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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걸려 완성되는 ‘침향’ … 등급·원산지 알고 먹어야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6-09 22:58:12
  • 수정 2020-09-24 15: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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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 수지 속 항염·항산화 성분 함유 … 응집법·밀도·따라 품질 구분
오랜기간이 지나 얻을 수 있는 약재 ‘침향’이 항염·항산화 효과로 각광받고 있다.
인구고령화와 웰빙 추구로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 가운데 침향(沈香)이 오랜 역사와 효능을 바탕으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침향은 사향노루의 사향샘을 건조해 얻는 ‘사향’, 향유고래 수컷의 창자 속 이물로 만드는 ‘용연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손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주로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열대지역에 서식하는 침향나무에서 채취하며 침수향(沈水香)이라고도 불린다.
 
침향나무는 상처를 입거나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스스로 수지(樹脂)를 분비한다. 액체상태로 분비된 수지가 오랜시간이 지나 딱딱하게 굳으면 침향이 된다. 이 과정은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백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침향은 역사적으로 귀한 약재로 여겨졌다. 조선왕조실록에선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충하는 약으로 침향을 활용해 왕의 자양강장제로 처방했다는 내용이 있다. 숙종은 변비 및 소변보기 어려운 증상 완화를 위해, 경종은 지병인 간질로부터 안정을 취하기 위해 침향을 복용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엔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으며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기록됐다.
 
중국 명나라의 의학서인 ‘본초강목’은 “침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간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해 주며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침향의 효능은 현대에 접어들어 각종 연구결과로 과학적 근거가 나타나고 있다. 침향에 함유된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 베타셀리넨(β-selinene),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 등 성분이 각종 항암·항염·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쿠르비타신은 오이, 호박 등 박과 식물에 함유된 성분으로 쓴맛이 나고 세포독성을 가지고 있어 벌레·세균·바이러스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항암효과를 유발하는 물질로 지목돼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베타셀리넨은 시금치, 황칠 등에 함유된 성분으로 항산화 작용을 한다.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리는 침향 생성 과정에서 부패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베타셀리넨 덕분이다. 이 성분은 신장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 콩팥병 환자에 투여하면 기능 개선 효과를 보이며 항산화, 항염증, 진통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가로스피롤은 신경안정 작용으로 심리적 안정감, 스트레스 감소, 불면증 해소 등에 도움을 준다. 안구 피로회복이나 노안 예방 등에 비교적 효과가 뛰어난 편이다.
 
침향은 보통 차나 환 제제로 가공해 섭취한다. 차는 분말형태로 갈아 우려서 마시는데 침향에 함유된 성분은 휘발성이 강해 뜨거운 물이 아닌 미지근한 물을 사용한다. 침향환은 보통 꿀과 1대1 비율로 섞어 제조해 씹거나 물과 함께 삼키는 방식으로 섭취한다. 최근엔 꿀 이외에 각종 한약재 성분이 함유된 고급 침향환이 출시돼 판매되고 있다.
 
이같은 효능으로 알려진 침향은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어떤 것이 좋은 침향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신광호 침향체험관 휴(休) 원장은 “그램당 1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제품이나 비중이 1이 넘는 저가 제품이나 샘플 분석을 해보면 고가라고 해서 효능이 뛰어나다는 근거는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침향의 가격은 싼 것은 1g에 몇백원 불과하지만 최상품은 10만원까지 호가할 정도여서 금보다도 더 비싸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침향 또는 그 가공제품은 가격이 높을수록 고급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유효성분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아 고가를 매길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얼마나 잘 포장하느냐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역사 속의 중국이나 동남아의 왕족이나 성직자에게 침향은 매우 고급 약재로 인식돼 품질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있었다. 침향의 밀도에 따라 물에 가라앉고 뜨는지 여부, 수지 응집 방법 등 기준을 적용했다. 물에 가라앉는 것은 ‘침향’, 물에 뜨는 것을 전향(煎香)으로 구분했다. 약재로 사용하며 고급으로 여기던 게 침향이다. 전향은 끓이거나 태워서 향을 맡는 데 쓰였다.
 
수지 함유량이 많을수록 물에 잘 가라앉게 되는데 함유량이 적으면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뜨게 된다. 침향은 태울 때 향기가 부드러우면서 진할수록 상품에 속한다. 색깔은 녹자색인 것이 상품이고 그 다음이 검은색이며, 갈색은 상품에 속하지 않는다.
 
침향 수지의 응집 방법에 따라선 자연 응고된 ‘숙결’, 사람이 인위적으로 상처를 내 수지를 받은 ‘생결’, 나무가 썩어서 저절로 탈락한 ‘탈락’, 벌레먹은 게 응결된 ‘고루’, 전향 등 순으로 등급을 나누며 지역에 따라 그 외 세부등급을 부여하기도 한다.
 
지금도 침향 구분에 물에 가라앉히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가라 앉으면 좋은 침향이고 다시 떠오르면 침향 수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약재다. 원산지 별로 베트남산이나 말레이시아산 등이 우수한 약재라는 광고를 하는 곳도 있는데 유통 과정에 따라 생산자와 판매자가 다를 가능성이 상존한다. 침향은 나무별로 일정한 성분비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앞서 소개한 수지 응집 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특정 지역 상품에 대한 맹신을 할 게 아니라 관리 여건 등을 살펴야 한다.
 
또 대부분 수입과정에서 약재 사용을 목적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업자의 상품은 실제 받아보기 전 어떤 상태인지 품질을 알 수 없고 위생 등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이름난 업체 제품은 가격 대비 품질(이른바 가성비)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려해봐야 한다.
 
침향이 들어간 처방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소합향원(蘇合香元)이다. 소합향원은 침향 목향 사향 정향 안식향 백단향 유향 용뇌 향부자 백출 주사 서각 가자피 필발 소합유를 같은 양으로 넣고 1g 정도 크기로 알약을 만들어 매번 2~3알을 따뜻한 물로 삼킨다. 이 중 용뇌를 뺀 것을 사향소합원이라고 부른다.
 
예부터 소합향원을 만들 때 침향이 없을 때는 굳이 침향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귀한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방에서는 사향이 없으면 침향을 대신 쓰고, 침향이 없으면 목향을 쓰기도 한다. 공진단에 들어가는 사향 대신 침향이나 목향을 쓰더라도 약효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목향은 침향보다 흔하고 약효가 침향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은 “침향은 음기가 약하면서 양기가 지나치게 왕성한 사람에게는 쓰지 말아야 한다”며 “반대로 기운이 허해서 맥에 힘이 없고 아래로 처진 경우에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침향은 소음인 체질에게 좋은 약재이며,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 체질이나 태음인 체질 가운데 얼굴로 열이 잘 달아올라서 안색이 시뻘건 사람은 아주 소량을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침향은 밀폐용기에 넣고 그늘진 곳에 보관하되 기름성분이 빠지거나 마르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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