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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허가 취소·임상 중단 ‘계속’ 판결 … 가망 없는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9-25 12:01:48
  • 수정 2019-10-17 20: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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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 재개 기대감 살리려는 노력에 ‘찬물’ … 2015년 美 임상중지 조치 전력 속인 것도 뒤늦게 드러나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국내 허가 취소에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미국 임상 3상 중단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판매·임상 재개를 위한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잠정 중단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항고장에 대해 기각 처분이 내려졌다고 24일 잠정 공시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24일 진행된 항고심에서 품목 취소를 용인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3일 식약처로부터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뒤 같은달 9일 식약처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품목허가 취소 효력정지신청서를 제출했다.

코오롱 측은 인보사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허가 취소 처분이 유지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고 전체 바이오산업 존립까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코오롱 측이 주장하는 손해와 식약처의 처분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현재까지 인보사의 안전성이 의학적으로 검증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집행정지가 인용돼 그에 기초한 다른 조치들이 진행되면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인보사의 제조·판매 중지 처분으로 어차피 생산이 중단돼 효력을 정지해도 어차피 재생산이 불가하다는 취지다. 이같은 불가분의 상황에도 항고한 것은 투자자에게 하나라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13일 법원은 이같은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코오롱 측은 이에 불복해 같은달 19일 항고장을 제출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재차 기각해 품목허가 취소 효력이 지속됐다. 현재 인보사 제조판매 품목허가 취소처분 취소 행정소송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코오롱티슈진도 지난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중단유지공문(Continue Clinical Hold Letter)을 수령하고 ‘인보사케이주’의 미국 임상 3상 재개를 위한 보완자료 제출을 요청받았다. 티슈진 측은 FDA가 지난 5월 인보사 미국 임상 3상 임상중단을 지정하면서 인보사 구성 성분에 대한 특성 분석, 성분 변화 발생 경위, 향후 조치사항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해 지난달 23일 관련 자료를 FDA에 발송했다.

미 FDA가 요청한 자료는 인보사 제1액 연골세포(HC)의 특성 분석 자료, 제2액 형질전환세포(TC)의 gag·pol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자료, 방사선 조사 전·후에 제2액에 외피 유전자(env gene)를 각각 도입한 후 레트로바이러스 생성 여부 등이다. FDA는 권고사항으로 장기추적조사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인보사의 안전성 등이 해소되는 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티슈진 측은 “임상중단은 지속되지만 과거에도 자료보완을 통해 임상을 재개한 적이 있는 만큼 검토과정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애써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임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 측이 보완자료 제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것과는 달리 그동안 티슈진의 행태는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지난해 7월 티슈진이 ‘임상 중지 해제’ 관련 공시를 내보낸 것과 관련, 그 전에 ‘임상 중지’ 상태라는 점을 공시하지 않았던 게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임상 3상은 2015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의 사전심사 절차인 3상 수행계획 사전평가(SPA)만 통과했을 뿐 실제 임상을 시작한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심위는 코오롱티슈진과 관련,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에 조회 공시를 요구했고 그 해 5월 22일 코오롱생명과학은 FDA의 3상 임상 유보 서한에도 불구하고, “코오롱 자회사인 티슈진이 FDA와 ‘티슈진-C(인보사)’에 대한 임상3상 수행계획 사전평가(SPA)를 종료하고 임상3상 진입을 확정했다”고 사실상 허위 공시했다. 

증권가는 코오롱티슈진의 임상 3상 재개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 FDA 자료 요구는 사실상 임상을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임상시험 진행은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티슈진 측은 “평소 임상시험이 중단되고 재개되는 것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며 “티슈진이 상장한 2017년 이전 사안은 소급 공시할 의무가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2017년 8월 상장 당시 투자자에게 제공한 투자설명서엔 ‘임상 3상 진행 중’으로 표기했다. 교묘한 눈속임으로 투자자를 속여왔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FDA는 인보사에 대해 객관적·과학적 검토를 하고 있다”며 “조속한 임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FDA 회신을 기다려주기로 해 심사가 1회 연기됐다. 코스닥 상장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15일 이내로 심의 기한을 한 차례만 연장할 수 있다.

미 FDA는 자료를 수령한 날부터 30일간 보완자료를 검토한 뒤 코오롱 측에 회신하게 되는데 다음 코스닥시장위원회 개최일은 내달 11일로 상장폐지 심사를 위한 마지막 보루였던 미국 임상 3상 재개 여부가 위원회 개최 전엔 사실상 확인이 어려울 전망이다. 추가 기간연장이 없는 만큼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5년 당시 사실상 시작한 적도 없던 임상 3상을 2018년 7월 ‘임상 중지 해제’라는 공시로 은근 슬쩍 부각시켜 중단됐다 제기된 임상을 마치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포장해 위기를 타개해보려는 코오롱티슈진의 속임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품목허가 취소 효력이라도 정지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서려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처절한 노력에도 사법·보건 당국의 시계는 정방향을 가리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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