는 구르기를 했으며, 8%는 타인의 도움 없이 앉았다. 1%는 일어설 수 있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혈소판 감소, 신장 독성 등이 보고됐다. 무사고 생존율은 61%로 대조군은 32%에 그쳤다.

운동기능 개선 효과는 생후 6개월 이후 증상이 나타난 환자(SMA 2형 또는 3형)에서도 유사했다. SMA 2형 또는 3형 환자 12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CHERISH 3상 임상 결과, 스핀라자 투여군은 해머스미스 기능성 운동 확대지수(HFMSE) 점수가 3.9점 향상됐다. 샴 전침(sham acupuncture, 가짜 침치료) 대조군은 오히려 1.0점이 낮아져 총 4.9점의 격차가 발생했다. HFMSE는 의료진이 33개 문항에 0~2점까지 점수를 매기며 점수가 높을수록 운동기능이 뛰어난 것을 의미한다.
ENDEAR 하위그룹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진단 후 13.1주 이내로 질환 초기에 빠르게 스핀라자로 치료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더 높은 무사고 생존율과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경과가 좋다.

국내 첫 환자 투여를 진행한 채종희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뇌신경센터 교수는 “척수성근위축증은 빨리 치료할수록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질병”이라며 “신속한 처방을 위해 신생아 스크리닝 등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스핀라자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치료제는 전세계 매출이 올 3분기까지 5억47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1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의료전문가는 “스핀라자의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며 “신생아에 대한 SMA 검진이 증가하고 있어 조기 치료 기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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