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임플란트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만 65세 이상은 본인부담률 30%로 평생 2개의 치아를 임플란트로 심어넣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큰 맘 먹고 돈을 질렀는데 수술이 잘못됐거나, 뒤늦게 바가지를 쓴 것을 알면 열받기 마련이다. 성공적인 임플란트 수술받기 요령을 알아본다.
골다공증·간질환·당뇨병 등 지병 있는지 체크해야
임플란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턱뼈 상태를 먼저 체크해봐야 한다. 노화나 골다공증으로 골밀도가 낮으면 잇몸뼈(치조골)도 약해 치조골 골밀도를 측정한 뒤 뼈이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파노라마 X-레이나 3D CT(컴퓨터단층촬영)만으로 골밀도와 뼈의 폭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많은 의사는 손가락으로 잇몸뼈를 만져보는 촉진만으로 뼈이식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파노라마 X-레이는 대개 7900~1만원(급여)이 드는데 큰 부담이 아니므로 한두개 치과를 더 다녀서 검증받는 것도 나쁘진 않다. 3D CT는 비급여라 치과에 따라 8만~20만원이 들므로 부담스럽다면 회피해 볼 수 있다. 술기 좋고 경험 많은 의사는 굳이 3D CT가 필요 없다.
골다공증 때문에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다공증치료제를 장기 복용하고 있다면 반드시 치과 의사에게 알려여 한다. 이 약물은 임플란트의 골유착을 방해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수술 전 3~6개월간 약을 끊거나 다른 계열로 바꿔 먹어야 한다. 아스피린·와파린·티클로피딘·클로피도그렐 등 혈소판응집억제제,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OAC),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치료제는 물론 오메가3지방산, 은행잎추출물 등 혈행개선 목적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할 경우에도 수술 중 지혈이 안 돼 출혈과다가 우려되므로 수술 1주일 전부터 의사와 상의해 끊는 게 좋다.
당뇨병은 높은 혈중 포도당 때문에 조직에 영양 및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면역세포 기능이 떨어진다. 치과수술에선 임플란트주위염에 걸리기 쉽다. 또 높은 혈당은 소변을 통한 수분 배출을 촉진해 침분비를 감소시키고 입마름(구갈)을 초래함으로써 구강이 적정 산도를 유지하지 못해 입속 세균이 급격히 늘어나는 빌미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당뇨병 환자는 조골(造骨)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임플란트와 뼈가 잘 붙지 않아 재수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당화혈색소(HbA1c) 6.5% 미만, 공복혈당 126㎎/㎗ 미만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임플란트수술을 마음 놓고 받을 여건이 만들어진다.
비알코올성지방간, 간경변 등 간질환 환자는 정상인보다 지혈 속도가 느려 시술 중 출혈을 제대로 통제하기 어렵다. 오주영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간질환 환자는 혈액응고인자 합성 기능이 정상인보다 떨어져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며 “임플란트나 사랑니 발치 같은 치과시술 과정에서 출혈이 잘 멈추지 않으면 집도의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시술 정확도가 떨어지고, 수술 후 상처가 아무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혈로 인해 수술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않으면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 A·B·C간염 환자의 경우 바이러스 전파 위험 탓에 치과치료가 제한될 수 있다.
너무 붐벼도 너무 한산해도 문제, 술기 좋을수록 시술도 빨리 끝나
일단 너무 붐비거나 한산한 치과를 피해야 한다. 환자가 몰리는 일부 병원은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치과의사가 박리다매식 가격경쟁력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과도한 할인을 제공하는 일부 병원은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환자를 유인한 뒤, 사후관리를 엉망으로 하기 쉽다. 또 치료받는 도중이나 치료 후에 병원이 없어지는 ‘먹튀 진료’도 드물게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 또는 홍보력으로 미진한 실력을 포장할 수도 있다.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시간이 짧다보면 설령 치료가 잘 돼도 뭔가 불만족스러운 게 자꾸 생각나기 마련이다.
환자가 지나치게 뜸한 치과는 치과의사의 술기가 축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는 불친절하거나,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거나, 과잉진료 또는 의료사고로 악소문이 난 곳일 수 있다.
