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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제왕절개 분만아, 자연분만보다 엄마 장내 세균총 적게 닮아
  • 송인하 기자
  • 등록 2019-09-20 13:45:59
  • 수정 2019-11-05 09: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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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환경 유래 세균 보유율 83%로 34%p 높아 … 장기건강 영향 미지수, 제왕절개 회피는 시기상조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와 자연분만(질 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의 장내 미생물군 유전체(microbiome)의 구성이 다르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체로 질 분만아는 어머니의 장내 세균총을 대부분 갖고 있는 데 비해 제왕절개 분만아는 병원 환경과 관련된 박테리아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버밍엄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영국에서 태어난 건강한 아기 596명(자연분만 314명, 제왕절개 282명)과 산모 175명으로부터 채취한 1679개의 대변 샘플을 분석했다. 신생아의 대변은 태어난 지 4일, 7일, 21일 후에 채취됐으며 일부 신생아는 비교를 위해 생후 12개월까지 대변 속 박테리아 집단 구성의 변화를 추적했다. 

제왕절개 분만아에서 병원균 800여 종을 채취해 분리·배양한 DNA를 분석해보니 산모와 비슷한 장내 미생물군 유전체가 자연분만아보다 적었으며 영국 병원에서 혈액감염을 일으킨 세균이 발견됐다. 즉 제왕절개 분만아는 병원환경과 관련된 세균을 가질 비율이 83%, 자연분만아는 49%로 34%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균은 장내에서는 병을 유발하지 않지만 다른 곳으로 들어가거나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감염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그러나 제왕절개 분만아와 자연분만아의 장내 미생물군 유전체 차이는 대체로 한 달 이내 신생아에게만 해당하고 생후 12개월이 되면 대부분 없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가 자라면서 먹는 음식과 생활환경에서 세균에 노출돼 결국은 장내 미생물군 유전체도 산모와 비슷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러나 출생 초기 제왕절개 분만아의 장내 세균총 차이가 면역체계발달이나 장기적인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할 수 없다.

생어연구소의 트레버 로우리 연구원(Dr Trevor Lawley)은 “이번 연구로 출산 방법에 따른 신생아의 장내 미생물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어떤 미생물이 아이에게 건강한 장내 미생물이 될지 분석해 이를 활용한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내 미생물군 유전체는 100만여 개의 복잡한 미생물의 생태계로 면역체계 발달에 중요한 요소이다. 아동기 때 알맞은 미생물에 노출이 부족하면 천식, 알레르기, 당뇨병 등 자가면역질환을 겪기 쉽다. 

영국 로얄컬리지의 앨리슨 라이트(Dr Alison Wright) 산부인과협회 부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로 보편적인 제왕절개수술을 선택하는 데 예비 엄마들이 고민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제왕절개로 신생아가 감염될 기회는 적으며 생명을 구하는 수술이자 산모와 아기에게 알맞은 선택이 될 수 있기에 산모들을 단념시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지 지난 18일자에 실렸다. 이전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질 분만아는 산도(birth canal)를 빠져나오면서 질내 박테리아들을 삼키고 장내 세균총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왕절개 산모는 태어난 신생아에게 자신의 질내 분비물을 바르는 게 폭넓게 행해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장내 세균총을 분석한 결과 질내 박테리아들이 거의 없었다. 제왕절개 분만아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연구는 과거의 미흡한 연구결과를 뒤엎는 반전의 연구성과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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