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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통증의 왕’ 삼차신경통 잡는 미세혈관감압술 고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7-30 16:46:13
  • 수정 2021-06-14 12: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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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 혈관압박 없으면 자체개발 ‘테프론압박술’ 적용
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미세혈관감압술은 삼차신경통의 근본 치료법으로 신경을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극심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고도의 술기와 전문성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삼차신경통은 ‘통증의 왕’이라는 별명대로 극심한 고통을 주는 뇌신경계질환입니다.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예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속 정확한 치료가 최선이죠. 이를 위해 환자 상태에 따라 미세혈관감압술·테프론압박술 같은 최적의 치료옵션을 적용, 질병 완치와 재발 억제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구고령화,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뇌신경계질환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뇌신경계질환 중 유독 통증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삼차신경통 환자는 2013년 5만6788명에서 2016년 6만4426명으로 13.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비율은 2016년 기준 여성이 약 68%(4만3656명)로 남성의 32%(2만770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삼차신경통은 얼굴을 지나가는 삼차신경이 혈관에 눌려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통증 탓에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치료가 어려우며, 재발 위험이 높아 다루기 힘든 분야로 꼽힌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삼차신경통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은 손으로 꼽을 만큼 적다.
 
미세혈관감압술 4000례 달성, 합병증 발생 3% 미만
 
박봉진 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 신경외과 교수팀은 지난 6월 삼차신경통, 반측성 안면경련 등에 대한 미세혈관감압술(MVD, microvascular decompression) 4000례를 돌파했다. 1980년 은사인 이봉암 신경외과 교수(전 경희의료원장)가 첫 수술을 집도한 지 29년 만에 이룬 성과다. 전체 수술 중 절반은 이봉암 교수의 집도 아래 이뤄졌으며, 박 교수가 이를 이어받아 수술 성적을 향상시켜왔다.
 
미세혈관감압술은 귀 뒤쪽을 5㎝가량 절개한 뒤 미세현미경을 삽입, 뇌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혈관과 신경을 분리한 뒤 그 사이에 ‘테프론(Teflon)’으로 불리는 의료용 솜을 삽입하는 치료법이다. 테프론으로 신경과 혈관을 분리하면 혈관박동이 신경에 전달되지 않아 통증이 완화된다. 테프론은 체내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물질로 만들어진다.
수술 성공률은 삼차신경통 환자에서 80~85%, 10년 내 재발률은 20~30% 정도다. 안면경련은 성공률이 95%, 재발률이 10% 내외로 예후가 더 좋은 편이다.
 
박 교수는 “4000례 중 합병증 발생률은 3% 미만”이라며 “환자 상태와 혈관 압박 유무에 따라 미세혈관감압술 외에 자체 개발한 테프론압박술과 부분신경절단술, 뇌신경박리술 등을 선택적으로 적용해 독보적인 치료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세혈관감압술은 안면경련과 삼차신경통의 근본 치료법으로 신경을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극심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고도의 술기와 전문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혈관압박 없으면 자체 개발 테프론압박술 적용
 
문제는 삼차신경통은 맞는데 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이 없는 경우다. 안면경련은 95%가 신경과 혈관이 얽혀있는 상태가 관찰되는 반면 삼차신경통은 20~30% 정도가 신경을 누르는 혈관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땐 경희대병원이 자체 개발한 테프론압박술을 적용한다.
 
테프론압박술은 통증 원인이 되는 신경이 뻗어나오는 통로에 테프론을 삽입, 의도적으로 신경을 압박 및 자극함으로써 통증을 줄여준다. 미세한 신경 자극을 지속적으로 유도해 통증을 완화시키는 원리다. 박 교수는 “신경통로에 테프론을 넣어 일부러 신경을 압박하는 것은 엉덩이에 주사를 놓기 전 손으로 주사 부위를 ‘탁탁’ 치는 것과 같다”며 “미세혈관감압술은 신경과 혈관 사이에, 테프론압박술은 신경과 신경통로 사이에 테프론을 넣는 게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차신경통 95%, 원인 없는 특발성
 
삼차(三叉)신경은 뇌에서 나오는 12개의 신경 중 5번째 신경으로 얼굴감각과 저작근 움직임에 관여한다. 이마(안신경), 뺨(상악신경), 턱(하악신경) 등 세 줄기로 갈라진다고 해서 삼차신경으로 명명됐다. 안신경은 뇌에서 시작돼 눈썹 위 피부 쪽으로 연결되며 각막을 포함한 눈 위쪽 피부와 머리 부분 감각을 담당한다. 상악신경은 코 주변에서 나와 위쪽 치아·입천장·뺨의 감각에, 하악신경은 아래쪽 치아·잇몸·혀 앞쪽 3분의 2의 감각에 관여한다.
 