대학병원 교수나 시술경력이 10년 넘는 치과의사는 대개 시술도 빨리 끝내고 정확하게 이뤄진다. 경험의 누적이 시술시간을 단축시키는 반비례 곡선을 긋게 한다. 다만 교수나 유명 치과의사는 시술비용이 비합리적으로 비싸다. 대개 이런 의사는 임플란트 1개당 300만~40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보통 100번 이상 임플란트 시술경험(통상 1년)이 있으면 어느 정도 술기가 완성돼 ‘보통’ 수준에 도달하므로 너무 경험많은 의사만 추종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손재주가 부족한 의사도 있어 옥석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예컨대 임플란트를 세 개 이상 나란히 심을 경우 첫번째 임플란트를 정확한 위치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 첫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옷을 제대로 못 입듯이 임플란트 한 개가 잘못된 위치에 심어지면 나머지도 연속적으로 잘못된 위치에 놓여져 치열이 망가지고 씹는 느낌이 좋지 않으며 종국엔 인접한 정상 치아의 뿌리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하나를 잘못 심으면 줄줄이 심는 임플란트도 정렬이 틀어지게 돼 재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주말에 서너 차례 임플란트 심는 연수교육을 받은 뒤 선배 치과의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시술하는 경우엔 시술결과가 좋게 나오기 어려우므로 병원 선택 시 유의해야 한다. 대체로 남성 치과의사들이 손아귀힘도 세고 정교한 손놀림이 가능해 여성 치과의사보다 수술결과나 낫다는 게 치과의사들 사이의 일반적인 견해다.
바가지 안 쓰려면 … 굳이 치대병원이나 유명 치과 찾을 필요 없어
요즘 임플란트 시술비용은 개당 120만~150만원 선이다. 외국산 제품을 쓰면 여기에 50만~100만원이 추가된다. 임플란트는 크게 고정체(fixture), 고정체와 보철물을 이어주는 연결기둥(abutment), 보철물 등 세 부위로 구성된다. 픽스처와 어버트먼트를 합쳐 국산은 10만원, 외제는 20만~30만원 정도 한다. 국산 제품이 많이 향상됐지만 금속의 물성에서 아직은 외제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그럼에도 웬만한 시술에선 국산와 외산의 품질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정도는 아니다. 또 얹혀지는 보철물에 따라 최종가격은 크게 달라지기 마련인데 흔히 통용되는 가격은 세라믹 보철물을 쓴 경우다. 금을 쓰면 가격이 한참 올라간다. 치조골이 약해 뼈이식을 하는 경우에도 재료비 및 시술비(개당 30만~80만원)가 추가된다. 뼈이식 비용은 비급여라 부르는 게 값이지만 일부 치과에서는 이를 면제, 할인해주기도 한다.
바가지를 안 쓰려면 굳이 치과대학병원이나 유명 치과를 갈 필요가 없다. 평판이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며 무엇보다도 의사가 자기 술기에 자신감을 가진 곳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보통 치료 전엔 1개월마다, 치료 후엔 6개월마다 점검이 이뤄지는데 집에서 너무 멀면 치과다니기 어렵다. 가급적 근처에서 치과를 찾도록 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가 안 생기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찾는 게 불가피하다.
또 일부 치과에서는 3D CT나 3D 구강 스캐너를 활용한 컴퓨터 모의수술을 거쳐 시술의 정확도를 높인다고 홍보하지만 치료비용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술기가 좋은 의사는 굳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만족할 만한 치료결과를 낸다. 임플란트 모의수술은 상대적으로 난치성이 아닌 암에 고가 로봇수술을 적용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치료 서두르다 낭패 … ‘원데이’‘일체형’ 임플란트 심으려면 잇몸뼈 튼튼해야
잇몸뼈의 강도를 4단계로 나눴을 때 2~3단계가 임플란트에 적합한 강도다. 너무 약한 1단계나 너무 강한 4단계면 임플란트가 뼈와 잘 유합하지 않을 수 있어 심을 때 조이는 강도를 다르게 하거나, 보철물을 올리는 데 걸리는 기간을 2~3단계보다는 길게 잡아야 한다. 환자의 잇몸뼈 상태에 따라 임플란트식립을 완료하는 데 평균 3~6개월은 걸린다.
박재석 미프로치과 원장은 “빨리 치료를 끝내고 싶어하는 환자들이 무조건 ‘당일 임플란트’(원데이 임플란트)나 ‘일체형 임플란트’를 해달라고 보챈다”며 “이런 시술은 발치와 동시에 인공치근을 잇몸뼈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해 잇몸뼈가 튼튼해야 하는데 고령층은 대체로 잇몸뼈가 부실해 약간의 힘만 가해져도 며칠이 안 가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져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두 개 치아만 문제가 있는 젊은층에서나 적합한 게 원데이 임플란트의 한계라고 덧붙였다.
임플란트 부작용 1위는 임플란트 주위염이다. 임플란트는 자정 능력이 있는 자연치아보다 염증에 취약해 구강위생이 불량하면 주위염이 잘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면역력 저하, 조직 연화로 세균 감염 위험이 높아 수술 전후 당화혈색소 수치를 6.5 이하가 되도록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반 칫솔 외에 치간칫솔과 치실을 자주 사용하면 주위염 위험을 50% 이상 줄일 수 있다. 수술 후 말린 오징어·누룽지처럼 딱딱하고 질긴 음식은 임플란트가 빠질 수 있어 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