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자의 ‘노바스크정’(성분명 암로디핀베실산염 amlodipine besylate)은 1991년에 출시돼 국내서는 1996년부터 줄곧 처방약 부분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빅 슈퍼제품이다. 심장관상동맥질환, 신장질환, 당뇨병, 협심증 등 다양한 환자를 대상으로 15년간 800여건에 달하는 장기간의 임상시험을 통해 혈압강하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은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노바스크는 암로디핀 성분의 대조약(오리지널약)으로서 한미약품 ‘아모디핀정’(amlodipine camsylate), 종근당 ‘애니디핀정’(amlodipine maleate), SK케미칼 생명과학부문의 ‘스카드정’ (amlodipine maleate), 동아제약 ‘오로디핀정’(amlodipine oratate), CJ제약사업본부 ‘암로스타정’(amlodipine adipate) 등 기본물질(암로디핀)은 같지만 부가되는 염을 달리한 국산 개량신약의 개발을 촉발시켰다. 중외제약 ‘노바로핀캡슐’(amlodipine maleate)은 암로디핀 성분이 빛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정제로 만들 경우 잘 부서지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캡슐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한편 암로디핀을 이용해 개발중인 주목받는 신약도 있다. 한림제약 ‘로디엔정’(s-amlodipine nicotinate)은 암로디핀 가운데 약효는 없고 말초부종, 두통 등의 부작용만 나타내는 R형 광화학이성체를 제외하고, 효과를 발휘하는 S형 이성체만을 모아 여기에 니코틴산염을 붙인 것으로 2006년 8월 시판허가를 받았다. 암로디핀은 단일물질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S체와 R체가 1대1의 비율로 섞인 라세믹(racemic) 혼합물이다. 안국약품은 인도 엠큐어사로부터 S체 분리 기술을 도입해 노바스크와 동일한 염을 가진 ‘레보텐션정’(s-amlodipine besylate)을 2006년 8월 발매했다. 2005년 현재 암로디핀 시장은 노바스크 57%, 아모디핀 25%, 애니디핀 등 maleate염 성분 제제 17%, 암로스타 1% 등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노바스크는 대표적인 칼슘길항제(calcium channel blocker: CCB)이다. 칼슘길항제는 칼슘이온(Ca2+)이 심장 및 말초혈관 평활근의 세포막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항고혈압 작용기전은 혈관평활근의 직접적인 이완효과에 기인한다.혈관과 심장에 존재하는 평활근 세포의 세포막 안으로 칼슘이온이 유입되면 혈관근육이 수축해 혈압이 올라간다.
칼슘길항제는 주로 소동맥 혈관의 평활근 세포막 안으로 칼슘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혈압을 내리고 말초혈관을 저항을 줄이는 약물이다. 허혈부위와 정상부위의 주관상동맥 및 그밖의 관상세동맥을 확장시키는 작용도 한다.이런 혈관 확장은 관상동맥 경련(prinzmetal’s 혹은 변종협심증)이 있는 환자의 심근허혈부위에 산소운반을 증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부수적으로 심장의 흥분도를 낮춰 심장의 수축력을 억제하고 박동수를 감소시키는 작용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심근으로 혈류공급이 증가하고 심근의 산소요구량이 줄어들어 협심증 개선효과가 나타난다.
무엇보다 칼슘길항제는 말초혈관을 강력하게 확장시켜 말초혈관저항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내린다. 비교적 중등도의 고혈압환자에게 사용되며 혈압강하 작용이 완만해서 어떤 약을 써야할지 모를 때 무난하게 쓸 수 있다. 나이나 종족에 관계없이 혈압을 효과적으로 내린다. 혈당이나 혈중 지질 등 일체의 체내대사에도 이렇다 할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대폭 개선되고 작용시간이 길어져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약값도 상대적으로 비싼 편에 속한다.
