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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세포주 오인? …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판매중단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4-01 15:41:11
  • 수정 2020-09-23 20: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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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아신장유래세포를 연골세포로 잘못 인식 … “이름만 바꾸면 된다” 해명에 불신 더 커져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이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인보사’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20년 가까이 공들여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인보사’가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에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신약개발 당시 신고한 허가받은 세포주와 다른 세포주가 실제 의약품 생산에 활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보사의 신뢰도가 실추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자발적 유통·판매 중지’ 조치와 관련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사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이우석 대표 등 임직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지난달 30일 회사 측은 최신 세포 유전자 검사법인 단편직렬반복(STR)검사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해 의약품 생산 세포주의 잘못된 관리를 시인했다. 코오롱은 이달 중순께 식약처와 내달 중순께 FDA와 대면 미팅을 갖고 향후 처리 절차를 논의키로 했다.

인보사는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받은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이 약은 ‘변환성장인자-β1(TGF-β1, Transforming growth factor-beta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 2액)와 정상 인체연골세포(HC, 1액)를 1대 3으로 혼합해 환부에 주사하도록 구성돼 있다. 레트로바이러스 전달체를 활용해 연골세포성장인자인 TGF-β1 유전자을 연골세포에 도입해 종양유발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사선 처리한 게 이 약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코오롱 설명에 따르면 인보사를 관절강에 주사하면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TGF-β1을 분비하고 이 물질이 백혈구의 한 종류인 단핵구를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M2대식세포로 활성화시켜 연골재생을 돕는다는 게 약리기전이다. 정상 연골세포는 환자의 연골조직에 부착된다.

이번 출고 중단 사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2004년경 미국 현지에서 신약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TC액에 포함된 세포의 유래가 국내서 허가받은 당시의 세포의 유래와 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2017년 허가 당시 등록한 세포주는 TGF-β1을 포함한 사람연골 유래세포였으나 최근 미국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지 실험의약품 생산을 맡은 위탁생산업체(CMO)가 실제 세포주는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HEK-293유래세포)로 판명하면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그동안 유통된 제품은 HEK-293유래세포 분리·정제 기술이 부족해 혼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하고 있다. 형질전환세포는 치료의 핵심인 TGF-β1 유전자가 발현하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하고 체내에서 빠르게 소멸하기 때문에 안전성·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 회사 유수현 바이오사업부 상무는 기자간담회에서 “비임상 및 임상 시험에서 체내 잔류량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11년간 3548명에 투약해 주사 부위 동통 등 이상반응은 나타났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형질전환세포는 기본적으로 종양원성을 보유하고 있어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고에 따라 방사선을 조사해 모든 생산배치에 ‘세포사멸 확인 출고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상무는 “구성성분이 바뀐 게 아니라 세포의 명칭이 바뀐 것”이라며 “2004년 형질전환세포 특성을 분석했을 당시에는 TypeI·II collagen, TGF-β1·2 등 연골세포 특성이 발현돼 연골세포로 판단했으나 최신 유전자 검사방법인 단편직렬반복(STR)검사를 적용해보니 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2004년 검사결과에 오류가 있어 지금까지 해당 세포를 연골세포로 착각한 것이다.

그는 이어 “세포의 유래만 다를뿐 전체 개발과정에서 사용된 세포는 태아신장에서 유래된 세포로 모두 동일한 것”이라며 “환자가 투여하던 의약품에는 변화가 없으며 이번에 새롭게 태아신장 유래세포가 발견됐다해도 이 또한 이미 다른 세포치료제의 임상단계에서 사용됐던 종류여서 임상시험 또는 허가가 취소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 CMO는 코오롱이 의뢰한 세포치료제가 다른 회사의 세포치료제와 섞일 가능성이 있어 자체적으로 세포주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오류를 발견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5대 족보까지 보던 것을 20대 족보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5대 족보에는 이 사람이 ‘이몽룡(연골유래세포)’ 아니면 ‘김몽룡(태아신장유래세포)’인데 김몽룡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라며 “김몽룡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니 사람도 검증하겠다는 게 식약처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세포치료제의 효과는 동일한데 세포주의 이름만 바뀐 것을 가지고 과도하게 검증하는 것 아니냐는 적반하장식 태도로 비춰져 기자들의 반감을 샀다.

