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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 많으면 배가 산으로 … 초음파검사 수요 증가로 학술단체 주도권 경쟁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8-18 11:41:20
  • 수정 2020-09-22 15: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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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 검사 급여화 여파 … 학회 난립에 교육 질 저하 우려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의 여파로 2020년엔 평소보다 두 배 많은 내과 전문의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련병원의 교육 여건이 열악해 내실 있는 실습이 가능할지 우려되고 있다.
오는 9월 하복부 초음파검사 급여화 등으로 검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초음파 교육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관련 학회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 학회는 하복부 및 비뇨기계 초음파검사 급여화로 검사 수요가 늘어나는 것 외에 내과 수련기간 단축으로 2020년엔 평소보다 두 배 많은 내과 전문의과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양질의 초음파검사 인력 양성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초음파교육을 담당하는 학회들이 난립해 교육의 질과 일관성이 떨어지고, 전공의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음파검사(ultrasonography)는 탐촉자를 검사 부위에 밀착시켜 초음파를 흘려보낸 뒤 다시 되돌아오는 초음파를 실시간 영상화해 인체 내부의 장기, 근골격, 혈관 등의 상태를 확인한다. 검사 과정이 간편하고 인체에 해를 주지 않아 모든 영상검사의 기초가 된다. 과거 기본검사였던 청진기를 대신해 ‘제2의 청진기’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엔 1978년 처음 도입됐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초음파검사 급여화를 검토하면서 다수의 관련 학회가 창립됐고 검사의 질 관리를 위해 너도나도 인증의 제도를 도입했다. 2017년부터는 내과 전공의 교과 과정에 초음파검사가 포함돼 학회들은 초음파 교육에 더욱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4월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늘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문재인케어’로 상복부 초음파검사가 급여화되면서 검사 건수가 급증하고 관련 학회들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졌다.
 
현재 대한내과학회는 심장 파트의 경우 한국심초음파학회와 대한임상초음파학회, 복부는 대한소화기학회와 임상초음파학회, 갑상선은 대한내분비학회와 임상초음파학회, 근골격계는 대한류마티스학회와 임상초음파학회의 초음파 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하면 필수 교육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내과 외에 각 진료과별로 대한비뇨기초음파학회,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 대한신경초음파학회, 대한신경근골격초음파학회, 대한외과초음파학회, 대한정형외과초음파학회 등이 초음파 인증의제를 시행 중이다. 1980년 창립돼 가장 먼저 인증의 제도를 시작한 대한초음파의학회는 현재까지 2200여명의 검사인증의와 300여명의 교육인증의를 배출했다.
 
초음파검사 증가로 교육을 책임지는 학회의 역할이 커지면서 의사들 간 헤게모니 다툼으로 학회가 분열되는 사태도 불거졌다.
 
2012년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주도로 설립된 대한임상초음파학회는 전공의와 개원의들의 초음파검사 교육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왔다. 그러던 중 차기 이사장 선출, 평의원 배분, 교육과정 등을 두고 교수진과 개원의들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학회 창립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개원내과의사회와 임상초음파학회 소속 개원의들은 교수 중심의 학회 임원진이 개원의가 아닌 전공의에만 집중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평의원 배분 및 임원진 선출에서 개원의를 배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1월 개원의들로만 이뤄진 한국초음파학회가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산하 조직으로 창립하면서 임상초음파학회는 내부 분열이라는 위기를 맞게 됐다. 두 학회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한편 교육 인증 등에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익을 좇는 선배의사들의 이합집산으로 교육 담당 학회가 나뉘면서 후배의사들의 혼란만 가중된 셈이다.
 
의료계에선 초음파검사 관련 학회들이 난립하면서 교육프로그램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전문의의 수준과 검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초음파의학회 관계자는 “학회에서 초음파 인증을 받은 의사 중 30% 정도만 재인증을 받는다”며 “인증의 제도를 운영하는 학회가 많고, 타 학회 인증을 인정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른 학회로 재인증 인원이 분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성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임상초음파학회 이사장)는 “학회별로 초음파 인증에 관한 공통적인 기준이 없어 교육의 질 관리를 담보하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인증이 쉬운 곳에 인원이 몰릴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초음파학회는 한 번에 3시간 이상 초음파검사를 교육하고 있는 반면 일부 학회는 한 시간도 교육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증의제도를 운영한 지 7년이 넘었는데 ‘꼭 여기서 배워야 하냐’ 등의 문의사항이 많다”며 “교육의 질을 확실히 담보한다는 조건으로 대한초음파의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에서 이수한 인증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학회 숫자만 늘었을 뿐 정작 술기 실습이 이뤄지는 수련병원의 교육 여건은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상초음파학회 관계자는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의 여파로 4년차와 3년차가 동시에 교육이 끝나는 2020년엔 평소보다 두 배가량 많은 1180명의 전문의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련을 위한 인력과 장소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련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실습하려면 영상의학과의 협조가 중요한데, 병원 사정상 그렇지 못해 실습 교육이 지지부진한 곳이 적잖다”고 말했다.
 
대한내과학회 관계자는 “열악한 수련 환경 탓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도 초음파검사를 제대로 못하는 내과 의사들이 종종 있다”며 “관련 학회들이 반목하지 말고 머리를 맞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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