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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어렵고 ‘워라밸’ 없고, 의사 인기는 옛말일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6-08 14:12:23
  • 수정 2020-09-24 15: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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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高 임세원·윤한덕 사례로 직업안전성도 의문, 일부 젊은층 선호도 감소 … 전문가들 “일시적 현상 불과”
일부 상위권 학생 사이에서 의사 직업 선호도가 떨어진 이유로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기대할 수 없는 근무환경’이 꼽힌다.
변호사, 판사, 검사, 교사 등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한국에서 같은 ‘사’자라도 의사라는 직업의 위상은 한 수위로 쳐준다. 최근 방영된 모 드라마에서 등장 인물들이 늘 ‘3대째 의사 가문’을 강조하며 1대나 2대에 그친 의사를 폄하하는 투로 대사를 던졌지만 아직도 의사가 된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집안 전체의 자랑거리로 여겨지고 있다.
 
선호하는 직업 순위에서도 몇 년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월 취업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625명을 대상으로 ‘미래 자녀 희망직업 선호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의사·간호사·약사 등 의료인은 1위인 ‘공무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공무원을 선호하는 안정지향형 사회가 한국의 발전원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2위인 의료직업군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선호도가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층에서 의사 선호도에 대한 변화가 눈에 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개인주의, 직업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의사가 꼭 좋은 직업인 것만은 아니다’는 생각을 갖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직업 설문조사 결과 의사 직업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에선 2위를 기록한 반면 고등학생에선 6위까지 떨어졌다. 서울 관악구내 한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는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직업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자신의 적성·시험성적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못해 희망직업 선택시 막연하게 부모의 권유나 미디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면 직업의 장·단점, 관련 학과 입학 가능성, 적성 등을 깨닫게 되며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교생 자녀를 둔 이모 씨(49)는 “최근 정신과 의사가 조현병 환자에게 살해당하거나, 과도한 업무로 과로사하는 등 일련의 사건을 접하면서 ‘의사란 정말 힘든 직업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아이가 중학교때부터 쭉 성적이 좋아 내심 안정적인 의사가 되길 바랐는데 이제는 아이가 먼저 원하지 않으면 의대 진학을 종용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정신과를 운영 중인 K 원장은 “현직의사 중 자녀가 같은 의료인이 되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겠지만 확실히 과거보다 직업안전성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 무작정 추천하기 미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부 상위권 학생 사이에서 의사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이유로는 워라밸을 기대할 수 없는 근무환경’이 꼽힌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전국 의사 8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전국의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의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50시간이었으며, 의사 10명 중 7명(68.5%)은 주 6일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국내 취업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인 42.8시간보다 7시간이나 많은 수치다.
 
전공의는 2017년부터 전공의특별법에 따른 주당 최대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제한됐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8년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자체 조사 결과 전공의들이 경험한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은 평균 85.63시간으로 주 80시간을 초과하고 있었다.
 
수련병원 내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비인기과목 교수들도 덩달아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흉부외과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문의는 주당 평균 76.1시간을 근무했고, 130시간까지 근무한 의사도 있었다.
 
지난 2월 사무실에서 숨진 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과거 SNS에 ‘오늘은 몸이 3개, 머리가 2개였어야 했다. 내일은 몇 개 필요할까’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윤 센터장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산하 8개팀을 이끌며 밤낮없이 쏟아지는 응급의료 상황을 총괄해야 했다.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병원 경영환경도 의사의 길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제 전문의가 되더라도 자기가 수련받은 전문과목만으로는 지속적인 생존이 어렵고, 전공과목과 실제 개원시 표방하는 진료과목이 어긋나는 괴리 현상이 당연시되고 있다”며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진료항목)가 줄고 저수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성형외과·피부과·안과·정형외과 등을 제외하면 병·의원 개원이 어려운 데다 막상 개원을 하고 싶어도 재력있는 집안 출신이 아닌 속칭 ‘흙수저’ 출신이면 그마저도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 의사가 적잖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전공의 최모 씨는 몇몇 대학병원에선 불법 입국비를 공공연하게 받고 있는데 ‘피안성(인기 진료과인 피부과·안과·성형외과를 축약한 신조어)’ 등 인기 진료과는 입국비만 1000만원에 달해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의대생에겐 언감생심”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열악한 의료환경에서도 의사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노량진 학원에서 대학 진학을 지도하는 J 강사는 “아직까지 국내 사회에서 의사는 헌신하고 고생하는 것보다는 돈 잘 벌고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어른들이 의대 진학을 적극 권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우선적으로 의대에 지원하는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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