이들 신경에 문제가 생겨 얼굴 주변에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이 수초·수분간 반복되는 것을 삼차신경통이라고 한다. 박봉진 교수는 “삼차신경통의 95% 이상이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으로 신경이 뇌혈관에 눌려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머리에 큰 충격을 받거나, 대상포진·중이염 바이러스가 침투해 신경을 손상시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통증이 한 번 시작되면 몇 주에서 몇 년까지 무통기와 통증기가 반복된다. 식사, 양치질, 세수 등을 할 때에도 통증이 생겨 삶의 질이 떨어진다. 초반엔 단순 두통이나 치통과 구별이 쉽지 않아 그냥 방치하거나, 다른 진료과를 찾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삼차신경통의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엔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다 최근 20~30대 젊은 환자가 늘면서 선천적·유전적인 발병요인이 환경, 생활습관 등 후천적 요인의 자극을 받아 발병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가설에 그치고 있다.
 
30년간 수술·임상데이터 축적, 부작용·재발 최소화
 
삼차신경통 치료는 먼저 항경련제인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를 실시하고 경과를 지켜본 뒤 차도가 없으면 수술적 요법에 들어간다. 약물치료는 수술적 치료에 비해 위험성이 적고 간편하지만 약에 내성이 생겨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해소 효과는 줄어들고 증량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약물치료 후 차도가 없으면 바로 수술로 들어간다. 전체 환자의 70~80%에 미세혈관감압술을 실시한다. 신경을 누르는 혈관이 보이지 않거나, 전신마취가 부적합한 고령이거나 전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수술 후 재발한 경우 등 나머지 20~30% 환자에겐 테프론압박술·부분신경절단술·뇌신경박리술을 선택적으로 실시한다. 필요에 따라 고주파응고술이나 감마나이프방사선치료 등 최소침습수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우리 병원은 1980년 이후 약 30년 동안 방대한 양의 수술 및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고 술기를 향상시켜 왔다”며 “이는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재발에 어떻게 대처하고, 추후 어떤 치료를 적용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혈관압박 유무, 환자 상태 맞는 수술법 선별 적용해야

 
박 교수는 수술 후 재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삼차신경통 재발 관련 논문들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깊숙이 있는 혈관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신경과 혈관을 제대로 분리하지 않았거나, 테프론을 너무 많이 넣어 딱딱해지면 통증이 재발할 수 있다”며 “테프론은 가능한 최소량만 넣어 신경과 혈관을 분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매월 ‘안면질환 컨퍼런스’를 개최, 다학제 융·복합 협력연구를 실시함으로써 해마다 다수의 연구논문을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이사, 대한뇌신경기능장애연구회 학술이사, 대한두개저외과학회 특별이사, 대한뇌종양학회 홍보이사, 대한신경중환자의학회 총무이사, 대한수술중감시연구회 특별이사 등을 맡아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봉진 교수는 “삼차신경통은 명확한 예방법이 없는 만큼 질환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며 “의학적 근거가 없는 민간·대체요법에만 의지하다간 치료 시기를 놓치고 치료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차신경통을 포함한 뇌신경계질환은 현재 상태와 혈관의 신경압박 유무에 따라 적절한 수술법을 선별 적용해야 한다”며 “경험이 풍부한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담한 뒤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는 게 빠른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박봉진(朴奉進)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프로필
 
경희대병원 수술부장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과장
경희대 의대 신경외과학교실 주임교수
경희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
 
일본 나고야 국립대학병원 연수
미국 클리브랜드크리닉 뇌종양센터 펠로우
미국 피츠버그 드레셀(Drexel)대학병원 연수
캐나다 맥길리(McGill)대학병원 연수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이사
대한뇌신경기능장애연구회 학술이사
대한두개저외과학회 특별이사
대한뇌종양학회 홍보이사
대한신경중환자의학회 총무이사
대한수술중감시연구회 특별이사
대한신경손상학회 특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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