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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뽕’에 무방비 노출된 여성들 … ‘GHB포비아’ 확산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3-18 00:37:51
  • 수정 2020-09-21 19: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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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용 1시간 이내 몸밖 배출돼 피해사실 증명 어려워 … 단속 어려워 예방 중요

서울 강남에 소재한 클럽에서 GHB를 악용한 성범죄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강남에 소재한 유흥클럽 ‘버닝썬’에서 향정신성물질인 ‘물뽕’이 성범죄에 악용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곳뿐만 아니라 유사한 다른 클럽에서도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폭로가 이어지며 추가 범죄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가에 사용된 ‘물뽕’은 감마하이드록시뷰티르산(GHB, Gamma-Hydroxybutyric acid)을 지칭하는 말로 복용 시 음료수 등에 타서 마시는 데서 유래했다. 중추신경억제제의 일종으로 무색 무취한 신종 마약이다. ‘뽕’은 마약류로 분류되는 메스암페타민의 대표 상품명인 ‘필로폰’(Philopon)의 일본식 발음이자 속어인 ‘히로뽕’에서 나왔다. 물에 타서 먹는 히로뽕을 뜻한다.

소량의 GHB를 물에 타서 마시면 10~15분 내에 기분이 좋아지고 취한 듯한 상태가 돼 몸이 이완된다. 알코올류에 타서 마시면 그 효과가 급속도로 빨라져 동공이 풀리고 콧물이 나오며 소위 ‘필름이 끊긴다’는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과다하게 복용하면 정신착란 등 환각증상을 유발하고 스스로 숨쉬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흡인성 폐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심하면 근육활동을 막아 사망에 이른다.

보통 복용 후 3~4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소변으로 배출돼 적발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따르면 GHB는 체내에 흡수돼 혈액에선 30분, 소변에선 1시간 내 농도가 최고치에 도달했다가 몸 밖으로 배설된다고 한다. 체중 ㎏당 100㎎의 GHB를 복용한 성인에서 검출량이 0이 되기까지는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GHB는 1960년대에 알코올중독 및 수면장애 치료제로 사용됐으나 이같은 약물기전으로 성범죄에 많이 악용돼 ‘레이디 킬러(lady killer)’, ‘데이트강간약물(date rape drug)’로 불린다. 마취제인 케타민(ketamine), 불면증치료제인 플루니트라제팜(Flunitrazepam) 등과 함께 3대 데이트 강간 약물로 꼽힌다. GHB는 199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를 전면 금지한 이후 2001년 제44차 유엔마약위원회에서 향정신성마약류로 분류됐으며 한국도 같은해 마약류로 지정했다.

미국은 GHB를 제조 및 소지한 자에게 20년 이하의 징역형을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GHB의 매매, 매매알선, 수수, 소지, 소유, 사용, 투약 등의 행위가 전면 금지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98년 광주에서 미군을 통해 GHB를 밀거래한 김모 씨(42)가 적발돼 이 약물의 유통이 처음으로 확인된 이래 음성적이면서도 가장 일반적인 마약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GHB와 같은 합성마약은 외국에서 재배·유입되는 대마, 아편, 양귀비 등과 달리 화학적으로 제조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기존 마약류는 검찰·경찰·세관 등이 합동으로 원료에 대한 단속을 실시해 유통되기 전에 적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종마약으로 불리는 약물은 원료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고 그 종류도 합성하기에 따라 수만가지로 조합이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약은 불법 제조·유통을 적발하고 새 이름을 붙여 마약류로 지정하지 않으면 사실상 규제할 방법도 없다. 이름없는 ‘신종마약’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다.

제조방법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유튜브, SNS를 조금만 검색해보면 소화제 등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마약으로 재합성하거나, 감기약에서 필로폰(암페타민)의 원료인 슈도에페드린 등을 뽑아내는 법을 설명한 글·영상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긴박한 밀수를 통하지 않아도 집에서 기본적인 화학 지식만 있으면 마약을 제조할 수 있다.

판매도 클럽 등에서 이뤄지는 오프라인 거래와 달리 카카오톡, SNS메신저, 랜덤채팅 등을 통하면 단 몇마디 대화만으로 가능해졌다. 일부 클러버들 사이에선 GHB를 G 또는 지나(Gina)라고 부르는데 판매자들은 여기에 수면제, 최음제 등을 끼워팔며 구매를 유도한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일부 사이트에서는 대놓고 GHB나 돼지발정제로 불리는 ‘요힘빈(yohimbine)’ 등을 팔기도 한다. 이 약물이 진짜일 수도 있지만 가짜인 것도 많다고 한다. 약물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GHB 등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물뽕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한 뒤엔 체내에 GHB 성분이 남아있지 않아 증명이 어렵다. 또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약물 특성상 현장 적발이 매우 어렵고, 해외 사이트 등은 적극적 수사가 힘들어 수사기관이 추산하는 것보다 실제 유통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각별히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서구에선 약물로 인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각자의 술잔을 두고 자리를 뜨지 않으며 직접 개봉하는 병맥주 등을 주문할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우범 지대에 가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 부득이 찜찜한 장소에 가야한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만약 낯선 클럽 등에서 짭짤하거나 텁텁한 세제 맛이 느껴지거나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는데 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몸이 나른해진다면 약물이 들어있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이 때엔 안전하고 개방된 곳이나 경찰서 등으로 이동해 도움을 청하고 예전에 없던 이상반응 등이 나타나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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