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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發 로봇수술 안전성 논란 … 로봇 도입 ‘신중론’ 부상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3-20 01:15:48
  • 수정 2020-09-22 19: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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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DA “여성질환 치료효과 의문” … 의료계 “술기 향상, 시스템 개선 통해 개복·복강경보다 안전”

전세계 로봇수술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수술로봇 ‘다빈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방암, 자궁암 등 여성질환에 대한 로봇수술의 위험성 제기하고 나서면서 대형병원들의 로봇수술 도입 경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FDA는 지난 8일 안전성 공고(Safety Communication)를 통해 “유방절제술이나 자궁경부암수술 등 여성질환 치료에 수술로봇 혹은 로봇 보조장비가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안전성과 효과성이 충분히 확립되지 않았다”며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암의 치료·예방을 위해 로봇수술시스템을 사용하면 장기생존율이 감소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뉴잉글랜드의약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자궁암 초기 환자 631명 중 319명에겐 로봇을 이용한 최소절개수술, 312명에겐 개복수술을 실시하고 4년 후 완치율을 분석한 결과 최소절개술 환자군은 86%로 개복수술의 96.5%에 훨씬 못 미쳤다.

로봇수술은 피부를 최소절개한 뒤 의사가 로봇팔을 원격으로 조정해 병변을 치료한다.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에 비해 출혈량과 합병증 위험이 적고, 기존 수술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부위의 조직을 절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3D고해상도 영상으로 병변을 육안으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고, 손떨림 문제로부터 자유로워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을 조금씩 대체해 지난해에만 전세계에서 87만7000여건의 로봇수술이 이뤄졌다.

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세계 수술로봇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37억달러로 2025년엔 약 126억달러까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수술로봇 ‘다빈치’가 전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국내에선 10여 년 전부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필두로 대학병원들이 경쟁력 확보 및 매출 증대를 목표로 앞다퉈 도입했다. 특히 전공의 지원율 감소로 만성적인 수술인력 부족에 시달려 온 외과 등 수술 파트에선 필요 인력이 적은 로봇수술이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전립선질환, 갑상선질환 치료에 적용되기 시작해 현재 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정형외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이번에 FDA가 문제삼은 로봇 유방절제술도 국내 대학병원에서 활발히 이뤄져왔다. 특히 유방은 여성성과 직결되는 신체 부위여서 절제를 최소화하길 원하는 여성 환자들의 수요가 높다.

하지만 로봇수술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로봇수술을 위해 보통 2~4개의 로봇팔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술 부위 주변 신경·피부조직 등이 손상될 수 있다”며 “절개수술 시 겉으로 드러나는 흉터를 줄이려다 신체 내부의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내 후유증을 남기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도 고려해볼 문제다. 지난 10년간 FDA가 접수한 다빈치 로봇수술 부작용 사례는 2만여 건에 달했으며 대부분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부상·사망이었다.

또 미국 일리노이대·메사추세츠공과대(MIT)·러시대 의료센터 연구진이 2000~2013년 FDA에 보고된 총 1만624건의 로봇수술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사망·상해 등 의료사고를 조사한 결과 114명(1.4%)이 로봇수술 중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로봇수술 중 시스템 에러, 조작 실수, 전원 중단 등 여러 원인에 의한 상해건수는 13.1%(1391건)에 달했다. 이밖에 로봇수술 중 기계 스파크로 인한 화상, 로봇 부품 탈락현상으로 인한 상해 등이 발생했다.

민석기 이대서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학계에 보고된 로봇수술 부작용은 대부분 시스템이 덜 안정화되고 의료진의 술기도 충분치 않았던 초기에 발생했다”며 “환자 바로 옆에서 수술하는 기존 수술과 달리 로봇수술은 수술대에서 다소 떨어진 콘솔에 앉아 집도의가 로봇팔을 조작하는 방식이다보니 직관성이 떨어져 술기를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갑작스러운 출혈 등 응급상황 발생시 곧바로 대처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로봇수술 트레이닝이 체계화되고 의료진들의 로봇수술 경험이 누적된 데다 로봇팔의 정확성과 안전성이 개선돼 합병증이나 부작용 위험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수술 중 의료사고 발생시 불분명한 책임 소재도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의료계에선 집도의, 의료기기 제조업체 및 설계자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민정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의료기기팀장은 “내부적인 결함에 의한 사고든, 의사의 판단 오류에 의한 잘못된 치료 적용으로 인한 사고든 모두 의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료기기는 인력을 대체하지 않고 돕는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연합 의회는 인공지능이나 수술로봇이 문제를 일으키면 제조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최근엔 수술 전 환자에게 로봇수술의 부작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것은 위자료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강모 씨는 2014년 A법인 대학병원에서 갑상선암 치료를 위해 로봇 갑상선절제술을 받았다. 목 대신 눈에 잘 띄지 않는 겨드랑이 부위를 절개하고 로봇팔을 넣어 종양을 제거했다. 수술 후 전에 없던 반흔 및 혈종이 나타나고, 목과 팔 부위의 불편함이 지속되자 A법인과 B주치의에게 위자료와 향후 치료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강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로봇수술의 단점·후유증·부작용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설명을 제대로 받았다면 로봇수술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치의 측은 의료진·코디네이터·설명회를 통해 환자에게 충분히 수술법과 장·단점을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담당 판사는 “수술동의서와 설명회 책자에 ‘로봇팔이 들어가는 공간 확보를 위해 수술 범위가 넓어지고 이로 인해 더 넓은 부위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로봇수술 특유의 부작용 관련이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고, 고식적인 개경(開頸, 목을 여는) 수술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출혈 등의 내용만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민석기 교수는 “국내 대학병원에서 전 분야에 걸쳐 활발하게 로봇수술이 시행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안전성을 입증할 만한 임상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 관련 추가연구가 필요하다”며 “전통적 방식의 수술보다 절개 범위가 작아 간편하지만 의사가 로봇을 능숙히 다루려면 더 많은 수련이 필요해 체계적인 로봇수술 교육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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