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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임세원 교수 사건에 정신과 의사들 ‘집단 트라우마’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1-14 17:31:24
  • 수정 2020-09-19 16: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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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운 안에 방검복 착용, 산재보험 가입도 … 개원의들 “보안인력 채용 여력 부족해 더 불안”

진료 중이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살해한 피의자 박모 씨가 지난 2일 구속되고 있다.
우울증 치료 ‘명의’로 알려진 임세원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7)가 담당 조현병 환자의 흉기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박모 씨(30)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경 진료 상담 중이던 임 교수의 가슴 부위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임 교수는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 후 바로 수술받았으나 흉부를 크게 다친 탓에 같은 날 오후 7시 30분에 숨졌다.

간호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박 씨를 긴급 체포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은 시인했으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줄곧 횡설수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를 접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슬픔, 분노, 안타까움과 함께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나도 당할 수 있다’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운 안에 방검복을 입고 진료하거나, 산재보험 가입을 알아보는 회원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개인 정신과의원을 운영 중인 C 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신과 의사라고 하면 업무 강도가 다른 진료과보다 낮고, 수술로 인한 피로감과 의료사고 위험도 없으며, 가만히 진료실에 앉아 편하게 진료한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하지만 이번 임 교수 사건 이후 지인들로부터 ‘정신과 의사들도 고충이 많겠다’, ‘진료할 때 항상 조심해라’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별일 없냐’, ‘괜찮냐’며 걱정해주는 환자들이 많아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 이후 대학병원들은 의사 안전을 위한 자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배치된 보안요원을 한 명에서 두 명으로 증원했다. 방검조끼, 삼단봉, 전기충격기 등 진압장비를 착용한 ‘원내 폴리스’도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도 병원 전체에 110여명의 안전요원을 두고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엔 진압장비를 갖춘 별도 경비인력을 배치했다. 다른 병원들도 가스총 및 전기충격기 비치, 금속탐지기 설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

반면 규모가 작은 개원의들은 안전을 위한 추가인력이나 장비를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다. 개원의인 C 원장은 “정부가 의사 폭행·상해 방지를 위한 제도를 추진하다고 하지만 개인 병·의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농후해 자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인건비 인상, 비급여(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수입 감소 등으로 병원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안인력을 채용하거나, 금속탐지기 등을 구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개원의는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매체에서 환자가 의사의 멱살을 잡거나, 화풀이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이같은 영상은 진료 및 치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의사에게 폭력을 써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전체 조울병 환자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이번 사건으로 자칫 모든 정신질환 환자가 위험하다는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다”며 “정신질환 환자의 범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는 공식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조건 환자를 격리조치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조현병 초기 또는 재발 환자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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