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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수술 절벽’ 현실화, 수련기간 단축만이 답일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6-28 09:24:00
  • 수정 2020-09-24 10: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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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부터 4년서 3년, 대학병원 남으면 추가로 2년 분과수련 … 과도한 행정업무, 술기 숙지 의문
외과 의사들은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 외에 의료수가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전공의 미달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과 전공의부터 수련 기간이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면서 의료진의 술기 저하와 이로 인한 수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에 따르면 올해 모집하는 2019년도 신규 외과 전공의부터 수련 기간이 단축된다. 그동안 외과계에선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미달 사태에 대한 해법으로 수련기간 단축을 요구해왔다.
 
외과 전문의 상당수가 수련 술기를 사용할 일이 적은 의원급이나 중소병원급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도 수련 기간 단축 및 수련체계 개편이 필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대한외과학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배출된 외과전문의 6040명 중 2448명(40.5%)이 의원급, 1240명(20.5%)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은 1047명(17.3%), 종합병원은 689명(11.4%)의 외과 전문의가 일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과 전문의 1인당 월평균 수술 건수는 13건에 불과하다”며 “수술만으로 병원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다른 과목으로 의원을 개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과수술 난이도를 가장 쉬운 1단계부터 가장 어려운 4단계로 구분하면 의원급에서는 ‘난이도 1’에 해당하는 외과수술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외과학회는 수술 난이도를 △대체로 훈련된 조수가 필요하지 않고 외래에서 국소마취로 가능한 난이도 1(피부양성종양적출술 등) △훈련된 조수의 보조가 필요하지만 꼭 전신마취가 필요한 것은 아닌 난이도 2(유방양성종양절제술 등) △수술 도중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수술 범위가 넓어질 수 있어 훈련된 2인 이상의 조수가 필요한 난이도 3(갑상선수술 등) △환자의 장기생존을 위해 특별한 술기가 요구되고 이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훈련이 필요한 난이도 4(소화기암 수술, 장기이식술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외과 전문의가 되려면 의사면허 취득 후 1년간 수련의(인턴) 생활을 하고, 4년간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 4년 중 1~3년차에는 기본적 외과수술·진료를 배우고 4년차에는 외상외과, 대장항문외과, 혈관외과, 소아외과 등 세부 전문수술 분야를 수련한다.
 
이런 가운데 대한외과학회는 향후 개원할 전공의는 3년간 충수절제술, 탈장교정술, 담낭절제술 필수적인 외과수술 교육만 받고, 대학병원에 남아 교수의 길을 걸으면서 고난도수술을 집도할 전공의는 기본교육 3년에 전임의(펠로우) 과정을 2년 거치는 ‘선택적 3+2’ 방식의 교육과정이 적합하다고 주장해왔다. 외과학회는 수련기간 단축이 전공의 지원율을 높여 외과 인력난을 푸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과학회 관계자는 “한때 전공의 미달 사태를 겪은 내과가 수련 기간을 3년으로 줄인 뒤 지원율이 반등한 전례가 있다”며 “외과 전공의 과정에 들어오는 사람 중 상당수가 개원하거나 중소병원에 취업해 덜 위험한 수술을 하면서 살고 싶어하는데, 이런 욕구를 존중해 공통 교육기간을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 측은 우려와 달리 수련 기간이 1년 줄어든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기획이사(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그동안 뿌리내린 도제식 교육이 역량 중심 교육으로 개편되고, 외과의사에게 필요한 기본수술을 집중 교육하기 때문에 수련기간이 단축된다고 해서 전문성이 결여되는 것은 아니다”며 “주어진 수련기간에 외과 전문의로서 기본 역량을 갖추도록 학회 차원에서 체계적인 수술교육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아무리 기초적인 수술이라도 3년 안에 완전히 숙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K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외과 전공의 수가 점차 줄고 ‘주당 80시간 근로(전공의 기준)’까지 시행되면서 수련기간 내내 수술 교육은커녕 행정업무에만 치이는 후배들을 많이 봤다”며 “외과 수련기간까지 1년이나 줄면 결국 제대로 된 수술실습은 전임의 때나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2017년 먼저 수련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던 내과 파트에서도 술기 실습 부족과 이로 인한 전공의들의 불안감 가중 등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한 3년차 내과 전공의는 “2년차 때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술기 실습이나 연구논문 준비에 집중하기 힘들다”며 “수련 기간은 단축됐지만 술기 요건은 별다른 변화가 없어 시간이 촉박하고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수련기간 단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사들은 내과보다 상대적으로 술기 난이도가 높은 외과의 경우 술기 부족과 전문의들의 부담감이 수술 부작용이나 합병증 같은 심각한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련기간 단축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의사들의 수술 숙련도와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수련 기간 단축 외에 의료수가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전공의 지원자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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