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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화’되는 바이엘 품절사태 … 환자·약사 ‘분통’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4-04 20:56:39
  • 수정 2020-09-25 01:4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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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절 의약품 수급 어려워 현장 혼란 가중 … 변명 대신 명확한 대책·입장 내놔야

환하게 불을 밝힌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엘(Bayer) 공장 전경

바이엘코리아의 의약품 품절이 장기화를 넘어 ‘영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선 약국에선 처방받은 바이엘 약을 구하지 못해 난처해하고 있다. 대략적인 공급재개 시기조차 알 수 없어 오랜 기다림 끝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잦은 품절로 의료현장을 당황하게 만든 바이엘 의약품 중 상당수가 장기간 공급이 중단되거나 수급이 불안정하다. 이에 바이엘코리아 측은 품절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생산과 수급에 차질이 있음을 이유로 들면서 독일 본사의 레버쿠젠공장 보수작업이 마무리되면 정상화될 것이라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장기품절에 많은 약국에서 분통을 터뜨린 약은 ‘바이엘아스피린’이다. 지난해 9월초부터 물량이 공급됐으나 수량이 매우 적고 일부 도매상이 다른 일반약이나 전문약의 판촉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금액 이상 구입하는 약국에만 아스피린을 한정 공급하는 등 유인책으로 활용됐다. 대다수 약국에 돌아가야 할 물량은 부족했고 아스피린을 구매해야 하는 약국은 도매상에게 다른 의약품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제품을 일부 공급받아야 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 이후 아스피린이 거의 모든 약국에 깔렸으나 막상 실제 수요 고객이 별로 없자 반품을 원하는 약국이 늘고 있다. 일부 도매상에선 아스피린 반품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하며 약국에 으르렁대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바이엘 약을 장기간 복용하던 소비자는 대체처방 등을 받으며 긴 시간을 기다렸지만 오락가락하는 약 공급에 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바이엘코리아의 반응은 기계적이다. 최근 품절과 일부 공급을 반복하는 항응고제 ‘자렐토’ 품절사례에서 보듯 일단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품절이 임박해서야 도매상이나 약사회·병원 등에 공문을 보내고 제한적 공급을 선언한다. 그 다음 독일 본사의 공급지연을 핑계로 최대한 버티다가 품절되면 언제 약이 재공급될지 모른다고 해명하고 이후엔 함흥차사다.

최근 기자가 의약품도매 온라인사이트에서 확인한 결과, 품절 상태인 바이엘 제품은 약 40여 개에 이른다. ‘품절왕국’의 악명은 변함이 없다.

품절 의약품의 수는 40여개로 동일 성분의 용량별 세부 품목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주요 품절제품은 자렐토정, 니모톱정, 레비트라정, 네비도주, 아달라트연질캅셀, 씨프로바이정, 코지네이트FS, 마그네비스트주사(프리필드), 미레나, 벤타비스흡입액, 클리마라패취, 클라리틴 시럽/정, 비판톨립크림, 베로카퍼포먼스발포정, 아스피린프로텍트정, 아스피린다이렉트츄어블정, 카네스텐원질정, 카네스텐파우더/크림, 바이엘아스피린정, 아스피린다이렉트츄어블정, 노바티, 아젤리아크림, 사리돈에이정, 엘레비트프로나탈정, 트리퀼라정, 라쿠민페이스트, 라쿠민티피, 칼디비타츄어블정, 마이보라정, 맥스포스겔, 복합탈시드츄어블정 등이다.

지난해 한국에 남은 마지막 생산시설인 안성공장(조영제 생산)을 연말까지만 운영하고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뒤 생산직 직원을 모두 내보낸 데 이어 의약품은 품절이 계속되는 등 돈 되는 것만 남기고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바이엘이 국내 의약계와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는 행태는 노골적이다.

바이엘의 ‘철수’는 의약품과 생산공장뿐 아니라 의료계 학술지원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 15년간 명맥을 이어온 ‘바이엘임상의학상’을 없애버렸다. 대한의학회와 바이엘이 인수한 한국쉐링이 2004년 제정한 이 상은 공모 형식이 아닌 자체 발굴위원회를 구성, 후보자를 선정해 국내 의학의 성숙함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승규 울산의대 외과 교수, 김춘추 전 가톨릭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등 저명한 의사 15인이 수상했다.

이 상을 없애는 이유에 대해 바이엘 측은 “한국쉐링을 인수합병(2008년)하는 과정에서 임상의학상을 떠맡아 적합성에 대해 고심해왔으며 다른 형태로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해명했다. 어쩔 수 없이 15년간 이 상을 떠맡아서 운영하긴 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부적합한 것 같다며 갑자기 손을 떼는 것은 책임있는 기업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환자의 불편이 계속되자 약사도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약사회는 가장 시급하면서도 장기간 품절 상태인 의약품 총 14개 제약사 22개 품목을 정리해 공문을 발송했다. 바이엘은 안젤릭, 자렐토15mg·20mg, 카네스텐질정, 트라보코트크림, 시프로유로500mg, 아스피린100mg 등 7개 제품으로 가장 많았다.

이광희 강동구약사회 회장은 “장기품절에 이를 정도라면 제약사는 미리 알고 있을 것이므로 영업이나 마케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약국가에선 장기품절약에 대한 일시적 급여중지와 더불어 제재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바이엘의 대거 약물 공급지연은 공장의 수급만을 이유로 보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1월 바이엘 독일 본사에선 2022년까지 제약 연구개발 인력 900명을 포함한 직원 1만20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전세계 바이엘 직원 11만8200명 중 10%가 넘는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동물의약품 사업부도 일부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바이엘이 공개한 결산실적에 따르면 2018년도 바이엘의 순이익은 약 16억9500만유로로 2017년 대비 77%나 감소했다. 바이엘코리아 관계자는 “바이엘이 글로벌 종자회사인 몬산토를 인수하면서 핵심축을 화학·의약품에서 농업 관련 종자·농약으로 옮기는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 본사가 글로벌 전략에 따라 의약품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것은 경영상의 문제라 비판의 대상이 되진 못한다. 그러나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사업의 소명의식을 버린 채 적어도 다른 회사에 넘기거나 폐업하기 전까지는 안정적인 제품 수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의료계와 소비자의 일치된 당위성이다.

그럼에도 바이엘코리아는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거나 제품 도입 중지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도 않으면서 ‘있으면 팔고 없으면 말고’ 하는 식의 무책임한 자세로 버티고 있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하소연할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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