노바스크는 최초 복용환자의 85% 이상이 약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 복용할 정도로 순응도가 높은 약물이다. 1일 1회 투여하며 누운 자세나 선 자세에 상관없이 24시간 약효가 거의 일정하게 지속되므로 실수로 약을 걸러도 치료에 이렇다 할 악영향을 받지 않는다. 복용 초기부터 혈압강하 효과가 뛰어나 혈압을 목표치로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으면서도 강압작용이 완만해 급성 저혈압이 일어나지 않는 게 장점이다.
노바스크는 고혈압 치료 외에도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을 억제하고 협심증을 안정되게 관리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만성 협심증(안정형, 불안정형, 혈관수축성) 환자에게 심박수를 증가시키지 않으면서도 혈압과 협심증 증상을 안정하게 관리해줄 수 있는 약으로 인정받고 있다. 협심증과 같은 심근허혈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여타 단시간 작용형 칼슘길항제보다 우수하고 24시간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율, 관상동맥 혈관재생술 시행률, 주요 혈관사고로 인한 처치율을 각각 35%, 43%, 31% 낮출 수 있다.
노바스크는 소수 연구에서 신장보호효과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보다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장은 자율조절기능에 의해 사구체 모세혈관 내 압력을 60~80㎜Hg 범위에서 5㎜Hg 이내의 폭에서만 변동하도록 허용한다. 사구체의 경우 구심성 수입세동맥(afferent arteriole 사구체 쪽으로 들어오는 굵은 혈관)과 원심성 수출세동맥(efferent arteriole 사구체 밖으로 나가는 가는 혈관)이 붙어있어 사구체 내부 혈압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노폐물을 걸러내도록 돼 있다.
일반적으로 노바스크 같은 칼슘길항제는 수입세동맥을 확장하고 안지오텐신Ⅱ에 의한 원심성 수출세동맥의 혈관수축을 억제함으로써 신장 사구체내 혈관의 혈압을 내리고 신장혈류를 증진시키며 신장을 보호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반면 ACEI제제나 ARB제제는 원심성 수출세동맥의 저항을 조절함으로써(내림으로써) 사구체 모세혈관압 및 단백뇨를 감소시킨다. 그래서 고혈압을 동반한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는 ACEI제제 또는 ARB제제+칼슘길항제, ACEI제제 또는 ARB제제+이뇨제, 칼슘길항제+이뇨제 등을 복합 처방한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신장질환의 악화를 억제하는 데에는 ACEI제제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장기 투여시 신장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하므로 혈중 크레아티닌치(신장여과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0.8~1.2㎎/㎗가 정상범위이며 낮을수록 좋음)가 증가하는지 정기적인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혈중 크레아티닌치가 2.5㎎/㎗ 이상일 경우에는 하이드로클로로치아자이드가 미약한 효과를 내므로 퓨로세미드 같은 강력 LOOP이뇨제를 써야 한다.
죽상동맥경화성 허혈성 신증은 60세 넘어 처음 발병한 고혈압이나 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신기능 장애 고혈압 환자에게 주로 생긴다. 양측성 신동맥 협착증이 나타나 신부전증이 악화된 경우 ACEI제제는 금기시되며 칼슘길항제를 투여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여 혈중 크레아티닌치가 투여한 지 4일 또는 2주 후에 20% 이상 상승하면 투약을 중지하고 신혈관성 고혈압에 대한 정밀검사를 해봐야 한다.
혈압조절과 단백뇨 억제를 위해서는 ACEI제제를 쓰고 혈압조절이 미흡하면 칼슘길항제를 병용해야 한다. 그런데 투석중인 환자에서는 심혈관계 질환의 사망률이 올라가므로 이럴 경우에는 칼슘길항제를 먼저 투여한 뒤 필요에 따라 ACEI제제 또는 ARB제제를 병용 투여한다. 노바스크의 경우 대략 신장손상을 15% 정도, 당뇨병 발병위험을 30% 정도 감소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