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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치료제 신약개발 실패 속 ‘블루오션’ 향해 계속 도전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4-10 21:34:23
  • 수정 2020-09-25 02: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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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병원인·바이오마커 불명확해 개발 난항 … 바이오젠-에자이 ‘엘렌베세스타트’로 불굴 의지 과시

연거푸 반복되는 치매치료제 신약개발 실패 속에서도 고령인구 급증에 따라 폭발적 수요가 기대되는 치매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약업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로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가 크게 늘어 제약업계가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명확한 발병원인이 파악되지 않고 획기적인 증상개선도 기대하기 어렵자 임상시험 과정에서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치료제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8’ 자료에 따르면 한국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환자 수는 70만5473명(2017년 말 기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노인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린다는 의미다. 자료는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해 2024년엔 100만명, 2040년엔 200만명, 2050년엔 300만명 이상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치매인구 폭증에 관련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는 2050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 수가 1억3500만명에 이르고 치매치료제 시장규모는 2015년 3조5000억원에서 2024년 13조5000억원으로 약 4배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는 미개척 ‘블루오션’을 정복하기 위해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시장선점 경쟁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21일 미국 바이오젠은 일본 에자이와 함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던 치매치료제 ‘아두카누맙’의 개발을 포기했다고 밝혀 업계에 충격을 줬다. 포기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개발 초기에 의도했던 목표를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치료제는 특정 단백질에만 반응하도록 제조한 ‘단클론항체’로 뇌 속에 쌓이는 노폐물인 ‘베타아밀로이드(Aβ)’의 응집을 차단하거나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2015년 시작한 임상 1상에서 일부 환자가 증상개선 효과를 보여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러 종의 원자 혹은 원자단 여러 개가 반복 연결되며 형성돼 가장 난해한 아밀로이드 단백질이라 불리는 ‘올리고머(oligomer)’를 공격하는 기전이 확인된 점도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약품신속심사(패스트트랙)에 이 치료제를 올려 개발을 서두를 정도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약으로 꼽혔으나 결국 고배를 마셨다.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가장 유력한 원인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으로 알려졌다. 뇌의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물질로 알려졌지만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 문제를 일으킨다. 림프관으로 배출돼야 할 단백질이 염증 등에 의해 쌓이면서 신경세포를 사멸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뇌세포에 어떤 메커니즘으로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면 기억상실, 인지기능저하, 성격 변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발병원인에 따라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은 크게 단클론항체 기반 베타아밀로이드 억제제, 베타세크레타제1(BACE1,Beta-site amyloid precursor protein cleaving enzyme1) 억제제, 타우(tau)응집저해제(tau aggregation inhibitor)로 나뉜다.

베타아밀로이드 억제제는 뇌 신경조직에 쌓이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을 줄이고 이미 플라크가 된 단백질을 분해하는 기전을 갖는다. 아두카누맙 외에 노바티스의 ‘캐드(CAD)106’, 로슈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 등이 있다. 일라이릴리의 ‘솔라네주맙(Solanezumab)’, 로슈의 ‘크레네주맙(Crenezumab)’,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J&J)의 ‘바피네주맙(Bapineuzumab)’, 화이자의 ‘포네주맙(Ponenzumab)’ 등이 임상결과에서 효과가 목표치를 밑돌아 개발을 중단했다.

BACE1 억제제는 베타아밀로이드와 관련된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아밀로이드전구단백질(amyloid precursor protein, APP)은 1차로 베타세크레타제 의해, 2차로 감마세크레타제에 의해 부수적인 물질이 잘려 최종적으로 베타아밀로이드로 변화된다. BACE1 억제제는 베타세크레타제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줄인다. 일라이릴리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경증 및 중등도 환자 치료용으로 공동 개발한 AZD3293(성분명 라나베세스타트, lanabecestat)은 2016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심사 대상으로 지정됐으나 2018년 6월 독립자료모니터링위원회, 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tee, IDMC)의 중단 권고를 받고 임상시험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IDMC는 DSMB(data and safety monitoring board)로도 불리는 민간 자문기구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임상시험의 중단 또는 재디자인을 촉구하는 기능을 한다.

BACE1 억제제로서 머크도 ‘MK-8931(성분명 베루베세스타트, verubecestat)’ 개발에 나섰으나 2017년 임상을 중단했다. 얀센의 ‘JNU-54861911(성분명 아타베세스타트, atabecestat)는 2018년 5월 임상시험 과정에서 간 수치를 높이는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확인돼 시험을 중단했다. 확인된 부작용의 위험성이 입증된 약효보다 크다고 판단하고 신약개발을 완전히 중단키로 했다.

릴리의 LY2886721은 2012년 1상 임상시험 결과 투여 후 2주 만에 BACE1 활성도가 50~75% 감소하고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 내 베타아밀로이드42(Aβ42)를 72% 줄인다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으나 간기능 이상(liver abnormalities, 45명 중 4명에서 발현)을 유발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2013년 개발을 중단했다. 같은 이유로 릴리의 LY2811376도 임상을 중단했다.

