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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개치는 ‘악성 브로커’에 약사 피해 가중 … 정보 다각적 검증해야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9-22 12:44:39
  • 수정 2021-06-02 18: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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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사에 처방전 건수 거짓 제공해 계약 유도 … 피해본 약사는 권리금 떠넘기기 유발 등 문제 심각
약국을 양수·양도하는 과정에서 ‘악성 브로커’가 활개치며 약사 피해 가중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경기도 모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약사는 최근 약국을 약사들이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에 매물로 내놓자마자 매수인을 소개해주겠다는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와 고민에 빠졌다. 연락을 해오는 사람은 이른바 ‘약국 컨설턴트’라 불리는 중개업자다.
 
이들은 약국 양수·양도를 원하는 수요자를 찾아내고 적절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약국에서 발행되는 월 평균 처방전 건수, 입지,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파악해 수요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해 직접 부동산 관련 업무를 처리해주는 컨설턴트도 상당수다. 거래가 성사되면 일반적으로 거래한 점포 월세의 3~7배 정도를 성공 보수로 수령한다. 금액으로는 1000만원~5000만원 내외를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컨설턴트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약사의 심리와 정보 비대칭성이란 허점을 악용해 처방전 발행 건수를 허위로 제공하거나 병원을 유치하는 명목으로 지원금을 요구하며 고액의 컨설팅비(소개료)를 요구하는 등 ‘악성 브로커’로 분류된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H 약사는 3개월 전 권리금 3억원에 약국을 양수받았다. 1층에 위치한 약국은 건물 내에 피부과, 가정의학과 등이 입주해 있고 월세는 700~750만원 수준이다. 부푼 마음으로 입주한 H 약사는이 컨설턴트에게 소개한 보수로 23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 고민에 빠졌다. 발행되는 처방전 수가 소개받을 때 일러준 것보다 훨씬 적어서다.
 
H 약사는 “컨설턴트가 이 약국의 1일 평균 처방전이 110~130장 정도 발행된다고 했다”며 “인근에 정신건강의학과가 들어올 예정이어서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처방전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1일 평균 50~60장, 가끔 많이 나오는 날에도 80건을 넘지 않았다. 입주한다던 정신건강의학과는 1년전에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기약이 없다는 후문만 무성하다.
 
같은 건물에 있는 병원 간호사에게 처방전 건수가 최근 줄었는지, 해당 약국과 문제는 없는지 물었다. 간호사는 “처방전 건수는 많지도 적지도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기존 약사가 바뀐 지 1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최근에 또 바뀐 것은 병원보다는 약국 측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H 약사는 “컨설턴트에게 처방전이 약속한 것의 절반도 안된다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요즘 처방이 덜 나오는 계절이라 그렇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직접 확인한 데이터로는 문제가 없으니 책임질 부분이 없다고 회피하기 급급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H 약사는 컨설턴트가 같은 자리에서 계속 후속 약사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해 계약을 성사시킨 뒤 실망하고 떠나면 다시 새로운 약사를 구해 소개수수료를 빼먹고 있는 것으로 추정만 할뿐이다.
 
이처럼 악성 브로커에게 속아 피해를 입은 사례는 차고 넘친다. 서울 강남구에서 약국을 운영중인 K 약사는 병원이 최소 1년간 약국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는데 개업 후 1년이 지나자마자 1개월 뒤 병원이 급작스레 문을 닫는 바람에 피해를 입었다. K 약사는 “나중에 확인해보니 운영에 키를 쥔 병원 원장이 80대 후반으로 은퇴하게 돼 폐업을 했다”며 “계약조건 상 이상이 없어 달리 손 쓸 방법도 없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피해를 입은 약사가 다시 약국을 양도하면서 약사 간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수익성이 낮아 약국을 넘길 때 그동안 입은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권리금을 높이기 때문이다. 처방전 발행건수 등 운영환경은 그대로인데 새로 진입하려는 약사 부담은 늘어나는 구조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컨설턴트가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업무를 악성 브로커들이 모여 단체로 활동하면서 수수료를 인상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들은 약국이 없던 자리까지 찾아내 소개하고 약사에게 고액의 수수료와 임차료를 제시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약대생들이 졸업 후 일선 약국에서 경력을 쌓기보다 곧바로 개국하려는 추세롤 보이면서 이같은 피해는 늘고 있다. 평소 부동산이나 병·의원 관련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는 초보 약사에겐 컨설턴트가 제공하는 정보가 유일한 판단기준이기 때문이다.
 
약사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한 약사는 “약국 양도를 하려고 광고를 냈더니 곧바로 개국을 희망하는 20~30대가 상당 수 있었다”며 “컨설턴트가 제공하는 정보 이외에 부동산, 병원, 건물주 등 거래에 중요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브로커 조직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대한약사회는 오는 25일 전국시도지부 약국담당 임원 연석회의를 개최해 약국 개설 관련 악성브로커 제보를 활성화하는 등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약사회는 ‘약국 악성브로커 신고 센터’를 설치해 회원 제보를 받고 있으며 브로커 정보, 활동지역, 피해사례 등을 취합해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그러나 제보량은 아직 크게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회 관계자는 “자료가 모이면 사기·탈세에 대한 법적 대응 등 브로커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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