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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앞두고 ‘홍역’ 공포 확산 … 20·30대 예방 사각지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1-30 08:44:32
  • 수정 2020-09-20 14: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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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퇴치국가 인증, 필리핀·미얀마 등서 전파 … 1968~1996년生 취약

1967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대부분 홍역을 한 번 이상 앓고 지나가 오히려 질환 위험이 낮은 편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홍역’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 10시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지금까지 40명의 홍역 환자가 확진됐다. 이들 중 대부분이 홍역 예방접종을 2회 완료하지 않았거나 홍역 유행국가를 여행해 감염됐다. 홍역 발생 추정지로는 대구광역시 17명, 경기도 안산시 13명, 산발사례 10명으로 이 중 8명이 해외여행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확진자 40명 중 37명은 발진 이후 나흘이 지나 전염력이 없는 상태가 돼 격리해제 조치됐다.

단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설 연휴가 대규모 집단감염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 연휴를 맞아 동남아·중국·유럽 등 해외 홍역 유행지역을 다녀온 귀성·귀경 인파의 지역이동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역은 홍역바이러스(Measles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유행성 전염병으로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감염된 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잠복기가 7~21일로 긴 편이다.

2000~2001년 국내에서 전국적으로 홍역이 유행했다. 한달 새 홍역 확진자가 5만5000명을 넘어서는 등 대유행이 일어나자 정부는 ‘홍역 퇴치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백신접종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06년 이후 국내 토착 바이러스로 인한 홍역은 더이상 발생하지 않았고 예방접종률이 95% 이상을 유지해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 퇴치국가로 인증받았다.

홍역 퇴치 국가로 인증받았다고 해서 홍역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산 바이러스로 인한 환자가 없을 뿐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환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유행 중인 홍역은 모두 해외에서 걸렸거나, 해외 감염자가 입국 후 퍼트린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대구에서 유행한 B3 유전자형은 필리핀에서, 안산에서 확산된 D8 유전자형은 미얀마에서 많이 나온다”며 “둘 다 해외에서 유행하는 것으로 국내 토착 바이러스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홍역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나오는 호흡기 비말이 공기를 통해 빠르게 전파된다. 홍역에 걸리면 초기 3~5일간 감기처럼 발열·기침·콧물·결막염과 특징적인 구강점막 반점이 나타난다. 이어 약 3일간 붉은 발진이 목 뒤쪽과 귀 아랫 부분부터 시작해 몸통과 팔·다리 등에 번지고, 그 뒤 2~3일간 고열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번에 홍역을 확진받은 환자는 대부분 증상이 미약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환자는 대부분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 중이염·폐렴·탈수 등의 합병증이 있으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국가에선 감염자 5000명 중 1명만 사망할 정도로 치사율이 낮다. 단 면역력이 약한 유소아나 만성질환 환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감염병이 면역력이 약한 노인층에서 쉽게 발병하는 것과 달리 홍역은 20~40대가 주요 타깃이다. 홍역 예방접종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항체가 생기려면 홍역에 한 번 걸려서 이겨내거나, 예방주사를 생후 12~15개월과 4~6세 때 두 차례 맞아야 한다. 예방주사를 한 번만 맞으면 항체가 완전히 생성되지 않을 수 있다. 국내 홍역 1차 예방접종은 1983년 시작됐는데 이 땐 한 번만 주사를 맞았다. 2차접종이 도입된 것은 1997년부터다. 1997년 이전 출생자는 홍역 예방접종을 한 번만 했을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홍역에 취약하다. 특히 과거엔 예방접종 약을 냉장보관하는 시설이 미비해 제대로 주사를 맞았어도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다만 1967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대부분 홍역을 한 번 이상 앓고 지나가 오히려 질환 위험이 낮다. 즉 자신이 1968~1996년 사이 출생자라면 홍역 접종이력을 확인해보는 게 좋다.

2012년 이후 태어난 사람은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접종 도우미’ 사이트에서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이전 출생자이면서 예방접종 사실이 기억나지 않을 땐 병원에서 홍역 면역검사를 받아 항체 생성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홍역 예방접종(MMR,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의 예방효과는 1회 93%, 2회 97%다. 생후 12~15개월에 1차 접종, 만 4~6세 사이에 2차 접종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1차 접종 시기를 놓쳤다면 16~47개월에 접종하면 된다. 홍역 유행지역에 거주 중인 유아의 경우 생후 6~11개월에 미리 당겨서 맞는 가속접종을 받을 수 있다. 단 5개월 이하 아기는 모체에서 받은 항체의 영향으로 접종효과가 떨어져 예방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


홍역 예방접종은 국가예방접종이라 만 12세 어린이(2019년 기준 2006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는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 외 성인은 예방접종 비용으로 2만5000~3만원이 소요된다.

홍역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나 보건소로 문의 후 안내에 따라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전국 홍역 선별진료소 지정의료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하다. 선별진료소 지정의료기관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 교수는 “과거 홍역을 앓은 적이 없는 1968년 이후 출생자는 홍역에 대한 면역이 없을 가능성이 높아 접종력이 없다면 적어도 1회 백신접종을 하고, 특히 유럽과 동남아 등 유행 국가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출국 전에 백신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최소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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