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상 약의 성상은 바뀌었는데 일선 약국에선 여전히 구형 기존 약이 유통되고 있어 약국 등 조제현장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 27일 경기도 부천의 J 약사는 새로 주문한 자동조제기 카트리지에 의심도 않고 대원제약의 ‘펜세타정’(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제피세립 Microencapsulated acetaminophen)을 담아 돌렸다. 그러다 약이 제대로 카트리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조제된 상태가 엉망진창일 것을 알게 됐다.
사유를 알아보니 이 약은 원래 정사각형에 가까운 정제로 1996년 출시됐다가 지난 3월 생산된 제조번호 19001부터 장방형 정제로 성상이 변경됐다. 이에 자동조제기 제작업체는 신형 알약에 맞게 카트리지를 제작했으나 여전히 대다수 의약품도매상과 약국은 구형 정사각형 알약을 공급하고 있거나 보유하고 있다.
제약사로서는 재고물량을 떨어내기 위해 신형 알약의 출고를 늦추는 게 당연하지만 이를 모르고 최근 펜세타정을 주문한 약국에서는 구형 약을 공급받은 탓에 자동조제기 카트리지와 실제로 여기에 들어갈 알약이 모양과 크기에서 호환되지 않아 스피디한 조제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상당수 약국에서는 펜세타정 구형으로 수동조제하느라 밀려드는 손님에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고객으로부터 불만을 사는 일을 감수하는 상황이다. 새로 카트리지를 제작하느라 수만원의 비용을 들이게 된 점도 못마땅한 일이다. 게다가 대원제약처럼 자사 직원이 아닌 판매대행업체(CSO) 직원을 영업사원으로 대거 활용하는 곳은 이렇게 약의 성상이 달라진 사정도 몰라 영업직원이 약사가 항의한 뒤에야 허둥지둥 실상을 파악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일선 약국에서 신형으로 교체를 요청하면 해당 제약사는 신형 재고가 어디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기존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일축하는 상황이다.
한 의약품 도매업체 관계자는 “대원제약이 기존 생산물량을 소진시키느라 신형의 출고를 늦추고 있어 최신 제품을 확보하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는 CSO로선 고객보다 영업사의 사정에 더 신경쓰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원제약 홈페이지에서 펜세타정을 검색해본 결과, 여전히 수정되지 않은 기존 약제 정보가 안내됐다. ‘백색의 사각형정제’인 기존 정보를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성상 변경은 이뤄졌으나 기존 약 재고가 많이 남아 아직 적극적인 소비자 대응조치가 없는 상태였다.
J 약사는 “제약사와 CSO의 무관심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약국과 환자”라며 “자사 의약품의 성상이 변경됐다면 적극사는 이에 적극 대응하고 친절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