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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중단 … “병용임상·기술수출 집중할 것”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8-04 23:55:43
  • 수정 2023-12-25 20: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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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장암·대장암 등 다른 적응증 연구 집중 … 주주보호 위한 자사주 매입 계획 밝혀
신라젠은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의 실패 원인을 표적항암제와 병용요법의 치료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4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독립적인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진행한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인 PHOCUS를 진행한 결과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고 2일 공시했다. 회사 측은 DMC로부터 권고받은 사항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할 예정이다.
 
펙사벡은 유전자 재조합 백시니아(우두) 바이러스로 만든 차세대 항암제로 이 바이러스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략하도록 디자인됐다. 펙사벡을 투여하면 바이러스가 암세포의 에너지원인 TK(테미나인키나제)를 만들지 못하도록 억제한다. TK를 빼앗긴 암세포는 증식을 멈추게 되고 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정상 공격해 파괴시킨다. 이같은 방식의 면역항암제는 암젠의 ‘임리직’(성분명 탈리모젠 라헤르파렙벡, Talimogene Laherparepvec)이 독보적이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신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분석해 임상시험을 지속해야하는지 판단하는 평가다. 이 회사는 2016년 1월 뉴질랜드에서 첫 임상 환자 등록을 시작으로 미국, 한국 등에서 임상을 진행했다. 말기 간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한 임상 2a상 시험에서 완전관해(Completely necrotic) 사례(1건)가 나오면서 혁신신약 탄생 가능성을 높이며 주목을 받았다.
 
바이오업계는 면역치료제 시장이 2021년 약 1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펙사벡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관련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임상 3상에서 이 치료제는 패배의 쓴 맛을 봐야했다.
 
임상 3상은 바이엘의 항암약 ‘넥사바’(소라페닙, Sorafenib)를 투여하지 않은 전세계 600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 고용량(10억pfu/㎖)·넥사바 병용요법과 넥사바 단독군을 비교했다. 투여기간은 2주 간격으로 펙사벡을 3회 투여한 뒤 6주차부터 넥사바를 투여하는 방식과 넥사바만 단독 투여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회사 측은 환자 1명당 10개월 정도 관찰기간을 두고 전체생존기간(OS)을 조사했으며 600명 중 무용성평가에 필요한 190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과 관련, 펙사벡·넥사바 병용투여군이 넥사바 단독투여군 대비 위험성이 얼마나 줄었는지 조사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임상 데이터는 신라젠 측이 FDA에 제출할 결과보고서가 나오는 시점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 측은 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이번 임상중단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경과와 향후 계획을 내놨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간암 임상 3상 조기종료 소식을 전하게 돼 유감”이라며 “신장암, 대장암 등 기타 암에 활용되는 항암제 개발 경쟁에서 펙사벡은 아직 3~4위권에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임상(1상~2상)에서 펙사벡과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며 “글로벌 임상 3상에 배정된 잔여 예산을 신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임상 및 술전요법(수술 전 요법)에 투입해 병용 임상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진행 중인 임상 데이터가 일정 수준 확보되면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할 것”이라며 “간암에선 더 이상 환자모집이나 추가 임상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며 신장암, 대장암, 소화기계통암 등에서 우수한 병용임상 데이터가 나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권혁찬 신라젠 전무는 “현재 미국 리제네론(Regeneron)의 ‘리브타요’(세미플리맙, Cemiplimab)와 펙사벡 병용요법이 신장암을 적응증으로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라며 “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용량 결정 시험에서 완전반응(CR) 1명, 부분반응(PR) 1명 , 안전병변 1명, 진행병변 2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들에 대해선 주기적으로 CT(컴퓨터단층촬영)을 실시해 관찰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대장암도 적응증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에선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더발루맙, Durvalumab)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핀지·펙사벡 병용요법을 적용한 임상 1/2상을 시작했다.
 
회사 측은 향후 진행할 임상도 소개했다. 우선 간 전이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와 펙사벡을 병용투여하는 임상을 진행한다. 임상계획 및 병원선정이 완료된 상태로 내년 초 첫 환자 등록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 외 췌장암·위암 등 소화기 암, 폐암·흑색종 등 기타 암 관련 임상도 준비하고 있다. 전립선암, 두경부암 등 수술 전 펙사벡을 투여하는 술전요법 연구도 기획 중이다.
 
권 전무는 “간암 환자 대상 임상은 종료됐지만 이것은 여러 임상시험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신장암, 대장암 및 새로운 임상에서 좋은 임상 데이터 만들기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상결과를 회사 측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달 이 회사 신현필 전무가 4회에 걸쳐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 16만7777주를 장내 매도한 것에 대해 임직원이 미리 정보를 알고 발을 빼려 했다는 의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송명석 부사장은 “신 전무의 주식 매도는 개인의 일탈행위로 법적인 문제는 없으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권고사직을 내린 상태”라고 답변했다.
 
이어 문 대표는 “회사는 해당 임상 데이터를 전혀 알 수 없고 환자정보를 알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임상시험 자체가 무효화된다”며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고 새벽 3시에 DMC로부터 권고사항을 통보 받고 주식시장 개장 전에 공시해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표는 한쪽 눈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그의 건강상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문 대표는 “지난해 5월 피눈물 흘리며 쓰러진 뒤 안구적출 및 3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며 “이후 20번의 수술로 목숨을 건졌지만 장애가 생겨 어지럼증, 두통과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을 암으로 잃은 고통으로 항암제 개발을 시작했는데 아파보니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며 “의사가 아닌 환자로서 신약개발 목표를 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원 자사주 매입 계획과 시기를 묻는 질문엔 “주주들이 추가 지분 매입을 원하면 자금을 빌려와서라도 진행할 것”이라며 “저를 포함해 최대 주주 3인이 그동안 부과받은 세금이 수백억에 달하고 이를 막기 위해 의사 등 주주들로부터 빌린 부채조차 상환하지 못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상환 압박을 받아 추가 지분 매도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하게 된다면 완전 공개된 상태에서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전문가는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며 “회사 측이 발표한 병용임상 등 계획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있으나 이미 임상중단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만큼 다른 임상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일 신라젠 주가는 임상 3상 중단 권고가 발표된 뒤 29.97% 하락한 3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7년 11월 기록한 최고가 15만 2300원 대비 약 80% 떨어진 수치다. 이날 시가총액은 약 9400억원이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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