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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한의사 ‘동상이몽’에 변죽만 울린 의료일원화, 재개 가능성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7-26 09:05:03
  • 수정 2020-09-23 11: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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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한의대 폐지 우선”, 한의계 “한의대 교육에 의학 접목” … 의협 ‘보이콧’ 이후 재논의 중단
의료계와 한의계는 지난 5월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의료일원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의대와 한의대 교육을 통합하는 ‘의료일원화’ 논의가 최근 의사·한의사 간 팽팽한 신경전으로 파행되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현대 의료기기 사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한의계에 반발해 의료계가 의료일원화 ‘보이콧’을 선언한 이래 현재까지 두 직역 사이의 의견차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일원화는 2000년대 이후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교육과정을 통합해 다양한 질환과 환자의 상태나 증상에 따라 개인맞춤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종합 의료인’을 양성하고, 의사와 한의사 간 직역 갈등을 줄인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하지만 이해당사자 간 이견으로 추진 단계에서 번번히 무산됐다. 2015년엔 한의사의 의료기기 허용 문제로 의사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논의는커녕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2018년엔 의료계와 한의계가 참여하는 국책연구소나 관련 부처 내 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의료교육을 일원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초안까지 나왔지만 기존 면허자의 의료일원화 이후 면허 범위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올해에도 의료일원화 도입은 사실상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늦어도 6월 이내에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의료계, 한의계, 교육부 등이 참여하는 ‘국민건강을 위한 의료발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지난 5월엔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일원화를 주제로 개최한 국회토론회에서 의료계와 한의계 인사들이 모여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중순 한의사협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한의사의 X-레이와 혈액검사기 사용을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의료일원화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의협은 “한의협은 의료일원화를 한의사 업무영역 확대와 의사 면허권 침탈을 위한 기회로만 여기는 것 같다”며 “한의협의 논리대로라면 의료일원화를 논의할 수 없고 협의가 결렬되면 한의협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의료일원화 관련 논의기구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X-레이 촬영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 척결에 나설 계획이다.
 
복지부는 일단 의료일원화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의료 현실에서 의료일원화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한의협의 기자회견과 상관 없이 의료일원화 논의를 위한 발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의료계와 한의계가 의료일원화를 위한 근본적인 방법론부터 이견을 보이고 있어 실제 도입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일원화 추진을 위해 먼저 한의대를 폐지하고 의대로 통합해 단일면허 취득자를 배출하고, 기존 면허자는 현행대로 면허 범위를 유지하면서 상호 영역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 과정을 일원화한 뒤 기존 면허 소지자에게도 소급 적용해 면허를 통합하자는 한의사들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임기영 의료리더십포럼 회장(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한의사들의 주장대로 기존 면허까지 통합하면 한의사들이 원래 신분을 유지하면서 의사의 진료행위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며 “이는 의료일원화라는 명목으로 의사 직역의 진입장벽을 붕괴시키고 의사 고유의 진료행위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또 의료일원화를 추진하기 전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C 대학병원 교수는 “현대의학은 임상연구 결과나 환자 빅데이터 등을 통해 수술이나 시술의 치료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지만 한의학은 학문 체계가 상대적으로 덜 갖춰져 있다”며 “의대에서 한의학을 한 부분으로 도입해 교육 및 연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의계에서는 기존 한의대를 유지하되 의학을 접목하는 형태로 통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의계가 주장하는 통합교육 방식은 미국의 전통의학을 바탕으로 하는 ‘정골의사(D.O,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 제도와 가깝다.
 
정골의학은 변형된 뼈의 구조를 찾아내 바로잡는 대체의학의 한 분야다. 미국의 일반 의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사(MD)를, 오스테오패틱 의대는 DO를 양성한다. DO는 일반 의대의 교과목을 다 배우면서 정골의학과 수기치료법 등을 200시간 이상 함께 공부한다. 현재 미국에선 34개 오스테오패틱 의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5000~6000명의 DO가 양성된다.
 
손정원 대한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국내 한의대는 이미 의대와 교육과정이 70%가량 비슷해 미국 오스테오패틱 의대 체제로 전환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일부 의료계 인사들이 한의학의 비과학화를 이야기하는데, 한의사들도 충분히 의학적·해부학적 지식을 갖고 진료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혁용 한의사협회 회장은 “중국, 일본, 몽골, 미국 등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국처럼 전통의학을 배타적으로 대하거나, 아예 배제시키지 않는다”며 “의료일원화가 한의사에는 이득이고 의사에게는 손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건강을 증진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해당사자 간 ‘동상이몽’을 끝내지 않으면 의료일원화는 불가능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일원화라는 공통 주제를 두고 의료계는 ‘한의대 폐지를 통한 의사 기득권 유지 및 확대’, 한의계는 ‘진료영역 확대’, 정부는 ‘한의약 산업화’를 꿈꾸고 있다”며 “의료일원화 당사자들은 각자의 이해 관계보다 국민건강, 환자안전 등을 먼저 고려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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