로슈의 치매치료제 후보인 RG7129도 2013년 12월에 신약개발 도전을 포기했다. 이제 신약개발 현장에 남은 BACE1 억제제는 바이오젠-에자이제약의 ‘엘렌베세스타트(elenbecestat, BAN2401)’뿐이다.

뇌 속 노폐물 단백질인 ‘타우’를 목표로 한 신약도 개발되고 있다. 타우단백질은 건강할 때는 뉴런의 활동을 지지하지만 변형되면 알츠하이머 질환과 관련된 뇌 병변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의 혈중농도가 정상치보다 높으면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 치료제는 베타아밀로이드 억제제와 기전이 비슷하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생기는 플라크가 타우단백질의 과인산화를 유발해 발병하는데 그 원인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신약후보물질로는 타우Rx의 ‘TRx-0237’이 있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해 2000년~2010년 10년간 신약후보물질 총 244개가 임상을 진행했으나 미국 FDA가 승인한 약은 2003년 출시된 룬드벡의 ‘메만틴(memantine)’이 유일하다. 그 이전에 승인받은 에자이의 ‘도네페질(donepezil)’, 노바티스의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얀센의 ‘갈란타민(galantamine)’을 포함하면 허가받은 치매치료제는 4종에 불과하다. 이 약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증상완화요법(DMTs)에 집중돼 있다.

알츠하이머병 신약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중추신경계(CNS) 감염 등이 원인으로 지목돼왔지만 모두 발병기전의 일부만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또 진단 및 치료에 쓰이는 바이오마커가 불완전한 점도 작용한다. 전문가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뇌 손상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견한다면 사전에 질병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뇌를 보호하는 ‘혈뇌장벽(BBB)’을 침투해야 약물이 전달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정복을 위한 제약업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아두카누맙의 실패를 뒤로하고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인 ‘BAN2401’의 3상 임상을 지난달 시작했다. 이 치료제는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로 진단된 1566명을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진행된다. 2상에서 환자의 인지기능저하 속도를 늦추고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효과를 보였다.

국내 업체들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미국 뉴로보파마슈티컬스에 치매신약 ‘DA-9803’을 계약금 57억원 및 성공시 지분 24% 인수 조건으로 기술수출했다. DA-9803은 자체개발한 상심자 및 복령피 등 천연물의약품으로 이뤄진 퇴행성신경질환치료제로 국내에서 모든 임상이 완료됐으며 미국 FDA에 임상시험허가(IND)를 신청했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뉴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뉴로스템은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전임상에서 베타아밀로이드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메디포럼은 최근 천연물 유래 후보물질인 ‘PM012’의 임상 2a상에서 물질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며 주목받았다. 2년간 진행한 임상에서 유의한 이상반응·안전성 관련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b·3상 허가를 받았다. 최근 임상시험수탁업체(CRO)인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와 대행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도네페질 대비 약물 우월성을 올해 안에 입증할 계획이다.

셀리버리는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세계 유일의 세포막 직접투과 및 세포간 연속전송 기전을 갖는 플랫폼이다. TSDT를 이용하면 BBB를 통과해 뇌 속 문제세포까지 약물이 도달이 가능해진다. 이 회사는 이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약후보물질 ‘iCP-Parkin’을 개발 중으로 기술수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복약 시간이나 횟수를 지키기 어려운 환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제형을 패치형으로 변경한 치료제도 등장하고 있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도네페질 치료제로서 패치 형태로 허가받은 제품은 아직 없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식약처로부터 치매치료제 ‘DA-5207’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이 치료제는 도네페질을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치료제다. 붙이기만 해도 약효가 1주일간 지속되도록 개발됐다.

아이큐어도 동아에스티와 같은 성분과 형태의 치료제로 한국, 대만, 호주, 말레이시아 4개국에서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피부를 통해 약물을 인체에 전달하는 경피약물전달기술(TDDS) 플랫폼 독자기술을 보유한 이 회사는 2020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용해성 마이크로구조체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 라파스와 ‘도네페질 마이크로구조체 경피 패치’를 공동개발키로 하고 비임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도 패치형과 주사형 두 가지 제형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임상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은 리바스티그민 성분의 패치형 치매치료제 ‘원드론’을 개발해 미국 FDA에 판매허가 신청을 왼료했다. 이르면 올해 허가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작용기전에 기반한 신약개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존 연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신경과학연구단장팀은 환경과 스트레스가 뇌세포 데옥시리보핵산(DNA)의 사용법을 바꾼다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 개념을 적용했다. 후성유전학은 유전적으로 특정 질병 관련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도 그 발현 여부가 외부자극에 따라 변화한다는 신이론이다. 발병유전자가 발현하는 원인을 파악해 이를 막는 방법을 강구함으로써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게 연구팀의 방향이다.

계속되는 치료제 개발 실패의 그늘 속에서도 다양한 연구결과가 축적돼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전문가들은 긍정하고 있어 기대를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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