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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방치된 ADHD 소아 ‘적대적 반항’, 청소년 ‘자살’, 성인 ‘중독’ 유발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4-03 12:39:20
  • 수정 2020-09-25 0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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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붕년 서울대 교수팀 연구 … 품행장애·비행·공격성으로 표출, 사회적 편견 탓 환자 3.1%만 치료

김붕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외협력이사)가 소아청소년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적대적 반항장애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의산만, 과잉행동, 충동성 등이 나타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13세 미만 소아에선 적대적 반항장애, 청소년기엔 자살, 성인기엔 인터넷게임중독 같은 공존질환(동반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제4회 ADHD의 날을 맞아 3일 서울 종로 내일캠퍼스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ADHD 환자의 생애주기별 공존질환을 주제로 국내 ADHD 질환의 실태를 공개했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외협력이사)·이정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2016년 9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서울·고양·대구·제주 등 전국 4대 권역 소아청소년 및 부모 4057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 확인을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ADHD와 공존질환 간 상관 관계, 성인에서 ADHD가 중독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국내외 관련 연구를 함께 분석했다.

이번 연구결과 유소아기 ADHD를 장기간 방치하면 적대적 반항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팀이 만 13세 미만 초등학생 1138명을 진단적 면접도구와 진단적 예측 설문도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 적대적 반항장애(19.87%), ADHD(10.24%), 특정공포증(8.42%) 순으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전체 소아의 약 20%가 앓는 적대적 반항장애 소아가 ADHD를 같이 앓을 공존 유병률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대적 반항장애 소아는 공격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이 일반 소아보다 높은 편이다.

유아기에 발생한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같은 증상을 치료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제제만 하면 스트레스가 누적돼 결국 정서적으로 예민해지는 11~13세 때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김붕년 교수는 “소아기 ADHD를 방치하면 성장과정에서 품행장애, 비행문제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초등학생 자녀에게 적대적 반항장애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반항으로 여기기 전에 부모 양육방식, 유아기 시절 자녀의 행동과 증상을 되짚어보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면밀히 상담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ADHD로 인한 적대적 반항장애는 유아기에 방치된 공존질환이므로 ADHD 치료하지 않고는 증상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 ADHD는 자살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순히 자살을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자살 시도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이번 연구에서 전국 4대 권역 만 13세 이상 청소년 998명을 대상으로 ADHD와 자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ADHD나 적대적 반항장애로 진단된 청소년은 자살 의도 비율이 6.6%로 정상 청소년보다 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24.4% 대 14.2%로 2배, 자살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비율은 6.8% 대 2.5%로 2.5배가량 높았다. 평균적으로 ADHD 또는 적대적 반항장애를 진단받은 청소년일수록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 시행 의도를 갖거나,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우는 등 ‘자살 경험’이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ADHD가 동반된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증상이 약간 다르다. 일반 우울증은 정서적 메마름, 슬픔, 위축감 등 감정이 주를 이룬다. 반면 ADHD가 동반 우울증은 복수심, 적개심 등 다해적인 성향이 강해 사회적으로 더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붕년 이사는 “국내 ADHD 청소년의 자살 관련 경험 비율이 정상 청소년보다 높은 것은 ADHD 증상으로 어릴 때부터 쌓아온 분노, 고립감, 복수심 등이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우울감과 겹치면서 자살과 공격성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라며 “특히 이 시기에 ADHD와 공격적 행동으로 또래와의 사회관계에 이상이 생기면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에 문제가 생기고 사회적 고립감이 가중돼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인기 ADHD는 게임·약물·알코올 중독 등 각종 중독장애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연구팀이 국내 인터넷게임중독환자 255명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ADHD 환자는 인터넷게임 중독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인터넷게임중독 재발 가능성은 1년 차에 5배, 2년 차에 6배 가량 차이났다.

또 ADHD 환자는 정상인보다 알코올중독에 빠질 위험이 5~10배 높았고, 약물남용으로 치료받는 성인 4명 중 1명이 ADHD 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인 ADHD 환자는 유아, 소아, 청소년기를 거치며 적대적 반항장애나 우울증 같은 공존질환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고 치료가 늦어지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없이 더 큰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정 서울대병원 교수는 “방치된 ADHD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자극에 반응해 여러 형태의 중독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독질환으로 인해 충동을 조절하기 어렵거나, 더 강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좇는 성향은 ADHD 증상에 기인한 것이라 기저질환인 ADHD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ADHD로 인한 해악이 막심한 상황에서도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주변 편견, 약물치료의 낙인효과로 인해 실제 상담 및 치료받는 비율은 전체 환자 대비 3.1%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ADHD 환자가 정신적 증상이 두드러지게 발현된 뒤에야 정신과를 방문하게 된다.

ADHD 증상은 환경요인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발현된다. 적대적행동장애, 자살생각, 우울증 같은 공존질환이 동반된 경우 ADHD 증상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나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자의적으로 현재 증상을 판단하지 말고 조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화 상담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ADHD가 진단되면 공존질환 여부를 파악한 후 1차적으로 약물칠에 들어간다. 필요에 따라 부모교육, 인지행동치료, 가족치료, 놀이치료 등을 병행한다.

김봉석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 ADHD를 포함한 정신질환의 치료를 미루면 상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환자 자신은 질병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가족과 주변은 따뜻한 응원을 건내며, 사회에선 편견 없는 시선으로 환자를 대하는 등 전 사회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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