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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미투’ 1년, 의대생·여의사 성희롱·성차별 여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3-06 14:28:37
  • 수정 2020-09-21 12: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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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생 10명 중 1명 성폭력 경험, 권력 피라미드서 침묵 선택 … 술기 습득, 컨퍼런스 참가 제한도

의대 재학생 일부는 학교에서 터진 성폭력 문제가 이슈화되지 않도록 학교 측으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1월 서지현 검사가 상사로부터 당한 성희롱 피해를 고발하면서부터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은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처음에는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남성 중심의 도제식 교육, 병원내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원인이었다.

그러던 중 20년 전 서울 A 대학병원에서 인턴 시절 지도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의료계 미투운동에 불이 당겨졌다. 제보에 따르면 1998년 회식자리에서 B 교수가 술에 취한 인턴 C 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함께 택시에 탄 뒤 근처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다. C 씨가 완강히 거부하자 B 교수는 두세 차례 더 성폭행을 시도하다 결국 포기했다. 피해자는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인턴을 마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하고 있다.

S 대학병원에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동료 D 교수가 의대생, 간호사,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하고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과도하게 처방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D 교수는 2013년 워크숍에서 간호사인 E 씨를 장시간 성희롱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성희롱을 당한 E 씨는 충격으로 산하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결국 사직했다. 2014년에는 D 교수가 연구원·간호사·전공의 등 여러 직종의 여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성적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투서가 대학본부 내 인권센터에 접수됐다.


또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선 간호사와 여성 환자가 교수에게 성적 농담과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투운동이 시작되고 1년이 지났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성차별, 성희롱 등 문제가 여전한 실정이다. 오랜 관행 속에 성차별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3일 인권의학연구소가 발표한 ‘의대 학생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꽤 많은 의대생이 성희롱 및 성차별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의대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1763명 중 194명(11.1%)이 지난 1년간 손잡기·허벅지에 손 올리기·껴안기·키스하기 등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과 반복적 곁눈질·지나치게 밀착해 서있기 등 불쾌한 행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의 5.7%(58명), 여성의 18.3%(136명)가 신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변했다.

지난 1년간 수업, 실습, 모임 중 젠더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등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한 적이 있냐는 질문엔 전체 응답자 중 45.6%(996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11.7%(206명)은 성별을 이유로 특정 과목의 환자 진찰이나 수술 참관 기회를 제한받거나, 컨퍼런스 및 미팅 참석을 거부당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의대생 A씨는 “몇 년 전 학교 안에서 터진 성폭력 문제가 이슈화되지 않도록 학교 측으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고 무력감을 느꼈다”며 “교수, 펠로우와 전공의, 의대생 순서로 내려오는 의료계 권력의 피라미드 속에서 가장 아래인 의대생은 성희롱이나 성차별 같은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성적이나 진로 선택에 지장이 생길까봐 그냥 참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병원의 대부분 업무가 병든 사람을 돌봐야 하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좌우하기에 병원은 항상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엄격한 위계질서,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게 된다”며 “이같은 위계질서와 조직문화가 상호존중하고 소통·협력하는 조직문화 형성을 방해하고 결국 내부 개별 구성원의 인권이 짓밟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자의사회 관계자는 “의대와 의학전문대 재학생만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성차별 및 성희롱 경험 비율이 높은 것을 미뤄볼 때 의료계의 성(性) 문제는 현재 이슈화된 체육계보다 심각할 수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들이 숨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한국여성변호사회와 함께 성폭력 피해신고 접수는 물론 상담과 법적·의료적 지원까지 도맡는 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1993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2005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등 법 환경이 변화하고 젠더 민주주의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병원에서는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빈번하다”며 “의료계에서는 전문의 자격 취득 등의 이해관계를 상급자가 틀어쥐고 있어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폭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력에 기반한 성폭력 피해자들은 2·3차 피해를 당하거나 가해자로부터 협박을 받을 수 있어 피해자를 위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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