코오롱 측은 국내에선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이 인보사 전용 공장으로 다른 세포가 섞일 가능성이 적지만 미국에서 3상에 사용되는 치료제가 위탁생산기관(CMO)에서 생산돼 다른 회사의 제품이 섞일 가능성 등이 있어 자체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국내생산분도 전부 태아신장유래세포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 등 코오롱 측 임직원은 허가취소 가능성은 낮고 환자 부작용에 대해 자신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수출계약 등을 맺은 파트너사와 향후 관계에 대해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실수인지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 “17년 전 일이라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부분이 많지 않지만 조사를 해봐야 알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며 허가취소나 재임상 조치를 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뉘앙스를 띠었다.

그는 마무리 발언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의 윤리성을 의심할 수 있지만 다른 기관에서 문제제기를 한 게 아니며 자진해서 공표한 것으로 진정성을 보이고자 했다”며 “15년 전 10명에 불과했던 미국 법인 코오롱티슈진의 열악한 연구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바이오벤처가 겪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며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코오롱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보사는 용도 폐기의 나락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6년 일본 미쓰비시다나베파마와 총 5000억원에 달하는 일본 내 기술판권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으나 2017년 임상시료 생산처 변경에 대한 사항 및 변경된 시료를 사전 승인받아야 하는 미국 FDA의 임상개시 조건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파기를 당했다. 현재 250억원 계약금 반환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당시 코오롱 측은 절차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임상결과 대비 효능이 떨어지는 취약점이 계약 파기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국내 식약처 허가과정에서도 주효능으로 홍보해왔던 ‘골관절 재생’과는 거리가 먼 통증 완화 등을 1차변수로 설정해 승인을 받아 ‘비싼 진통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즉 당초 계획된 임상시험 디자인은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연골재생이라는 구조적 개선 효과를 확인하려 했으나 대조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에 식약처는 인보사가 구조개선이 아닌 증상개선을 위한 치료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인보사는 무릎 통증·기능성·활동성지수(IKDC, International Knee Documentation Committee), 통증시각척도(VAS, visual analog scal) 등이 위약군 대비 높다는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허가절차를 얼렁뚱땅 넘어갔다.

골관절 재생 관련 기전을 설명한 약리효과(유효성)를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오히려 코오롱 측은 여론전을 펼쳐 식약처나 약사심의위원회 평가위원의 불쾌감을 자극했다. 코오롱 측은 신속심사(패스트트랙)제도를 활용해 식약처의 허가가 임박한 것처럼 여론을 조성하고 식약처가 유효성 미비로 허가를 보류 또는 거절하려 하자 식약처가 국내 바이오기업의 신약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는 식으로 당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인보사 신약허가에 참가한 한 위원은 “인보사가 진통제 두 알이면 충분할 약효로 신약허가를 받은 것은 문제라고 몇몇 위원들이 지적했음에도 신속허가를 통해 신약개발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허가가 나온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를 확약해놓고 뒤늦게 허가를 안 내주고 있다며 ‘뒷담화’하는 등 코오롱 측의 여론전은 저열했다”고 비난했다.

인보사를 처방하는 병·의원에서는 괄목할 만한 효과가 없다는 환자들의 반응이 이어지는 데도 재생치료를 위한 혁신적인 주사제로 과잉 홍보되고 있는 것에도 의료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처방받은 환자들은 안전하다는 회사 측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연골재생과 관련, 미국에서 진행할 대규모 임상 3상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겠다던 코오롱은 이번 사태로 오히려 회사 전체가 검증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코오롱과 계약을 체결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홍콩·마카오, 중국, 호주·뉴질랜드, 몽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서 정식으로 의약품 허가가 나온 국가가 한 곳도 없다는 것도 문제다. 몇몇 국가에서만 의료진 책임 하에 시술되고 있을 뿐이다. 기존 계약들은 각 권리지역에서 인허가가 완료돼야 이행되는 조건부로 체결된 상태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는 실력 대비 최대한 부풀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이번 판매중단 사태로 당장 먼디파마와 맺은 6700억원 규모의 일본 판권계약 등이 연쇄적인 계약금 반환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이오 신약개발에 앞장서 온 선두기업의 행보라고 보기엔 참담한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윤리성과 진정성을 앞세워 문제해결에 나섰다는 1일 코오롱생명과학 임직원의 해명과 달리 기업 오너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차명으로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8만주를 보유했다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자본시장법과 독점규제법, 금융실명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유한 금액은 지난달 1일 기준 약 340억원에 달한다. 이 전 회장은 양도소득세 납부 회피 목적으로 차명 주식 4만주를 차명 상태로 유지한 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7회에 걸쳐 매도하고 소유상황 변동에 대해 신고하지 않아 기소됐다. 2015년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가 급등하며 가장 차익이 많이 났던 시기로 2015년 2월27일 최저 2만662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7월31일 19만4807원으로 5개월만에 약 7.3배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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